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이 깨지는 소리는 언제나 똑같다.
맑고 짧게 한 번, 그리고 바닥에 부딪혀 갈라지는 둔탁한 여운이 뒤따른다. 한소령은 엎질러진 국밥 위로 쪼개진 사기 파편이 흩어지는 걸 내려다보며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운 국물이 흘렀다. 뜨거웠지만 닦지 않았다.
"또 깼냐."
부엌에서 팽노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성난 게 아니라 그냥 확인하는 투였다. 한소령은 "예" 하고 짧게 답한 뒤 행주를 집어 바닥을 훔쳤다. 새벽부터 물을 길어 부엌 항아리 셋을 채우고, 탁자 여덟 개를 닦고, 장작을 패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국밥 서른두 그릇을 날랐다. 서른세 번째에서 손목이 떨린 것이다. 어젯밤 뒷산에서 무리한 탓이었지만, 그 이유를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파서진 취선객잔은 중원에서 서남쪽으로 나흘을 더 가야 닿는 변방 읍내의 허름한 주막이었다. 이층에 방 넷, 일층에 탁자 여덟, 부엌에 팽노와 소령 둘뿐. 손님은 장날 빼면 하루 열 명이 안 됐다. 그래도 국밥 맛이 고약하게 좋았다. 팽노가 뼈를 고는 솜씨는 읍내 어떤 식당도 따라오지 못했다. 그 비결을 물으면 노인은 "오래 끓이면 된다"고만 했다. 세 해 동안 그 말 외에 요리에 대해 더 들은 적이 없었다.
소령이 깨진 사발 조각을 쓸어 담고 있을 때, 문 밖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장날이었다. 읍내 시장통이 취선객잔 바로 앞길까지 이어지는 날이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령은 행주를 어깨에 걸고 마당으로 나와 빨래를 걷다가, 길 건너 약재상 앞에 서 있는 사내 셋을 보았다.
검을 차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별일 아니다. 파서진도 강호의 끝자락이니 무인이 지나다니는 일은 있다. 문제는 셋 중 하나가 약재상 좌판을 발로 걷어차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른 약재 보따리가 흙바닥에 쏟아지고, 그 위로 갈색 먼지가 피어올랐다.
"보호세가 밀렸다니까, 할멈. 세 냥이면 되는 걸 왜 매번 울상이야?"
좌판 뒤에 앉아 있던 건 담여화의 어머니였다. 허리가 굽은 중년 여인은 아무 말 없이 쏟아진 약재를 줍고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소령의 손도 떨렸다. 다른 이유로.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다. 세 걸음만 건너면 닿는 거리였다. 사내들의 검술이 어떤 수준인지, 보법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실려 있는지, 습관처럼 눈이 읽었다. 하수다. 하체가 뜬다. 이초식이면—
"소령."
뒤에서 팽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엌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미 마당에 서 있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겠다. 노인은 소령의 어깨를 보고 있었다. 어깨가 반 치 앞으로 나가 있다는 걸 소령도 알았다.
"빨래 걷어라."
그 한마디뿐이었다. 소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빨 사이로 쇠 맛이 번졌다. 몸을 돌려 빨래줄에서 마른 수건을 한 장씩 뜯었다. 손이 아직 떨렸다. 길 건너에서 사내들이 약재상 여인에게 동전 몇 닢을 뜯어내고 킬킬거리며 떠나는 소리가 등 뒤로 흘렀다.
팽노가 부엌으로 돌아갈 때, 소령에게 등을 보이며 한마디 더 했다.
"깨진 그릇은 버리면 그만이다. 그릇이 사람을 베지는 못 해."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세 해 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팽노의 말은 물으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며칠이 지나면 손끝에서 의미가 풀리곤 했다. 소령은 수건을 접으며 길 건너를 다시 봤다. 담여화가 달려오고 있었다. 읍내 어디선가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엄마!"
여화가 쏟아진 약재 사이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를 부축하는 걸 보면서, 소령은 빨래 광주리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눈을 마주치면 안 되었다. 마주치면 말이 나오고, 말이 나오면 약속 같은 게 되어버리니까.
해가 졌다.
객잔 문을 닫고, 탁자를 정리하고, 팽노가 남은 국밥을 소령 앞에 밀었다. 둘은 말없이 밥을 먹었다. 소령은 국물을 마지막까지 비우고 사발을 씻었다. 팽노가 이층으로 올라간 뒤, 소령은 마당 한쪽에 세워둔 빗자루 옆에서 잠시 서 있었다. 하늘에 별이 보였다. 청명문이 있던 곳에서도 이 별이 보였을까. 삼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런 걸 생각한다.
뒷산으로 올라갔다. 소나무 사이 작은 터가 있다. 풀이 밟혀 반들거리는 걸 보면 삼 년 동안 같은 자리를 밟은 것이다. 소령은 떨어진 소나무 가지 하나를 주워 들었다. 팔뚝 길이, 손목 두께. 검이 아니었다. 그래도 쥐면 손바닥의 굳은살이 정확히 맞물렸다.
일초식, 잔월(殘月). 손목을 비틀어 사선으로 긋는 단순한 궤적이지만, 끝에서 내공이 한 올 실려야 잔상이 남는다. 이초식, 비화(飛花). 가지 끝이 바람을 갈랐다. 삼초식, 사초식, 오초식—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등에 새겨진 검결은 눈으로 읽은 게 아니라, 사부의 내공이 기맥을 타고 몸에 직접 심은 것이었다. 육초식까지는 거의 막힘이 없었다.
칠초식, 귀명(歸冥).
가지가 허공을 찔렀다. 순간 단전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었다. 기맥이 어깨에서 갈라지며 오른팔과 등줄기를 동시에 태우는 느낌. 소령은 이를 악물고 동작을 이으려 했다. 가지 끝이 떨렸다. 허공에 반원을 그리려는 찰나, 목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감각이 왔다.
피가 올라왔다. 입을 틀어막았지만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것이 새어나왔다. 무릎이 꺾이고, 나뭇가지가 풀밭에 떨어졌다. 소령은 네 발로 땅을 짚은 채 피를 뱉었다. 한 모금, 두 모금. 풀잎 위에 검은 얼룩이 번졌다.
"……일곱."
석 달 전에도 일곱이었다. 반 년 전에도 일곱이었다. 전반부 삼십육초식 중 고작 여섯까지만 온전하고, 일곱 번째에서 몸이 거부한다. 후반부 검결이 없으면 기맥의 순환이 완성되지 않아 상반신의 경락이 역류한다—그건 사부가 말해준 것도, 스스로 깨달은 것도 아니었다. 삼 년 동안 몸으로 부딪혀서 알게 된 것이었다.
소령은 등을 소나무에 기대고 숨을 골랐다. 등 가죽 아래에서 검결의 문양이 열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사부가 마지막으로 내공을 쏟아부어 새긴 것. 소령이 아니라 윤채 사형에게 새기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찔러왔다. 아니. 그건 지금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눈을 감았더니 불이 보였다.
청명문의 대전이 타고 있었다. 대들보가 무너지며 불꽃이 치솟고, 연기 속에서 사형들의 비명이 들렸다. 소령은 사부의 등에 업혀 있었다. 열네 살의 몸은 가벼웠고, 사부의 등은 뜨거웠다. 그 등에서 내공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소령은 울면서 소리쳤다. 내려달라고. 사부, 내려주세요, 저 혼자 뛸 수 있어요. 도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산길을 달리며 딱 한마디만 했다.
"검을 세우되, 사람을 세워라."
무슨 뜻인지 지금도 모른다. 그때도 몰랐고, 삼 년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검을 세우는 건 알겠는데, 사람을 세운다는 게 뭔지. 복수를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아직도 유언 하나를 해독하지 못하는 제자. 사부가 보면 한심해할까.
소령은 눈을 떴다. 하늘에 별이 선명했다. 입가에 마른 피가 당겼다. 행주로 대충 닦고 일어섰다. 나뭇가지를 다시 집었다. 쥐었다. 놓지 않았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객잔 뒷문 앞에 사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국밥이 아니라 따뜻한 물이었다. 미지근한 걸 보면 한참 전에 꺼내놓은 것이다. 팽노가 이층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리는 없었다. 그 노인은 그런 걸 확인하지 않는다. 놓아두면 마실 거라는 걸 안다.
소령은 사발을 들어 물을 마셨다. 목구멍에 남은 피 맛이 씻겨 내려갔다. 사발을 내려놓으며 낮에 팽노가 한 말이 떠올랐다.
깨진 그릇은 버리면 그만이다. 그릇이 사람을 베지는 못 해.
그러니까, 그릇을 놓으라는 말이었을까. 아니면—아직 그릇이라는 말이었을까.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파서진의 밤은 그렇게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소령의 등에 새겨진 검결이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