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성 관문은 사람 냄새로 가득했다. 객주들이 끌고 온 수레가 길을 막고, 호위 무사들이 짐짝 사이에서 게으르게 하품을 했다. 서진해는 삿갓을 눌러쓰고 그 행렬 끝에 섰다. 어깨에 맨 보따리 안에는 옷 두 벌과 약초 묶음 몇 개, 그리고 품에 숨긴 것들이 있었다. 잔화심결과, 녹담자의 오래된 침통이었다.
담소령은 서진해보다 반 걸음 앞서 걸으며 관문 위 현판을 올려다봤다.
"운주성 백학루. 막 어르신 말씀대로 이름 하나는 거창하네."
"조용히 하세요."
"아, 왜요. 여기 다 처음 오는 사람들인데. 나만 유독 관문 처음 보는 사람처럼 굴면 오히려 이상하거든?"
서진해는 대꾸하지 않았다. 담소령은 말이 많을수록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 어느 정도는 알았다. 막금산은 두 사람 뒤에서 묵묵히 걸었다. 삭풍객잔을 떠날 때 그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허리춤에 낡은 도집이 붙어 있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관문 앞에서 순서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관졸이 통행패를 확인하고, 수레를 두드려 보고, 이따금 짐을 내리라고 소리쳤다. 서진해는 그 풍경을 멀리서 눈에 담으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운주성은 처음이었다. 청문파가 있던 산에서 이 방향은 사부가 한 번도 허락하지 않은 길이었다. 사부는 늘 북쪽만 가리켰다. 북쪽에는 검이 있고, 남쪽에는 강이 있다고. 강에는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녹담자는 잠깐 말을 멈췄었다.
"잊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지금도 반밖에 모른다는 것이 서진해를 답답하게 했다.
"거기."
관졸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서진해가 고개를 들자, 관졸이 아니었다. 관문 옆 그늘 아래, 기둥에 기댄 사내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회색 직령 포에 검은 띠를 매고, 삿갓 없이 맨얼굴로 서 있었다. 눈이 맑았다. 지나치게 맑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눈이었다.
서진해의 발이 멈췄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사제."
그 한마디가 관문의 소음을 모두 지워버렸다. 서진해는 다섯 해 전 그 목소리를 기억했다. 사형은 언제나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사제. 두 글자가 이렇게 무겁게 들린 적이 없었다.
담소령이 서진해 옆에서 발을 멈추었다. 막금산도 걸음을 세웠다. 세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굳어 있는 사이, 사내가 기둥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걸어왔다. 걸음걸이가 예전과 같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두르지 않아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것처럼.
"살아 있었군."
서진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윤세하가 멈추며 웃었다. 예전에 늘 보던 그 웃음이었다. 청문파 사형제 중 가장 온화하다는 말을 들었던 그 웃음.
"사제도 살아 있었고."
담소령이 둘 사이를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 그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윤세하는 청문파 수제자였다. 멸문의 밤 이후 시신도 찾지 못했고, 죽었다고 생각했다. 오 년 동안 한 번도 살아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지금 이 관문 앞에 서 있었다.
막금산이 낮게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관졸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서진해는 삿갓을 고쳐 눌러쓰고 통행패를 내밀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떨려서는 안 됐다. 관문을 통과하며 서진해는 윤세하의 걸음을 눈 끝으로 쫓았다. 사형은 관졸에게 통행패를 건네며 짧게 웃어 보였다. 관졸이 별 확인도 없이 돌려줬다. 자연스럽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다.
운주성 안쪽 골목은 북적였다. 서진해는 윤세하를 앞세우고 그 뒤를 따르며 말없이 등을 바라봤다. 오 년이 지난 사형의 등은 넓어졌다. 어깨에 힘이 실려 있었고, 발소리에 무게가 있었다. 청문파에서 수련할 때와 달랐다. 그때는 검을 들고 있을 때만 저런 무게가 있었다.
"어디서 왔습니까, 사형."
서진해가 물었다. 존댓말이 나왔다. 사형에게는 늘 그랬다. 윤세하가 돌아봤다.
"찾아다녔지. 사제를."
"오 년 동안요."
"그래."
짧은 대답이었다. 윤세하는 다시 앞을 보며 걸었다. 서진해는 그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뭔가를 더 말하려다 삼킨 자국이 있었다. 목의 근육이 한 번 움직이고 멈췄다. 사람이 말을 참을 때 나오는 작은 움직임이었다.
담소령이 서진해 귀에 가까이 속삭였다.
"저 사람, 왜 눈이 저래요."
서진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관은 백학루와 두 골목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막금산이 방을 두 개 잡았고, 윤세하는 자신의 방이 이미 있다고 했다. 저녁이 되자 다섯이 같은 탁자에 앉았다. 아니, 넷이었다. 막금산은 술을 시키며 윤세하를 한 번 훑어봤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담소령을 불편하게 했는지,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청문파 분이에요? 서진해 씨 사형이라고 하셨으니까."
"그렇습니다."
"살아남으신 게 대단하네요. 저도 청문파 쪽이랑 인연이 좀 있어서. 어떻게 살아남으셨어요?"
윤세하가 잔을 들었다. 잠깐 멈추더니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담소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진해를 봤다. 서진해는 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술이 채워져 있었지만 마시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멸문의 밤은 운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밤이 아니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사부가 직접 자신을 뒷문으로 밀어냈기 때문에 살았다. 그 손의 온도가 아직도 어깨에 남아 있었다.
사형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제."
윤세하가 불렀다. 서진해가 고개를 들었다.
"사부께서 뭔가 남기셨나. 나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거든."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서진해의 손이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잔화심결이 품 안에서 무게를 더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것을 꺼내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도 알았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윤세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서진해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오 년 전 대사형은 거짓말을 들었을 때 눈 끝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 버릇이 지금은 없었다. 사라진 것인지, 숨기는 것인지.
막금산이 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늘은 쉬어라. 백학루는 내일 가도 된다."
자리가 파했다. 서진해는 방으로 돌아와 등잔에 불을 켰다. 보따리를 내려놓고, 품에서 잔화심결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낡은 책자가 등잔 빛을 받아 누렇게 빛났다. 사부의 손때가 남아 있는 표지였다.
살아 돌아온 사형. 그것은 기쁜 일이어야 했다.
그런데 서진해는 왜 이것을 지금 품 안으로 다시 집어넣고 싶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