아침 대열이 출발한 것은 안개가 채 걷히기 전이었다. 협곡 입구까지는 반나절 행군이라고 베른 대위가 전날 밤 간략히 말했다. 반나절이라는 말이 훈련장 기준인지 전장 기준인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야전에서 아무도 묻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답을 들어도 어차피 다르게 느껴지니까.
카일은 마차 두 대의 오른편에 배치됐다. 레오는 왼편이었다. 어제 같은 조로 붙은 것이 오늘도 이어진 셈이었는데, 베른 대위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카일은 그냥 어제 자리를 유지했다.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대열이 움직이기 시작하던 순간 두 사람의 눈이 한 번 마주쳤고, 레오는 시선을 먼저 끊었다. 카일은 그것을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했지만 기억했다.
마차는 삐걱거렸다. 어제보다 소리가 컸다. 바퀴 축이 돌 위를 지날 때마다 짐칸 전체가 한 번씩 들렸다가 내려앉았고, 그때마다 덮개 안에서 뭔가가 흔들렸다. 짐이 그렇게 흔들리는 것인지, 아니면 흔들리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인지 카일은 소리만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구분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마구간 냄새와 젖은 삼베 냄새가 뒤섞여 코 안쪽에 달라붙었다. 카일은 입으로 숨을 쉬었다.
"후보생."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였다. 마차 왼편에서 걷던 그가 어느 틈에 카일 쪽으로 붙어 있었다.
"마차 소리, 어제랑 다른 거 알지."
물음이 아니었다. 카일은 앞을 보면서 짧게 답했다. "안다." 레오는 더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 상태로 한동안 걸었다. 마차 바퀴가 돌을 넘을 때마다 덮개 안의 소리가 한 번씩 새어 나왔다. 카일은 그 소리를 세지 않으려 했다.
협곡 입구까지 남은 거리가 한 시진쯤 됐을 때 화살이 날아왔다.
선두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화살이 아니라 쇠뇨가 박히는 소리였다. 카일이 방패를 올리기도 전에 두 번째 화살이 마차 측면에 박혔다. 덮개 안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 숨을 참는 소리였다.
"엄폐!"
베른 대위의 목소리가 협곡 벽에 부딪혀 두 번 울렸다. 카일은 이미 마차 바퀴 뒤로 붙어 있었다. 무릎이 돌바닥에 닿았고, 갑옷 슬개부가 긁혔다. 아프다는 생각이 지나가는 동안 오른손이 검을 뽑았다. 생각보다 손이 먼저였다.
습격자는 열 명 안쪽이었다. 협곡 위쪽 바위 뒤에서 내려오는 세 명과, 오른편 덤불에서 치고 들어오는 나머지였다. 카일은 처음 두 명을 막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 명은 검으로 밀어냈고, 한 명은 방패 끝으로 턱을 올려쳤다. 뼈가 맞닿는 감각이 팔꿈치까지 올라왔다. 상대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니 레오가 세 번째 놈의 팔을 꺾고 있었다. 깔끔했다. 카일은 그것을 인정하는 데 반 박자가 걸렸다.
전투는 짧았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습격자들은 제대로 된 갑옷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기사 후보생들에게 막혔다. 베른 대위의 정규 병사들이 협곡 위쪽을 돌아 나머지를 몰아붙이는 데 걸린 시간은 체감상 한 시각도 안 됐다. 카일은 검에 묻은 피를 외투 안쪽으로 닦으며 숨을 고랐다. 무릎이 욱신거렸다. 흙먼지가 갑옷 목 부분에 끼어 있었고, 땀이 거기에 섞여 목을 긁었다.
쓰러진 습격자 한 명이 카일의 발 가까이 있었다. 갑옷도 없었고, 제대로 된 검도 없었다. 농기구를 고쳐 만든 것 같은 날이었다. 카일은 그것을 내려다봤다. 약탈단이 이런 장비로 호송대를 친다는 것이 이상했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달려든 것이거나, 아니면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거나. 카일은 그 생각을 잠깐 붙잡았다가 놓았다. 지금은 아니었다.
"마차 확인해."
베른 대위가 짧게 말했다. 누구에게 한 말인지 지정하지 않았다. 카일과 레오가 동시에 움직였다.
마차 덮개는 화살 한 대가 비스듬히 박힌 채였다. 카일이 화살을 뽑고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손이 빠르지 않았다. 매듭이 안쪽에서 묶인 방향으로 되어 있어서였다. 안에서 묶인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설계된 것인지, 카일은 잠깐 손을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덮개가 걷혔다.
처음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짚 더미와 거친 삼베 자루들 사이에 작은 형체들이 있었다. 형체가 움직이지 않아서 카일은 순간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일 구석에 몸을 웅크린 아이가 눈을 뜨고 카일을 봤다. 눈이 컸다. 여섯 살이나 일곱 살쯤 됐을 것이었다. 그 옆에도 있었다. 더 작은 애였다.
"씨발."
레오가 낮게 말했다. 욕이라기보다 숨이 새는 것 같은 소리였다.
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이 덮개를 잡은 채 멈춰 있었다. 아이들은 다섯이었다. 모두 삼베로 묶여 있었다. 손목이 아니라 발목이었고, 발목에 묶인 끈은 짐칸 기둥에 이어져 있었다. 끈이 팽팽했다. 아이들이 버티다가 포기한 흔적이 끈의 방향에 남아 있었다. 카일은 그것을 봤다. 보지 않으려 했지만 봤다.
그리고 발목 위, 손목 안쪽에 흔적이 있었다. 아이들의 팔 색이 어두워서 처음에는 때인 줄 알았다. 카일이 가장 가까이 있는 아이의 손목을 잡아당겨 봤다. 아이가 움찔했다. 카일은 손을 놓지 않았다. 손목이 차가웠다. 마차 안에 오래 있었던 차가움이었다.
낙인이었다.
카일은 자기 왼쪽 손목을 봤다. 소매 아래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형태가 머릿속에 있었다. 쇠를 달구는 냄새가 코 끝에 되살아났다. 달궈진 쇠가 살에 닿던 순간의 소리. 카일은 그 소리를 잊은 적이 없었다. 잊으려고 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똑같아."
레오가 카일의 왼쪽 소매를 슬쩍 봤다. 확인하는 눈이었다.
"네 것이랑."
카일이 레오를 봤다. 레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먼저 끊지 않았다. 그 차이가 뭘 의미하는지 카일은 당장은 알 수 없었다. 레오가 이 낙인에 대해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베른 대위가 마차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카일은 반사적으로 덮개를 당겨 닫으려 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고, 반 박자 뒤에 왜 그랬는지를 생각했다. 아이들을 감추려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본 것을 감추려 한 것인지.
대위의 발소리가 마차 바로 옆에서 멈췄다. 카일은 덮개를 잡은 손을 그대로 뒀다. 열지도 닫지도 않은 채였다.
"이상 있나."
대위가 물었다. 물음표가 있는 문장인지 없는 문장인지 구분이 안 됐다.
카일은 대위를 봤다. 대위의 표정은 달라진 게 없었다. 습격이 있기 전과 같은 얼굴이었다. 마차 덮개 쪽으로 시선이 한 번 왔다가 다시 카일에게 돌아왔다. 그 시선이 덮개 위에 머문 시간이 얼마였는지 카일은 정확히 셀 수 없었다. 짧았다. 너무 짧았다.
"없습니다."
카일이 말했다.
대위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돌아섰다. 카일은 그 뒷모습을 봤다. 대위의 어깨가 굳어 있었다. 카일은 그것이 전투 직후의 긴장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를 판단하지 못한 채 시선을 내렸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멀어지는 속도가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레오가 옆에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차 안에서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작고 고른 소리였다. 울지 않는 게 이상했다. 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미 배운 아이들이었다.
카일은 손목을 쥐었다. 낙인이 있는 쪽이었다. 뜨겁지 않았다. 그런데 뜨거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