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 메인 홈 목록 ☰
[S1-6화]

빈칸의 무게

작성: 2026.03.12 21:13 조회수: 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침 일곱 시에 눈이 떠지는 건 몸이 기억하는 시간이다.

민주는 이불 속에서 천장을 보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셔터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아침은 생각보다 무겁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이 없으니까, 온몸이 물 빠진 빨래처럼 축 늘어졌다. 옆방에서 준수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자는 척인지 진짜 자는 건지, 민주는 모른 척 일어났다.

부엌에 서니 싱크대 아래 수건이 눈에 밟혔다. 사흘 전부터 거기 깔아둔 건데, 이제 축축하지도 않다. 물은 멈췄지만 세탁소 안쪽 벽은 아직 마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젯밤 건물 관리인이 보낸 문자—'내부 건조 확인 후 영업 재개 가능'—를 떠올리며 민주는 커피를 끓이다 말고 식탁에 앉았다.

식탁 위에 준수가 어젯밤 꺼내놓은 서류 봉투가 있었다. 보험 증권, 그리고 그 옆에 펼쳐진 세탁소 임대차 계약서.

"엄마, 밥 뭐야."

준수가 잠옷 바람으로 나왔다. 머리가 한쪽으로 눌려 있었다. 민주는 대답 대신 냉장고를 열었다. 계란 네 개, 두부 반 모, 김치. 준수가 식탁 위 서류를 힐끗 보더니 의자를 빼고 앉았다.

"그거 다 봤어?"

민주가 계란을 깨며 물었다. 준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대신 봉투에서 보험 증권 사본을 꺼내 식탁 가운데 놓았다. 접힌 자리가 여러 번 펴졌다 접혔다 한 흔적이 있었다.

"여기 보면, 특약 항목에 누수 피해 있는데." 준수가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근데 이 칸이 비어 있어. 가입할 때 체크를 안 한 건지, 아니면 나중에 빠진 건지."

민주는 프라이팬 위에서 계란이 지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들의 손끝을 봤다. 손톱이 짧게 깎여 있었다. 언제 저렇게 깎았지. 예전엔 물어뜯기만 했는데.

"그건 내가 알아볼게."

"엄마가 알아보면 또 혼자 다 하잖아."

"혼자 다 하는 거 아니고, 내 가게 내가 알아보는 거지."

준수가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반항인지 양보인지 민주는 판단하지 않았다. 계란후라이 두 개를 접시에 올리고, 두부를 잘라 간장을 뿌렸다. 준수가 젓가락을 들기 전에 한마디 더 했다.

"근데 엄마, 이 증권 말고 건물 전체 보험도 따로 있을 거 아니야. 건물주가 드는 거."

민주의 젓가락이 멈췄다.

건물 전체 보험. 그건 명자 쪽 이야기였다. 민주는 세탁소 안의 재산—기계, 세탁물, 집기—에 대해서만 자기 보험을 들었다. 건물 자체의 누수, 배관, 벽체 문제는 건물주의 영역이다. 그런데 명자가 그 보험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건 명자 아줌마한테 물어봐야 하는 건데."

"물어봐."

"네가 참 쉽게도 말하네."

민주는 웃지 않았지만 목소리에 가시가 없었다. 준수도 그걸 알았는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열 시쯤, 민주는 세탁소 앞에 섰다. 셔터는 닫혀 있었다. 셔터 앞 화분 옆에 비닐봉지가 하나 걸려 있었다. 단골 이모—이름은 모르고 '수선 이모'라고만 부르는—가 맡긴 블라우스였다. 봉지에 메모가 붙어 있었다.

'민주야 급하지 않아 천천히 해줘. 힘내.'

민주는 메모를 떼어 주머니에 넣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는데, 추워서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스스로도 몰랐다.

"어머, 민주 씨 여기 있었어?"

명자가 상가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하나를 민주에게 내밀었다.

"안 사도 되는데."

"내가 마시려고 두 잔 뽑은 건데 하나가 남아서 그래."

거짓말인 걸 둘 다 알았다. 민주는 커피를 받았다. 명자가 셔터를 올려다보며 혀를 찼다.

"관리인이 뭐래? 언제 열 수 있대?"

"내부 건조 확인되면. 오늘 오후에 한 번 더 본다고."

"건조가 뭐 그리 오래 걸려. 내가 선풍기 갖다 놓으라 그럴까."

민주는 고개를 저었다. 명자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슬쩍 말을 꺼냈다.

"민주 씨, 나 하나만 물어볼 게 있는데. 이번에 누수 피해 보상 청구할 거지?"

"알아보는 중이에요."

"그게, 이 건물 원래 시공할 때 배관을 좀 이상하게 넣었어. 십칠 년 전 일이야. 그때 건물 보험을 어떻게 들었는지 나도 정확히는…"

명자가 말끝을 흐렸다. 커피 뚜껑을 만지작거렸다.

민주는 명자의 얼굴을 봤다. 평소의 호탕함이 빠져 있었다. 입꼬리가 살짝 내려가 있었다.

"명자 씨, 건물 화재보험 유지하고 계신 거 맞죠?"

"당연하지. 매년 내고 있어."

명자가 빠르게 대답했다. 너무 빠르게.

"그럼 특약 사항에 누수 담보가 포함돼 있는지 한번 확인해주실 수 있어요? 내 쪽 증권에는 빈칸이 있어서."

명자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찾아볼게. 서류가 집에 있을 거야. 아마."

'아마'라는 단어가 공기 중에 남았다. 민주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닫힌 셔터의 자물쇠를 한 번 만져보았다. 차가웠다. 이 자물쇠를 채운 건 자기 손이었다. 열쇠는 주머니에 있었다. 열 수 있는데 열지 못하는 문 앞에 서 있다는 게, 이렇게 묘한 기분일 줄은 몰랐다.

오후 세 시, 집에 돌아온 민주는 식탁에 다시 앉았다. 보험 증권을 펼쳤다. 빈칸. 준수가 짚었던 그 줄. 화재로 인한 간접 피해—수손(水損)—특약. 체크가 안 되어 있었다.

가입 당시 설계사가 설명을 했는지, 자신이 빼달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 년 전 여름이었다. 세탁소 보증금 마련하느라 정신없던 때. 보험료를 천 원이라도 줄이려고 이것저것 뺐던 것 같기도 하고.

준수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운동화에 흙이 묻어 있었다. 어디 갔다 온 거냐고 묻지 않았다. 준수가 먼저 말했다.

"엄마, 나 오늘 도서관 갔다가 보험 민원 상담 번호 하나 찾았어. 무료래."

"네가 왜 그런 걸 찾아."

"엄마가 안 찾으니까."

민주는 아들을 보았다. 준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열아홉 살 아들의 눈에 뭐가 들어 있는지—걱정인지, 답답함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민주는 읽을 수 있었다. 자기 눈에도 그게 들어 있으니까.

"고마워."

한 마디가 어렵지 않은데,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데 삼 초가 걸렸다.

준수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민주는 아들이 놓고 간 메모지—번호와 '무료 상담, 평일 10-5'라고 적힌—를 보험 증권 옆에 나란히 놓았다.

빈칸 하나가 만든 구멍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아직 모른다. 명자가 '아마'라고 말한 건물 보험 서류가 진짜 있는지도 아직 모른다.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이상하게 사흘 전보다는 덜 무서웠다. 혼자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가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저녁, 명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민주 씨, 건물 보험 서류 찾았는데… 내일 가게 앞에서 볼래? 좀 복잡해.'

민주는 답장을 치다가 멈췄다. '복잡해'라는 세 글자가 눈에 걸렸다. 셔터는 내일도 닫혀 있을 텐데, 그 앞에서 또 하나의 문이 열릴 것 같았다.

열고 싶지 않은 문이.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