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하가 잡은 자리는 운주성 안쪽 골목에 있는 작은 술집이었다. 간판도 없이 문틀에 붉은 천 하나를 걸어 둔 곳이었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낮은 천장에서 기름 냄새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탁자는 넷, 손님은 서진해 일행뿐이었다. 주인 여자가 술사발을 먼저 내오고, 그 뒤를 이어 구운 고기와 절인 채소가 들어왔다. 담소령이 냄새를 맡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집 간장 냄새가 이상하네. 발효를 너무 길게 했거나, 아니면 항아리를 오래 못 씻었거나."
서진해는 그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코를 벌름거렸다. 실제로 뭔가 탁한 냄새가 섞여 있기는 했다. 윤세하는 가볍게 웃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을 테니 오늘은 음식 탓을 좀 봐주게, 소령 씨."
담소령은 그래도 젓가락을 들었다. 서진해도 따라서 집었다. 그러나 입 안에서 고기가 제 맛을 내지 못했다. 윤세하가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가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문제는 사형이 어디서부터 꺼낼 것인가였다. 서진해는 젓가락을 쥔 채 탁자 모서리를 한 번 훑었다. 나무가 낡아서 결이 일어나 있었다. 손끝에 거친 감촉이 닿았다.
윤세하는 서두르지 않았다. 술 한 잔을 마시고, 고기를 씹고, 담소령이 간장 얘기를 한 번 더 꺼내는 것을 들어 주고 난 뒤에야, 소매 안에서 접힌 종이 몇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서진해는 그것을 보는 순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디서 난 겁니까."
짧게 물었다. 윤세하는 종이를 펴지 않고 그 위에 손을 얹은 채 대답했다.
"무림맹 순찰대가 운주성 지부에 보관하던 문서의 사본이네. 진짜 원본은 맹주부 문서고에 있겠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담소령이 먼저 손을 뻗었다. 윤세하는 막지 않았다. 그녀가 종이를 펼치는 소리가 기름 냄새 사이로 또렷하게 났다. 서진해는 그 옆에서 눈을 내려 글씨를 읽었다. 청문파(靑門派). 사파 흑연루(黑鳶樓)와 내통, 무림맹 기밀 문서 유출 및 금서 은닉 혐의. 조사 결과 혐의 사실 확인, 즉시 처분 권고. 문장은 딱딱하고 건조했다. 관청 문서 특유의 냄새, 사람의 목숨을 단어 몇 개로 처분하는 그 냄새가 종이에서 올라왔다. 서진해는 숨을 고르려 했지만 가슴 어딘가가 단단하게 조여들었다. 사부가, 동문들이, 그리고 그 밤에 소리를 지르던 얼굴들이 이 종이 한 장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눈을 들지 않았다. 글자를 다시 한 번 읽었다. 두 번째로 읽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처분 권고. 그 네 글자가 사람 수십 명의 목숨이었다. 서진해는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작성자 이름이 없네요."
담소령이 먼저 말했다. 서진해도 보았다. 문서 말미에는 서명이 들어가야 할 자리가 있었는데, 글자가 긁혀 있었다. 긁어낸 흔적이 너무 깔끔했다. 처음부터 지울 것을 알고 지운 사람의 솜씨였다. 담소령은 종이를 기름 등잔 쪽으로 조금 기울였다. 빛이 옆으로 누우면서 긁힌 면에 미세한 요철이 드러났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인장 자국이 남아 있어. 글자를 긁었어도 도장을 찍은 자국은 못 없앴네."
서진해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윤세하도 시선을 내렸다. 담소령이 손가락 끝으로 그 자국을 짚었다. 인장의 테두리가 반원 형태로 남아 있었고, 그 안에 두 글자의 윤곽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등잔 불꽃이 흔들리자 그림자가 요철 위를 지나갔다. 담소령이 숨을 참으며 눈을 더 좁혔다.
"백(白)… 그리고 이건 결(缺)인 것 같은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등잔 심지가 기름을 빨아들이며 가늘게 소리를 냈다. 서진해는 그 두 글자를 입 안에서 한 번 굴렸다가 삼켰다. 백무결. 무림맹 부맹주, 강호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불리는 사람. 그 이름이 지금 이 더러운 문서의 밑에 인장으로 찍혀 있었다. 깨끗하다는 말이 이렇게 쓰이는 것을 서진해는 처음 보았다. 아니, 처음 실감했다.
윤세하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서진해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사형의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 이름에 이미 익숙한 사람의 손이었다.
"사형은 알고 있었습니까."
물음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운 말이었다. 윤세하는 잠시 침묵했다가 답했다.
"짐작은 했었지. 확신을 얻은 건 이 사본을 손에 넣고 나서였네."
"어떻게 구했습니까."
"그것까지 지금 말해야 하겠나."
부드러운 어조였다. 그러나 그 안에 선이 있었다. 서진해는 그 선을 느꼈고, 더 밀지 않았다. 지금 밀어붙이면 사형이 문서를 다시 접어 넣을 것이고, 그러면 오늘 밤 이 이상 얻을 것이 없었다. 그는 시선을 탁자 위로 내렸다. 종이는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처분 권고라는 글자가 등잔 빛 아래 조용히 빛났다.
담소령이 종이를 탁자 위에 도로 내려놓으며 말했다.
"인장 자국만으로는 증거가 안 돼. 원본이 필요해. 아니면 이걸 뒷받침하는 다른 기록이 있어야 하고."
"맞아."
윤세하가 조용히 동의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진해에게 이걸 보여주는 거야. 잔화심결과 그 의술 편이 함께 있으면, 녹담 사부께서 왜 금서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 사파와 내통한 게 아니라, 무림맹이 봉인한 것의 위험을 막기 위해 의술 편을 완성하려 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거든."
서진해는 그 말을 들으며 손을 무릎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품 안에서 세 가지 무게가 느껴졌다. 잔화심결, 녹담자의 침통, 그리고 담소령이 건네준 종이. 사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이 어디를 향해 뻗어 있는지, 서진해는 아직 끝을 볼 수 없었다. 윤세하가 이 자리를 마련하고, 이 문서를 꺼내고, 이 이름을 보여준 것은 단순히 진실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었다. 사형은 늘 다음 수를 먼저 놓는 사람이었다.
저녁이 끝났다. 담소령이 먼저 일어서며 화장실을 핑계 삼아 자리를 비웠다. 잠시 서진해와 윤세하만 남았다. 술집 안이 조용해졌다. 주인 여자가 안쪽에서 그릇 씻는 소리만 들렸다. 윤세하가 빈 술잔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낮게 말했다.
"사제. 무림맹 문서고에 접근할 방법이 하나 있어.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려면 청문파의 이름을 써야 해. 아직 숨길 생각인가."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윤세하는 더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서진해의 등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사형은 처음부터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골목으로 나왔을 때 바람이 불었다. 장날의 잔해가 발밑에 밟혔다. 짚 조각과 깨진 도기 파편이 뒤섞인 골목이었다. 서진해는 한 발 뒤에 서서 윤세하의 등을 바라보았다. 사형은 걸음이 예나 지금이나 고요했다. 그 고요함이 지금은 낯설었다. 백무결이라는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의 고요함. 그 이름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를 사형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진해는 그것을 묻지 못했다. 물으면 사형이 다시 그 부드러운 선을 그을 것이었고, 그 선 앞에서 자신이 또 멈출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담소령이 골목 입구에서 돌아왔다. 서진해 옆에 서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 인장, 내가 봤을 때 틀리지 않았어. 백무결 맞아."
서진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담소령이 잠깐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아직도 모르겠어?"
서진해는 대답 대신 걷기 시작했다. 발밑에서 도기 파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걸으면서 품 안의 무게를 다시 느꼈다. 이름 하나가 나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름이 나오면 그 이름을 증명해야 했고, 증명하려면 청문파라는 이름을 들어야 했고, 그러려면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먼저 정해야 했다. 사형은 그것을 알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밤 내내. 그 기다림이 배려인지 압박인지, 서진해는 아직 가려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