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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4화]

흘린 자료, 먼저 움직인 손

작성: 2026.05.08 11:33 조회수: 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전 열 시 이십이 분, 이겸은 공용 드라이브 폴더 창을 닫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했다. 파일명은 밋밋했다.

'실무회의_첨부_수정본_v2.xlsx'.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이름이었다. 이겸은 마우스를 움직여 파일을 폴더 안으로 끌어다 놓았다. 클릭 한 번. 업로드 완료. 화면 하단에 작은 알림이 깜박이다 사라졌다. 이겸은 커피잔을 들었다. 이미 식어 있었다.

파일 안에는 C07 코드가 붙은 예외 항목 내역서 두 페이지가 섞여 있었다. 전략실 실무자가 합동 실무회의에서 입 밖에 냈던 그 '별도 관리 예외 항목'의 수치가 표 형태로 정리된 것이었다. 이겸이 회의 당일 직접 정리한 게 아니었다. 해진이 복사해 둔 자리 배치도 뒤에 끼어 있던 인쇄물 한 장을 이겸이 어젯밤 조심스럽게 다시 훑은 뒤 파일로 옮긴 것이었다. 원본을 건드린 건 아니었다. 흘린 것은 사본이었고, 사본 안에 진짜 숫자가 있었다.

이겸은 그것이 반응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했다. 다만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어느 방향에서 올지는 아직 몰랐다. 공용 폴더는 감사팀 내부 접근 권한만 있었다. 움직이는 손이 안쪽에서 나온다면 강인호 쪽이었고, 바깥에서 나온다면 전략실이 감사팀 폴더 접근 경로를 따로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둘 다 나쁜 경우였다. 그래서 이겸은 둘 다 확인하고 싶었다.

해진이 자기 자리에서 고개를 들었다. 이겸과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해진은 화면을 보면서 마우스를 두드렸고,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이겸은 그 리듬의 변화를 읽었다. 해진이 폴더 안에서 뭔가를 발견한 것이었다. 이겸은 시선을 거뒀다. 해진이 먼저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부장님."

해진의 목소리는 낮았다. 사무실에 강인호는 없었다. 민가온은 오전 내내 외부 서버 접속 작업이 있다고 했고, 이겸과 해진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해진이 의자를 돌려 이겸 쪽을 봤다.

"공용 폴더에 올라온 파일요. 수정본이라고 돼 있는데, 어제 회의에서 나온 자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겸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맞아."

해진이 잠깐 침묵했다.

"제가 복사한 거 거기 들어간 건가요?"

"사본이야. 원본은 네 파일 그대로야."

해진의 표정이 굳지는 않았다. 다만 눈이 한 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흘린 거죠. 일부러."

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해진은 잠깐 더 이겸을 보다가 다시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이겸은 해진이 더 묻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왜 흘렸는지, 누가 볼 거라고 예상하는지, 그 다음 수는 무엇인지. 해진은 그걸 묻지 않았다. 물을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자기가 그 안에 얼마나 깊이 있는지를 가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인호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열두 시가 되기 십 분 전이었다. 손에 출력본이 한 장 있었다. A4 두 장, 스테이플러로 왼쪽 위를 찍은 것. 이겸은 그 두께를 보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인호가 직접 출력했다는 건, 그가 공용 폴더를 열어봤다는 뜻이었다. 오전 열 시 이십이 분에 업로드했고, 지금은 열한 시 오십 분이었다. 한 시간 반도 안 됐다.

"이 파일,"

강인호가 출력본을 이겸 책상 앞에 내려놓지는 않았다. 손에 든 채로 서 있었다.

"공용에 올린 거 팀장인 나한테 먼저 공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 부장."

이겸은 강인호를 봤다. 강인호의 표정은 무난했다. 화가 난 것도, 당황한 것도 아닌 얼굴이었다. 그게 이겸은 더 불편했다. 아무 감정이 없는 표정이 이 건물에서는 대개 가장 많은 걸 숨기는 표정이었다.

"수정본이라 표기한 파일입니다. 팀 내부 공유 용도로 올렸습니다."

"수정 전 원본은요?"

"회의 배포 자료입니다. 팀장님도 받으셨을 겁니다."

강인호가 한 박자 쉬었다. 출력본을 손가락 사이에서 한 번 접었다가 폈다.

"한 부장이 여기에 추가한 항목은 회의 배포 자료에 없던 거야."

이번에는 지적이 아니라 확인을 요구하는 어조였다. 이겸은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별도 관리 예외 항목 관련 수치를 정리한 겁니다. 감사팀 검토 목적으로요."

"감사위원회 사전 보고는 했어요?"

이겸은 대답 대신 강인호를 똑바로 봤다. 강인호가 먼저 시선을 거뒀다. 출력본을 들고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이겸은 그 뒷모습을 봤다. 강인호는 화면을 켰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아마 공용 폴더를 다시 열었을 것이었다. 아니면 다른 곳으로 접속했거나.

민가온에게서 메시지가 온 건 오후 두 시 이십 분이었다. 짧았다.

'지금 통화 되세요?'

이겸은 자리를 비웠다. 14층 비상계단 쪽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민가온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느렸다. 그게 더 이상했다.

"오전에 외부 서버 접속 로그 확인하다가요."

민가온이 말했다.

"제 개인 접속 계정에 오전 열한 시 사이에 외부 IP 두 개가 조회 요청을 보냈어요. 제가 허용한 적 없는 IP예요."

이겸은 계단 난간을 잡았다.

"어디서 온 건지 확인했어?"

"하나는 태성 계열사 내부 서버 대역이에요. 다른 하나는 외부 VPN 경유라 출처 추적이 막혀 있고요."

이겸은 잠깐 말이 없었다. 공용 폴더에 파일을 올린 건 열 시 이십이 분이었고, 외부 IP 조회 요청은 열한 시였다. 삼십 분 차이. 파일을 확인하고 반응한 것이라면, 공용 폴더를 감시하는 채널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채널이 민가온의 개인 계정까지 연결을 시도했다는 건, 자료 안에서 민가온의 흔적을 찾으려 했거나, 아니면 민가온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려 했다는 의미였다.

"접속 허용하지 마. 로그는 따로 저장해 두고."

"이미 했어요."

민가온이 말했다.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부장님, 이거 제가 외부 용역 출신이라는 걸 아는 쪽에서 건드린 거 맞죠?"

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민가온은 그걸 대답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전화가 끊겼다. 이겸은 비상계단 복도 창가에 기댔다. 창 너머로 건물 아래 주차장이 보였다. 차들이 작았다. 이겸은 그것들을 보면서 숨을 한 번 천천히 뱉었다.

자료를 흘리면 누가 반응하는지 보려 했다. 강인호는 한 시간 반 만에 출력본을 들고 나타났다. 태성 계열사 내부 서버는 삼십 분 만에 민가온의 계정을 조회했다. 두 반응이 같은 신호에서 나왔는지, 따로 움직인 것인지, 이겸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고, 예상보다 방향이 많았다. 이겸은 자료를 흘린 쪽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쫓기는 쪽처럼 느껴졌다. 그 감각이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판이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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