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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2화]

소문일지도 몰라

작성: 2026.03.12 16:36 조회수: 4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민주는 아침 일찍 세탁소 셔터를 올리며 어젯밤의 뒤척임을 밀어내려 했다. 간판 뒤에서 연기 냄새가 난 건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잠을 설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큰불로 번진 건 아니었다. 오늘도 셔터는 올라가고, 세탁기는 돌아가고, 맡겨 둔 옷은 제시간에 나가야 했다. 생활은 늘 그렇게 사람 마음보다 먼저 움직였다.

철컥.

셔터가 반쯤 올라가자 옅은 그을음 자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기 좋은 흔적은 아니었지만, 당장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심각해 보이지도 않았다. 민주는 빗자루를 세워 둔 채 벽 앞으로 다가갔다. 그을음 아래로 가느다란 선 하나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어제는 정신이 없어 못 본 자국이었다. 전선이 스친 것 같기도 했지만 방향이 묘했다.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긁힌 듯한 선이었다. 손끝으로 짚으려다 민주는 괜히 손을 거뒀다. 만졌다가 더 선명해질 것 같았다. 괜히, 자기가 모르는 이야기가 벽에 먼저 적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상가 입구에서는 벌써 아침 수다가 끓고 있었다. 외식집 아주머니가 김이 나는 국통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저 집, 전기 합선이래. 내가 어제 냄새 맡아 봤는데 딱 그 냄새였어."

떡집 아주머니가 지지 않고 받았다.

"아유, 합선은 무슨. 배수관 쪽이 문제지. 물 새면 그런 탄 냄새 비슷하게 올라온다니까."

"배수관에서 연기 냄새가 왜 나."

"그러니까 내가 비슷하다고 했지, 똑같다고 했어?"

두 사람 다 세탁소 안을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목소리만 컸다. 민주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냥 전선이 좀 탄 것 같아서요. 별일 아니에요."

하지만 설명은 늘 그렇듯 끝까지 가지 못했다. 외식집 아주머니는 이미 다음 사람에게 몸을 틀고 있었다.

"별일 아니라도 그런 게 더 위험한 거야."

민주는 입을 다물었다. 별일 아니라고 말할수록 더 별일처럼 들리는 순간이 있었다. 억울한데, 반박할수록 더 초라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때 박명자가 종이컵 커피를 들고 성큼 다가왔다.

"민주야, 화재보험은 제대로 들어 놨지? 요즘은 불이 조금만 나도 보상 범위 따지느라 사람 진 다 빼놓는다더라."

"보험이야 있지."

"있긴 한데, 제대로가 중요하지. 나중에 '간판은 되고 벽은 안 되고' 이러면 더 속 터져."

명자는 걱정하는 얼굴을 했지만, 그 말투에는 늘 사람을 바짝 세우는 힘이 있었다. 민주는 종이컵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뜨거웠는데 속은 더 서늘해졌다. 보험은 나중 문제였다. 지금 당장은 오전에 찾아갈 와이셔츠와 이불 빨래가 더 급했다. 그런데 명자의 말은 이상하게 귓속에 남았다. 나중 문제라고 미뤄 둔 것들이 꼭 이런 날 한꺼번에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도 하루는 평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민주는 먼저 그 눈이 어디로 가는지 살폈다. 옷걸이인지, 계산대인지, 아니면 천장인지. 중년 남자가 양복 바지를 찾으러 왔다가 무심한 척 물었다.

"어제 여기 무슨 일 있었어요? 밖에서 냄새가 나던데."

"간판 뒤 전선이 좀 탔어요. 정리 중이에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지를 받아 들고 나가기 전에 한 번 더 벽 쪽을 힐끗 봤다. 그 짧은 시선이 괜히 오래 남았다. 손님이 옷보다 불안을 먼저 확인하고 가는 가게가 된 것 같아 민주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오후가 되자 소문은 제 발로 걸어 다녔다. 미용실에서는 드라이기 소리 사이로 "세탁소에 화재가 났대"라는 말이 흘렀고,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가게 앞을 지나며 "불났던 세탁소다" 하고 장난처럼 속삭였다. 한 아이가 유리문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친구에게 말했다.

"여기 폭발한 거 아니야?"

"야, 폭발했으면 건물이 남아 있겠냐."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도망갔다. 민주는 다림판 위에 셔츠를 펴 놓고도 자꾸만 문밖으로 시선이 갔다. 다리미에서 올라오는 김이 오늘따라 더 뜨겁고 답답했다.

치익.

순간 다리미 끝이 셔츠 소매를 스치며 작은 소리를 냈다. 민주는 화들짝 놀라 다리미를 들었다. 다행히 자국은 남지 않았다. 그런데 심장이 먼저 덜컥 내려앉았다. 오늘은 작은 소리 하나에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불이 난 것도 아닌데, 불이 날까 봐 하루 종일 몸을 움츠리고 있는 꼴이었다.

준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문 앞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한 아이가 해맑게 물었다.

"형네 집 왜 불났어?"

준수는 잠깐 표정을 고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소방관이야. 방금 껐어."

"진짜?"

"거짓말하면 귀에서 연기 난다. 가, 숙제해."

아이들은 웃으며 흩어졌지만, 준수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는 웃음이 이미 지워져 있었다. 민주는 카운터 너머에서 그 얼굴을 보고도 선뜻 말을 붙이지 못했다. 아들이 웃는 얼굴로 버티는 법을 너무 일찍 배웠다는 사실이, 고맙기보다 먼저 마음을 저리게 했다.

"밖에서 또 떠들어?"

민주가 묻자 준수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동네가 원래 심심하잖아."

"너까지 신경 쓰지 마."

"엄마가 제일 신경 쓰고 있잖아."

그 말이 툭 던져졌는데도 민주는 괜히 뜨끔했다. 맞는 말인데, 맞는 말이라 더 얄미웠다. 아들 앞에서까지 들킨 것 같았다.

저녁 준비를 앞두고 세탁기에서 꺼낸 손수건 뭉치가 단단히 엉켜 있었다. 민주는 한쪽 끝을 잡아당겼다가 더 조여 버렸다.

"아휴, 왜 이럴 때 꼭 이런 게 나오냐."

준수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실밥을 하나씩 풀어내듯 천천히 엉킨 부분을 헤치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그냥 점검 한번 받자."

민주는 못 들은 척 손수건 다른 쪽을 잡았다.

"받긴 뭘 받아. 조금 탄 건데."

"조금 탄 거면 더 빨리 확인하면 되잖아."

"사람들이 떠드는 거에 다 맞춰 줄 순 없어."

"사람들 때문만이 아니라니까. 엄마도 아까부터 계속 그 자국 보고 있었잖아."

민주는 대답하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싫었다. 틀린 말이 아닌데도, 그걸 인정하는 순간 자기가 겁먹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버티고 있었다.

"점검 부르면 돈 들고, 괜히 일 커질 수도 있어."

"안 부르면 마음이 더 커지잖아."

준수의 말은 조용했지만 이상하게 세게 박혔다. 민주는 젖은 천을 꾹 눌렀다. 물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한참 말이 없던 민주는 결국 손수건 뭉치를 내려놓았다. 여기서 또 미루면, 오늘 하루 내내 자신을 쫓아다닌 불안이 내일은 더 큰 얼굴로 나타날 것 같았다.

민주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마치 누구한테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알았어. 받자. 점검. 내가 전화할게."

그건 단순한 대답이 아니라 결단에 가까웠다. 소문에 끌려가는 게 싫어서 버텼지만, 결국 자기가 선택해서 움직이기로 한 순간이었다. 말은 담담했지만 목소리 끝이 조금 갈라졌다.

준수는 다시 매듭을 풀며 짧게 말했다.

"내가 같이 있을게."

그 한마디에 민주의 속이 울컥했다. 하루 종일 남의 말에 시달렸는데, 그제야 처음으로 숨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대신 해결해 주는 건 아니어도, 혼자만 버티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사람을 조금 덜 무너지게 했다.

그때 우체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님, 우편 왔어요."

민주는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고 봉투를 받았다. 겉면에는 '소방점검 사전 통지서'라고 적혀 있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서 웃음도 안 나왔다. 준수가 봉투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잘된 거네. 어차피 받으려던 거."

민주는 아무 일도 아닌 척 봉투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어느새 옆으로 와 있던 명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뭐 왔어? 점검 나와?"

"사전 통지서래."

"거봐. 이참에 새 간판도 달고 안도 좀 손봐. 손님들 눈에 달라 보여야 소문도 가라앉아."

"응, 생각해 볼게."

짧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한숨이 먼저 났다. 명자의 말은 늘 그랬다. 틀린 것도 아닌데 그대로 듣기엔 버거웠다. 도움이 되는 말과 참견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명자는 그 한 장을 자주 넘나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상하게 그 말이 전부 밉지만은 않았다. 누군가는 떠들고, 누군가는 찌르고, 누군가는 옆에 서 준다.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그런 식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상가 복도는 낮보다 조용해졌지만, 낮에 퍼진 말들은 바닥 먼지처럼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민주는 셔터 안쪽에 서서 바깥을 잠깐 내다봤다. 간판은 아직 떼어 낸 채였고, 벽에는 옅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저 자국보다 자기 짐작을 더 크게 보태겠지만, 결국 이 가게를 닦고 열고 버티는 건 자기 몫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허리가 더 무거워졌다. 그래도 순서 하나는 생긴 셈이었다. 점검을 받고, 설명할 건 설명하고, 버틸 건 버티는 것.

그날 저녁 식탁에서는 아무도 어제의 연기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된장찌개 냄비만 보글보글 끓었고, 반찬 접시가 오가는 소리만 작게 났다. 준수가 밥을 뜨다 말고 말했다.

"엄마, 다음 주엔 내가 빨래 다 돌게. 점검 오면 옆에 있을 테니까."

민주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지 마. 너 공부나 해."

말이 너무 딱딱하게 나가서, 하고 나서 민주는 본인이 더 놀랐다. 준수도 잠깐 멈췄다가 "응" 하고 밥만 떴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둘 다 그 한마디 뒤로 밀려났다. 찌개는 조금씩 식어 갔고, 식탁 위에는 말 대신 김만 올랐다. 민주는 아들의 손등을 한번 봤다. 낮에 손수건 매듭을 풀던 손이었다. 도와주겠다는 손을 자기가 먼저 밀어낸 것 같아 목 안쪽이 따끔했다.

그때 냉장고 위 휴대폰에서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박명자였다.

[민주야, 오늘 6시에 건물 회의 있어. 너도 와.]

민주는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한숨처럼 숨을 내쉬었다. 소문이 먼저 달린 하루였지만, 결국 사람들 앞에 나가 설명해야 하는 것도 자기였다.

'별일 아니에요' 라고 하면 더 수상해 보일 테고, '점검받겠습니다'라고 하면 다들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얹을 게 뻔했다.

그래도 안 갈 수는 없었다. 안 나가면 없는 말이 더 붙을 테니까. 민주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하고 싶은데 피할수록 더 커지는 일들이 있다. 오늘 하루가 딱 그랬다.

회의에 나가기 전, 민주는 세탁소 불을 끄려다 말고 다시 벽 앞으로 걸어갔다. 낮에는 안 보이던 선 끝부분이 저녁 그림자 속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선 끝에 손톱만 한 금속 조각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민주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전선 자국치고는 방향도, 깊이도 이상했다. 누가 손댄 흔적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민주는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괜한 의심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마음이 그 선에 걸렸다.

툭, 툭.

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 셔터를 두 번 두드렸다.

"사장님, 잠깐만요."

익숙하지 않은 남자 목소리였다. 민주는 돌아서지 못한 채 그 금속 조각만 바라봤다. 점검 통지서가 온 날, 벽에는 설명되지 않는 흔적이 박혀 있고, 밖에서는 처음 듣는 목소리가 자기를 찾고 있었다. 소문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면 어째서 지금, 누가 먼저 찾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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