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홈 목록 ☰
[S1-8화]

웃음 뒤에 남은 것

작성: 2026.04.14 10:48 조회수: 3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금요일 오전, 아르덴 1층 로비는 체크아웃 손님들로 짧게 붐볐다가 금세 조용해졌다. 서린은 체크인 데스크 뒤편에 서서 그 흐름을 보고 있었다. 어제 발표가 났고, 오늘 아침 미디어 문의가 열여섯 건 들어왔다. 숫자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기분이 좋지 않냐고 지민이 물었을 때, 서린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커피가 식어서'라고 답했다. 지민은 '아, 그렇구나' 하고 넘겼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게 이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민이 노트북을 안고 2층 사무실로 올라가고 나서, 서린은 데스크 아래 서랍에서 어제 저녁 출력해 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배성재 측 법인 명의로 들어온 메일이었다.

'아르덴 협업 관련 사후 조율 미팅 요청.'

발신 시각은 어젯밤 열한 시 사십 분. 발표가 끝난 지 여덟 시간도 안 됐을 때였다. 서린은 그 시각을 다시 읽었다. 사후 조율. 그게 무슨 뜻인지 배성재는 설명하지 않았다. 종이를 접으려다 멈췄다. 손끝이 모서리에서 잠깐 머뭇거렸다. 어젯밤 이 종이를 보면서도 답장을 보류한 건 뭔가 이상하다는 감각 때문이었다. 그 감각이 오늘 아침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로비 창문 바깥으로 빗방울이 조금씩 유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서린은 커피잔을 다시 들었다. 완전히 식어 있었다.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데, 1층 입구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체크아웃 손님이 아니었다. 도윤이었다. 새벽부터 주방을 돌았는지 셔츠 소매가 한쪽 걷혀 있었고, 손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행주가 들려 있었다. 서린과 눈이 마주쳤을 때, 도윤이 먼저 시선을 내렸다. 그것도 이상했다.

서린이 메일 종이를 건네자 도윤은 서서 읽었다. 표정이 별로 바뀌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어젯밤에 이미 봤어요."

서린이 잠깐 말을 멈췄다.

"직접요?"

"네. 열두 시쯤 배성재 측 번호로 문자가 왔어요. 오늘 오전 아르덴으로 찾아오겠다고."

서린은 종이를 다시 내려다봤다가 들었다.

"그걸 지금 말하는 거예요?"

도윤이 행주를 접으며 말했다.

"오전에 직접 와서 만났어요. 로비 라운지에서 삼십 분 정도."

잠깐 사이에 로비의 소리들이 서린의 귀에 유독 크게 들어왔다. 캐리어 바퀴 소리, 엘리베이터 도착음, 누군가의 전화 목소리. 서린은 자신이 그 삼십 분 동안 2층 사무실에서 미디어 문의 답변을 분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같은 건물 안에 배성재가 와 있었고, 도윤은 혼자 그를 만났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천천히 내려앉았다. 서린은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렸다. 빗줄기가 조금 굵어져 있었다.

"왜 말 안 했어요. 오기 전에."

도윤은 대답 대신 잠깐 서린의 눈을 봤다.

"말했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서린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막았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함께 들어갔을 것이다. 도윤은 그걸 알고 혼자 간 것이다. 그 계산이 서린을 배려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방식으로 판을 먼저 읽은 것인지,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서린은 종이를 데스크 위에 내려놓았다.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났다.

"뭐라고 했어요, 배성재가."

"다음 시즌 메뉴 기획을 배성재 측 연결 브랜드와 공동 진행하자고요. 아르덴 이름을 붙여서."

도윤이 말을 이었다.

"아르덴 재개장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기 브랜드 론칭에 아르덴을 끌어다 쓰는 구조였어요."

서린은 그 문장을 한 번 더 정리했다. 배성재는 아르덴 협업 발표를 자기 다음 수를 위한 발판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발표 다음 날 아침, 직접 찾아와서. 그리고 도윤을 먼저 만났다. 서린은 자신이 어젯밤 그 메일을 받고도 오늘 아침까지 답장을 보류한 이유를 떠올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감각은 있었다. 그런데 도윤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는 건 몰랐다.

"거절했어요?"

"당연히요."

도윤이 행주를 카운터에 내려놨다.

"근데 배성재가 나가면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서린 씨는 잘 있냐'고."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배성재가 서린의 이름을 꺼낸 방식. 안부를 묻는 척이지만 도윤에게 남기는 말. 자신이 서린과 어떤 관계인지 확인시키는 방식. 서린은 아버지 이름이 잠깐 머릿속을 스쳤다가 사라지는 걸 억눌렀다. 배성재가 아르덴을 드나들던 시절, 아버지가 그를 어떻게 대했는지. 그 기억은 아직 선명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꾸 가장자리에서 어른거렸다. 서린은 손을 데스크 가장자리에 짚었다. 차가운 나무 모서리의 감촉이 손바닥 아래로 전해졌다.

"소희가 봤어요, 배성재가 들어오는 거."

도윤이 덧붙였다.

"연회장 꽃 작업 중이었는데 마주쳤나봐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서린은 계단 쪽을 향해 한 걸음 뗐다가 멈췄다. 소희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건 전부터 느꼈다. 도윤 스캔들. 배성재. 그 사이 어딘가에 소희가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오늘 배성재를 직접 봤다면, 소희가 버티는 시간이 이제 많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서린은 발을 다시 제자리로 돌렸다. 지금 올라가서 물어봐야 할까. 아니면 소희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서린 씨."

도윤이 불렀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내가 먼저 만난 거, 잘못한 거 알아요. 근데 배성재가 서린 씨 앞에 오는 걸 내가 먼저 막아야 할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서린 씨한테 뭘 원하는지 아직 다 모르지만."

서린은 도윤을 봤다. 그의 눈에 변명의 기색이 없었다. 설명을 마친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질문을 기다리는 표정이기도 했다. 고맙다는 말도, 왜 그랬냐는 말도 바로 나오지 않았다. 두 가지가 동시에 목구멍 근처에서 걸렸다. 도윤이 먼저 막으려 했다는 것과, 그 결정을 혼자 내렸다는 것. 두 사실이 같은 무게로 서린 안에 앉아 있었다. 결국 서린이 꺼낸 말은 다른 것이었다.

"다음에는 말해줘요. 오기 전에."

짧았다. 도윤이 잠깐 서린의 얼굴을 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짧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로비 어딘가에서 전화 벨이 한 번 울렸다가 끊겼다. 도윤이 먼저 시선을 거뒀고, 서린은 그제야 자신이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오후에 지민이 연회장에서 소희를 마주쳤을 때, 소희는 평소와 달리 꽃 정리를 마치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지민이 "뭐 생각해요?" 물었더니 소희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나중에 말할 게 생기면 서린 씨한테 먼저 말할게요." 지민이 그 말을 서린에게 전하면서 덧붙였다. "무슨 뜻이에요? 나한테 말하면 안 된다는 건가, 아니면 뭔가 있다는 건가." 지민의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호기심이 반반 섞여 있었다. 서린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가 없었다.

서린은 창문 쪽을 봤다. 빗물이 조금씩 스미고 있었다. 소희가 배성재를 봤다. 소희가 알고 있는 것이 있다. 그리고 도윤은 오늘 혼자 배성재를 막으려 했다. 이 세 가지가 한 줄로 연결되는 날이 이제 멀지 않다는 감각이 손끝까지 내려왔다. 서린은 창문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오늘 도윤이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을 아직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 말이 내일도 이렇게 걸려 있을지, 내일은 다를지. 서린은 그것도 아직 몰랐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