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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9화]

소희가 먼저 입을 열기 전에

작성: 2026.04.15 23:06 조회수: 3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토요일 오전, 아르덴 1층 플로리스트 작업실에서는 아직 꽃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소희가 드라이플라워 묶음을 내려놓으며 서린 쪽을 흘끗 봤다. 서린은 창가 의자에 앉아 커피를 손에 쥔 채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있었다. 컵은 이미 식어 있었다.

"어제 잠 못 잔 거 티 나요."

소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서린은 컵을 내려놓으며 "얼굴이 그렇게 보여?" 하고 물었고, 소희는 대답하는 대신 가위를 집어 줄기 끝을 잘라냈다. 작업실 안에는 가을 국화 냄새와 오래된 나무 선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서린이 이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소희는 묻지 않고, 서린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이 작업실에는 있었다. 오늘은 그 침묵이 조금 달랐다.

서린은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혀끝에 남았다. 창밖으로 아르덴 뒤뜰이 보였다. 바람이 없는 날이었는데도 나뭇가지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배성재 씨 방문 건,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서린이 먼저 물었다. 소희는 가위질을 멈추지 않았다.

"목요일 아침이요. 일찍 출근했는데 로비에서 엘리베이터 타는 거 봤어요. 처음엔 그냥 투숙객인가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나한테 바로 말하지 그랬어."

"서린 씨가 발표 준비로 바빴잖아요. 그리고……"

소희가 잠깐 멈췄다.

"도윤 씨가 혼자 올라갔거든요. 막으러 간 건지 받으러 간 건지, 그게 확실하지 않아서요."

서린은 그 말의 온도를 한 박자 천천히 소화했다. 막으러 갔는지 받으러 갔는지. 어제 도윤이 직접 설명했고, 서린은 그 말을 완전히 의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믿는 것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감각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었다. 도윤이 말하는 방식은 늘 그랬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전부를 말하는 것 같지도 않은. 그 여백이 서린을 자꾸 멈추게 했다.

"소희야."

"네."

"도윤 씨 스캔들 얘기. 예전에 알고 있다고 했잖아. 그거 지금 말해줄 수 있어?"

소희의 손이 잠깐 멈췄다. 꽃대 끝이 허공에 걸려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서린을 봤다. 표정에는 무언가를 결정하려는 사람의 미묘한 긴장이 있었다. 서린은 그 표정을 읽으면서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지금 말하면, 서린 씨가 도윤 씨한테 바로 확인하러 갈 것 같아서요."

"그게 나쁜 거야?"

"나쁜 건 아닌데."

소희가 꽃대를 내려놓았다.

"타이밍 문제예요. 지금 도윤 씨가 팝업 준비로 가장 예민한 시기잖아요. 이게 잘못 전달되면……"

"소희야."

서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 보호하려는 거야, 도윤 씨 보호하려는 거야."

소희가 잠시 입을 닫았다. 창밖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르덴 뒤뜰의 나무가 흔들리는 게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둘 다요. 그리고 저도요."

그 말이 생각보다 솔직해서 서린은 잠시 말을 잃었다. 소희가 다시 가위를 집어 들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아니었는데, 공기의 질감이 조금 바뀐 것 같았다. 서린은 손 위에 올려놓았던 커피잔을 테이블 끝으로 밀었다. 더 마실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고,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배성재 씨가 도윤 씨 스캔들 당시에도 움직였어요."

소희가 줄기를 자르면서 말했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였다.

"직접적인 건 아니었는데. 누군가한테 정보를 흘리는 경로가 있었고, 그 끝이 배성재 씨 쪽이었어요. 제가 확인한 건 그것까지예요. 그 이상은 저도 몰라요."

서린은 커피잔을 다시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식은 걸 알면서도 마시려 했다가 멈추는 동작이었다. 배성재가 도윤 스캔들의 정보 경로 끝에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배성재가 아르덴 매각을 밀어붙이기 훨씬 전부터 도윤을 이 판에서 내쫓을 이유를 만들어 왔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지금 도윤을 복귀 카드로 끌어들인 건 서린 자신이었다. 그 생각이 위장 어딘가를 짓눌렀다.

"도윤 씨가 이 사실을 알아?"

"모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의심은 하는데 확인을 못 했거나요."

서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희가 그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갔다.

"바로 가려고요?"

"주방에 있을 거야, 지금."

"서린 씨."

소희의 목소리가 서린의 발을 잡았다.

"이게 도윤 씨가 이미 알고 있는 거라면, 왜 서린 씨한테 먼저 말 안 했는지도 물어봐야 하는 거예요."

서린이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멈췄다. 그 질문의 무게가 손가락 끝으로 내려왔다. 왜 먼저 말하지 않았는가. 그게 배려였는지, 아직 확신이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서린을 판에서 한 발짝 바깥에 두고 싶어서였는지. 어느 쪽이든 서린이 감당해야 할 질문이었다. 소희가 대신 풀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서린은 문을 열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작업실 문을 나오면서 서린은 복도 조명이 평소보다 조금 어둡다는 걸 느꼈다. 주말 오전 특유의 조도였다. 아르덴 복도는 이 시간에 항상 이런 색이었다. 낮은 노란빛이 카펫 위로 길게 누워 있었다. 서린은 그 빛 위를 걸으면서 말을 미리 정리하려다가 그만뒀다. 어떤 말로 시작해도 이 질문은 결국 같은 곳에 닿을 것이었다.

배성재가 예전부터 도윤을 쓰고 버렸다면, 그리고 도윤이 그걸 알면서도 서린에게 전부 말하지 않았다면, 둘 사이의 신뢰라는 것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 건가. 서린은 그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주방 입구까지 내려가는 동안 서린의 발걸음은 빠르지 않았다.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빠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희의 말이 발목을 잡는 것 같았다. 왜 먼저 말하지 않았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그 문장이 계단 한 칸 한 칸마다 다시 들렸다.

주방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안에서 칼 소리와 냄비 바닥 긁히는 소리가 섞여 나왔다. 도윤이 혼자 뭔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서린은 문 앞에서 한 박자 멈췄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이 온도를 먼저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소희의 말이 귓속에서 다시 돌아왔다. 왜 먼저 말하지 않았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서린이 문을 밀었다.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손에는 국물 맛을 보려던 숟가락이 들려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 박자 서로를 봤다. 도윤의 시선이 서린의 얼굴을 한 번 훑었다. 무슨 표정인지 읽으려는 것 같기도 했고, 이미 읽은 것 같기도 했다.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왔어요? 먹고 갈 거예요?"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윤의 눈에서 무언가가 잠깐 흔들렸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그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서린은 그 동작을 보면서 한 걸음 더 들어섰다.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이 창 쪽으로 흘렀다. 주방 안은 따뜻했다. 그 온도가 이상하게 낯설었다.

"무슨 얘기 들었어요."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서린은 그 사실을 천천히 소화하면서 주방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섰다. 도윤은 기다리고 있었다. 서린이 무슨 말을 들고 왔는지 이미 짐작하는 얼굴이었다. 그 짐작이 맞다는 것 자체가 서린에게는 또 하나의 답이었다.

"배성재 씨가 그 스캔들 때도 움직였다는 거. 알고 있었어?"

도윤이 대답하기 전에 잠깐의 정적이 주방 안을 채웠다. 냄비가 보글거리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선명하게 들렸다. 도윤의 손이 조리대 위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서린은 그 손을 보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도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 서린의 전화기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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