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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7화]

닫힌 셔터 앞에서

작성: 2026.03.12 21:36 조회수: 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침 일곱 시, 민주는 습관처럼 현관문을 나섰다. 손에는 가게 열쇠가 아니라 편의점 봉투가 들려 있었다. 삼각김밥 두 개, 컵커피 하나. 세탁소를 열 수 없는 날의 아침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가벼워서 오히려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셔터가 내려간 가게 앞을 지나칠 때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철제 셔터 아래로 누군가 비닐봉지를 끼워놓았다. 민주는 허리를 굽혀 꺼냈다. 안에는 접힌 종이 한 장과 와이셔츠 한 벌이 들어 있었다.

종이에는 볼펜으로 '민주씨 가게 열면 이거 다림질 부탁해요. 급하진 않아요. 건강하세요 — 3층 김사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민주는 와이셔츠를 펼쳐봤다. 깃 부분에 볼펜 자국이 있었다. 볼펜 자국은 다림질로 안 지워지는 건데, 김사장은 매번 그걸 잊었다. 민주는 와이셔츠를 다시 접어 봉지에 넣으며 웃었다. 웃음이 끝나자마자 코끝이 시큰했다.

집에 돌아오니 준수의 방문이 닫혀 있었다. 신발장 위에 준수의 운동화가 없었다. 또 나갔구나. 민주는 아들의 스케줄을 머릿속으로 더듬었다. 화요일은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수업이 없는 날 아침에 운동화를 신고 나간다는 건 아르바이트를 간다는 뜻이었다. 민주는 그 사실을 모르는 척하기로 한 지 이미 열흘이 넘었다. 식탁 위에 삼각김밥을 하나 놓고, 포스트잇에 '냉장고 넣어두지 마. 바로 먹어'라고 썼다.

열한 시쯤 명자가 왔다. 초인종도 안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민주가 문을 여니 명자는 이미 실내화를 벗고 있었다. 손에는 갈색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거, 어제 밤에 찾느라 죽는 줄 알았어."

명자는 식탁에 봉투를 탁 내려놓았다. 민주는 커피를 내리면서 물었다.

"그게 뭔데요, 명자 언니."

"건물 보험이잖아. 내가 말했잖아, 복잡하다고. 진짜 복잡해. 나도 다 못 읽었어." 명자는 봉투에서 서류 뭉치를 꺼냈다. 클립이 세 군데 찍혀 있었고, 포스트잇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명자 글씨로 '이거 뭐야?', '확인!', '모르겠음'이라고 적힌 것들이었다. 민주는 피식 웃었다. 명자의 메모 방식은 늘 이랬다. 모르는 것에 느낌표를 붙이고, 아는 것에 물음표를 붙였다.

민주는 커피잔 두 개를 식탁에 놓고 서류를 펼쳤다. 첫 장은 건물 화재보험 증권이었다. 계약자란에 '박명자'가 아닌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민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언니, 이 이름 누구예요? 박…태식?"

명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커피잔을 입에 가져갔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우리 형부. 죽은 형부." 명자는 그 문장을 너무 빨리 말했다. 마치 빨리 말하면 가벼워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건물이 원래 형부 명의로 보험에 들어 있었어. 형부가 돌아가시고 나서 명의 변경을 해야 했는데, 그게……" 명자는 말끝을 흐렸다. 민주는 기다렸다. 명자가 말끝을 흐릴 때는 다음 말이 진짜였다.

"솔직히, 그때 내가 정신이 없었어. 장례 치르고, 건물 관리 넘겨받고, 세입자들 월세 정리하고. 보험 명의 바꾸는 건 계속 미뤘지. 그러다 갱신 시기가 지나버린 것 같기도 하고……" 명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 복잡하다고 한 거야."

민주는 서류를 천천히 넘겼다. 두 번째 장에는 특약 목록이 있었다. 화재, 폭발, 풍수재—그리고 '급배수 설비 파손에 의한 수손'이라는 항목 옆에 체크 표시가 있었다. 민주의 손가락이 멈췄다. 자기 보험 증권에는 비어 있던 바로 그 칸이었다.

"언니 건물 보험에는 수손이 들어 있네요."

"그래? 어디?" 명자가 몸을 기울였다. 민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형부가 꼼꼼한 사람이었어. 보험은 형부가 다 했거든."

민주는 한참 서류를 들여다봤다. 명의가 돌아가신 형부 앞으로 되어 있다면, 이 보험이 지금도 유효한 건지 아닌 건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보험료는 누가 내고 있었을까. 자동이체가 계속 빠져나갔을까, 아니면 어느 시점에 끊겼을까. 민주는 질문이 줄줄이 떠올랐지만, 명자의 얼굴을 보니 차마 한꺼번에 쏟아낼 수가 없었다. 명자는 형부 이름이 적힌 서류를 바라보며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 손이 살짝 떨리는 걸 민주는 봤다.

"언니, 이거 같이 정리하면 되죠. 천천히."

명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를 훌쩍였다. "어휴, 커피가 써서 그래." 민주는 모른 척했다. 이 동네에서 모른 척은 가장 따뜻한 예의였다.

오후 세 시, 민주는 혼자 세탁소 앞에 다시 나갔다. 수리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배관 교체 견적이 나왔는데, 전화로 듣기엔 숫자가 너무 컸다. 민주는 메모를 했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글씨는 또박또박했다. 견적서를 받으면 명자에게도 보여줘야 했다. 건물주 보험이 살아 있다면 배관 수리비 일부라도 나올 수 있을까. 하지만 명의가 그 상태라면, 보험사에 연락하는 것 자체가 일이 될 터였다.

셔터 앞 시멘트 바닥에 아까 김사장이 놓고 간 봉지가 그대로 있었다. 민주는 봉지를 들고 셔터에 등을 기댔다. 철판이 등에 닿자 차가웠다. 이 셔터를 올리지 못한 게 나흘째였다. 하루 매출이 보통 이십오만 원에서 삼십만 원 사이. 나흘이면 백만 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었다. 민주는 눈을 감았다. 대비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랐다. 그건 미래를 위한 말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을 버티기 위해 과거의 내가 해뒀어야 할 일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니 준수가 서 있었다. 검은 티셔츠에 앞치마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카페 아르바이트. 민주는 앞치마 자국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 여기서 뭐 해."

"바람 쐬러 왔지."

준수는 셔터 앞 봉지를 봤다. 안에 든 와이셔츠와 메모를 꺼내 읽었다. 3층 김사장. 준수는 메모를 접어 봉지에 다시 넣었다.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렸다. 민주는 아들의 귀가 빨개진 걸 봤다. 준수는 귀부터 우는 애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감기 걸리겠다. 들어가."

준수가 먼저 걸었다. 민주는 봉지를 들고 아들 뒤를 따랐다. 두 사람 사이에 세 걸음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민주는 그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준수도 넓히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민주는 명자가 두고 간 서류를 다시 폈다. 특약 목록 아래, 작은 글씨로 '피보험자 변경 시 사전 통보 의무'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 옆에 명자 글씨로 '이거 뭐야?'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민주는 볼펜을 들어 그 옆에 자기 글씨를 하나 더 붙였다. '같이 알아보자.' 그리고 서류 첫 장의 박태식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돌아가신 사람의 이름 위에 보험이 걸려 있고, 그 보험 아래에 이 건물의 모든 세입자가 서 있었다.

민주는 서류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형부, 꼼꼼하셨다면서요. 그럼 이것도 어디 적어두셨겠지."

대답은 없었다. 대신 부엌에서 준수가 삼각김밥 포장 뜯는 소리가 났다. 바로 먹으라고 했더니 진짜 바로 먹고 있었다. 민주는 그 소리를 들으며 서류 봉투를 식탁 한쪽에 가지런히 세워두었다. 내일은 보험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봐야 했다. 명의가 이 상태인 계약이 아직 살아 있는지, 누가 보험료를 내왔는지, 그리고 이 건물 배관의 17년 전 시공 기록이 어디 남아 있는지. 질문은 많았고, 답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민주는 처음으로 질문을 적어두었다. 그것만으로도 셔터를 올리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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