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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5화]

설명회 날 아침, 균열은 먼저 온다

작성: 2026.04.08 14:31 조회수: 3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설명회 시작은 오전 열 시였다. 선우가 눈을 뜬 건 여섯 시 반이었고, 어머니 가게에서 된장국 끓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 너머로 골목이 보였다. 평소랑 다를 게 없는 아침이었다. 두부 배달 트럭이 좁은 골목 입구에서 경적을 짧게 울렸고, 철물점 주인 할아버지가 셔터를 반쯤 올린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선우는 어제 밤 반쯤 구겨놓은 공동 질의서 초안을 다시 폈다. 여섯 개 항목 중 세 개에는 빨간 펜으로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어머니 오복순은 밥을 차려주면서도 서류 쪽은 보지 않았다. 그게 이제 선우에겐 일종의 신호였다. 어머니가 뭔가를 알고 있거나, 아니면 알고 싶지 않다는 신호. 선우는 숟가락을 들면서 물었다.

"봉수 씨 어제 어땠어?"

복순은 잠깐 멈췄다가 국그릇을 내려놓았다.

"글쎄. 오후에 가게 닫고 어디 나갔더라."

그게 전부였다. 더 물으려다 선우는 참았다. 밥을 세 숟갈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미라는 이미 가게 앞 철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에 커피 종이컵을 들고 있었는데 뚜껑이 없었다. 바람이 불어도 내려놓지 않는 사람 특유의 자세였다. 선우가 다가가자 서미라가 먼저 말했다.

"봉수 씨 아까 가게 문 열었는데, 인사를 안 받아."

선우는 골목 안쪽을 봤다. 최봉수의 건어물 가게 셔터가 절반쯤 올라가 있었다.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기척이 있었다.

"같이 가자."

선우가 말했다. 서미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났다.

건어물 가게 안은 멸치 냄새와 포장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최봉수는 박스 더미 사이에서 재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예순이 가까운 나이인데 손이 빠르고 몸이 낮았다. 선우와 서미라가 들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봉수 씨, 오늘 설명회 같이 가야죠."

서미라가 먼저 꺼냈다.

봉수는 박스 하나를 선반에 올리면서 대답했다.

"나 혼자 가면 안 돼?"

"혼자 가는 거 말리는 게 아니라요."

선우가 들어갔다.

"공동 질의서 서명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어제 회의에서 결론이 안 났잖아요."

봉수가 그제야 돌아봤다. 눈이 피곤해 보였다. 잠을 못 잔 건지, 아니면 무언가를 오래 생각한 건지 구분이 잘 안 됐다.

"서명이 뭘 바꿔. 보상 단가는 이미 나와 있는데."

그가 말했다.

"우리가 거기서 반박해 봤자 저쪽에서 자료 들이밀면 끝이야."

서미라가 팔짱을 꼈다.

"그러면 하나씩 밀리는 거잖아요, 봉수 씨."

"밀리는 게 싫으면 빨리 협상하는 거지. 뭉쳐봤자 시간만 길어지고, 그 사이에 다들 생활이 망가지는 거 내가 제일 잘 알아."

봉수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화가 난 게 아니라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의 말투였다.

선우는 잠시 가게 안을 둘러봤다. 선반 위에 박스들이 빽빽했다. 다음 달 납품 물량을 미리 채워놓은 것 같았다. 가게를 계속 운영할 생각으로 주문을 넣은 사람이, 이미 개별 협상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이다. 그 간격이 어제 하루 사이에 생긴 거라는 게 선우의 눈에 걸렸다.

"어제 저녁에 누구 만났어요?"

선우가 물었다. 직접적으로.

봉수의 손이 잠깐 멈췄다. 아주 짧게.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왜."

"이유가 있으니까 묻죠."

봉수는 선반을 등지고 섰다.

"아는 사람 만났어. 그게 문제야?"

그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공중에 떠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서미라가 선우 옆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선우는 더 밀지 않았다. 지금 밀면 봉수는 완전히 닫힐 것 같았다.

가게를 나오자마자 서미라가 낮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 누군데."

"마틴한테 물어봐야 해."

선우가 걸으면서 말했다.

마틴은 수리점 셔터를 반쯤 올린 채 안에서 오토바이 체인을 손질하고 있었다. 선우와 서미라가 들어서자 고개를 들었고, 손에 기름이 묻어 있었지만 걸레로 닦지 않고 그냥 두었다.

"어제 봉수 씨 가게 앞에서 봤다는 사람, 얼굴 더 기억나는 거 있어?"

선우가 물었다.

마틴은 체인을 내려놓고 잠깐 생각했다.

"키는 보통이고, 점퍼 입었어요. 감색이었나 검은색이었나. 근데 거기서 서 있는 게 이상했거든요. 담배 피우는 것도 아니고, 전화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게 쪽을 보고 있었어요. 한 2, 3분."

"이전에 어디서 봤다고 했잖아."

서미라가 말했다.

마틴이 입술을 짧게 오므렸다.

"현장에서요. 예전에 다른 동네 철거 들어갈 때. 용역 쪽 사람인지, 조합 쪽 심부름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가 말을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근데 그때 그 현장에 있던 사람이 왜 여기 있나 싶어서요."

선우는 그 말을 잠시 붙잡고 있었다. 마틴이 처음 그 얼굴을 목격했다고 했을 때는 어느 현장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지금 처음으로 '다른 동네 철거'라는 말이 나왔다. 어느 동네인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때 골목 입구 쪽에서 자전거 바퀴 소리가 났다. 장하늘이었다. 어깨에 가방을 비스듬히 걸치고, 한 손에는 편의점 봉지를 들고 있었다. 봉지 안에서 캔 음료 두 개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왔다."

하늘이 마틴 수리점 입구에서 발을 멈추고 말했다.

"어젯밤에 조합 공문 다시 뒤졌는데, 이상한 거 나왔어요."

선우가 그쪽으로 돌아섰다. 하늘이 가방에서 출력물 두 장을 꺼냈다. 하나는 조합이 배포한 공식 보상 단가표였고, 하나는 구청 내부 문서에 있던 토지 감정 평가 기준표였다. 두 장을 나란히 펼쳐 보여줬다.

"단가가 달라요. 조합 배포 자료엔 평당 얼마라고 나와 있는데, 구청 기준표에는 그것보다 18퍼센트 높은 수치가 기준으로 잡혀 있거든요."

서미라가 출력물을 가져다 봤다.

"이게 무슨 말이야."

"조합이 주민한테 배포한 단가가 구청 기준 아래로 잡혀 있다는 말이에요."

하늘이 말했다.

"같은 땅인데 주민한테 설명하는 가격이 낮다면, 그 차액은 어딘가에 남는 거잖아요."

가게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마틴이 손의 기름을 이번엔 걸레로 닦았다. 서미라는 출력물을 손에 쥔 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선우는 두 장을 번갈아 봤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숨기면 거짓말이 된다.

"이거 설명회 자리에서 꺼낼 수 있어?"

선우가 하늘에게 물었다.

하늘이 선우를 봤다.

"꺼낼 수는 있어요. 근데 내가 기사로 먼저 내면 설명회에서 조합 측이 준비해서 올 수 있고, 설명회에서 먼저 꺼내면 기사는 그다음이에요. 어떻게 할 거예요?"

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미라가 말했다.

"설명회 먼저야. 기사는 그다음."

하늘이 짧게 웃었다. 동의하는 웃음인지 아닌지는 잘 몰랐다.

골목 끝에서 구청 홍보 차량이 지나갔다. 스피커에서 "오늘 오전 열 시, 주민 설명회가 구청 2층 대강당에서 열립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밝고 사무적이었다. 마틴이 셔터를 조금 더 내리면서 중얼거렸다. "저 목소리는 항상 왜 저렇게 기운차냐."

선우는 공동 질의서 초안을 다시 꺼냈다. 장하늘이 방금 가져온 단가 차이를 마지막 항목 아래에 추가해야 했다. 그러면 여섯 개가 일곱 개가 됐다. 봉수의 서명은 아직 없었다. 설명회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아 있었다. 그 한 시간 반 안에 봉수를 다시 설득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일곱 명 서명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선우는 볼펜 뚜껑을 끼웠다 뺐다 하다가 멈췄다.

어딘가에 차액이 남는다면, 그 돈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면 된다. 그게 지금까지 해온 일이었다. 다만 그 방향 끝에 누구의 이름이 있는지, 오늘 설명회 자리에서 얼마나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는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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