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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8화]

지워진 거래

작성: 2026.04.23 11:34 조회수: 3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허구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묘사되는 폭력, 복수, 무공 등은 장르적 장치이며 현실의 행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의원골의 아침은 타다 남은 연기 냄새로 시작됐다.

전날 밤 습격의 흔적은 골목 한가운데 그대로 남아 있었다. 쓰러진 나무 약장이 부서진 채 길을 막고 있었고, 그 위에 누군가 걷어찬 듯한 약재 꾸러미들이 흩어져 있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지나치면서 발끝으로 꾸러미 하나를 건드렸다. 갈근이었다. 청문파 약원에서 가장 먼저 배운 약재. 습한 곳에 오래 두면 껍질이 검게 변한다고 사부가 말했다. 이 꾸러미는 아직 희었다. 즉, 최근에 들여온 것이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다시 내려다보지 않았다. 발을 뗐다.

담소령이 쭈그려 앉아 흩어진 약재를 훑어보며 말했다.

"쓸 만한 건 다 가져갔겠지."

그녀의 손가락이 몇 가지를 집었다 내려놓았다. 결국 아무것도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빈 약장 앞에 서서 입술을 잠깐 오므렸다가 폈다. 서진해는 그 옆에 서서 골목 끝을 바라봤다. 약방 정문은 어젯밤 이미 확인했다. 잠겨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정문 옆 벽에 좁은 쪽문이 하나 더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나무가 삭아 있는 낡은 문이었다. 서진해는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쪽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좁은 창고였다. 천장이 낮고 빛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약재 단지들이 벽을 따라 줄지어 있었고, 구석에 낡은 나무 궤짝이 하나 놓여 있었다. 궤짝 위에 삼베 보자기가 덮여 있었는데, 그 아래로 책 한 권의 모서리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서진해가 손을 뻗는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쉰 목소리였다. 서진해는 돌아보지 않고 먼저 손을 들어 보였다. 천천히 몸을 돌리자 지게막대를 쥔 청년이 서 있었다. 나이는 열여섯이나 열일곱쯤 되어 보였다. 얼굴이 창백하고 눈 아래가 부어 있었다. 밤새 울었거나, 혹은 밤새 숨어 있었거나. 지게막대를 쥔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약방 주인 영감님의 제자요?"

서진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청년의 지게막대 끝이 흔들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서진해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 무기를 잡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청년이 그것을 알아봤는지 막대를 조금 낮췄다. 담소령이 창고 안으로 들어서며 청년을 한 번 훑어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청년의 긴장을 조금 풀었다.

결국 청년이 보여 준 것은 궤짝 안에 숨겨 두었던 낡은 거래 장부였다. 표지는 없었다. 첫 장을 넘기자 날짜와 품목, 수량, 거래 상대방의 이름이 촘촘하게 적혀 있었다. 먹물이 번진 곳도 있었고, 손때가 탄 모서리는 너덜거렸다. 오래 만지작거린 흔적이었다. 청년의 말에 따르면 주인 노인이 오래전부터 모든 거래를 두 벌씩 기록했다고 했다. 하나는 가게에 두고, 하나는 이 창고 안에 숨겨 두었다고. 왜 그랬는지는 청년도 몰랐다. 그냥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담소령이 장부를 받아 들고 창고 한쪽 선반 위에 펼쳤다. 서진해는 그 옆에 섰다. 장부 중간쯤, 날짜가 십이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점에 청문파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거래 품목은 황기, 당귀, 백작약, 사향이었다. 수량이 상당했다. 그리고 청문파라는 글자 위에 — 아니, 정확히는 그 이름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 붉은 인장 하나가 찍혀 있었다. 잉크가 번지지 않고 선명하게 눌린 것을 보면, 나중에 덧찍은 것이었다. 처음부터 있던 것이 아니었다.

담소령이 인장을 들여다보다 손가락으로 테두리를 눌러 짚었다.

"이 인장, 어젯밤 그 문서에서 봤어. 흐릿하게 남아 있던 것이랑 모양이 같거든."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장 안쪽의 글자를 읽고 있었다. 무림맹 물자 감찰 부서. 다섯 글자였다. 그것이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서진해는 침을 삼켰다. 무림맹의 감찰 인장이 왜 한 지방 약방의 거래 장부 위에 찍혀 있는가. 그 인장은 거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덮는 것이었다.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우기 위해 찍어 놓은 것이었다. 청문파의 이름은 그 아래서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지우려 했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것들처럼.

그때 윤세하가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골목을 살피고 있었던 그가 언제 들어왔는지 서진해는 느끼지 못했다. 발소리가 없었다. 윤세하는 장부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

"감찰 부서라면 백무결 부맹주 관할입니다. 멸문 당시 물자 흐름을 차단한 것도 감찰 부서였고요. 이것으로 연결이 됩니다, 사제."

말이 너무 빨랐다. 서진해는 장부에서 눈을 들어 사형을 바라봤다. 윤세하의 표정은 고요했다.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이 오히려 서진해의 등 어딘가를 긁었다. 이것을 처음 보는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장부를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 연결을 생각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닐 것이었다.

담소령이 장부를 덮으며 윤세하를 봤다.

"연결이 된다는 건 좋은데, 이게 진짜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 인장이 진짜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아?"

"그것은 운주성 안에 무림맹 출신 문서 감별사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있어요."

또 빨랐다. 담소령이 잠깐 눈을 가늘게 떴다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서진해는 그 침묵을 기억해 두었다.

창고를 나오면서 서진해는 청년을 붙잡았다. 청년이 눈을 피하려 했다. 서진해는 억지로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주인 영감님이 이걸 숨겨 두라고 한 게 언제요?"

청년이 입술을 움직였다.

"……사 년 전이요. 갑자기 이 창고로 부르더니, 절대 꺼내지 말라고. 누가 주인 영감님을 데려가거든 그때 꺼내라고."

서진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 년 전. 청문파가 무너진 것은 오 년 전이었다. 노인은 한 해가 지난 뒤 이것을 숨겼다.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혹은 무언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서진해는 청년의 얼굴을 한 번 더 봤다. 부은 눈 아래, 입술 끝이 떨리고 있었다. 이 청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주인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묻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을 테니.

"잘했어요."

서진해가 말했다. 청년이 눈을 들었다. 서진해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일행이 의원골 어귀로 나왔을 때 해가 중천을 넘어서고 있었다. 담소령이 장부를 품 안에 넣으면서 서진해 옆으로 바짝 붙었다. 목소리를 낮췄다.

"사형,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담소령이 한 말이 이미 자신이 삼키고 있던 것과 정확히 같았기 때문이었다. 앞서 걷는 윤세하의 등이 보였다. 반듯했다. 걸음이 안정적이었다. 흔들림이 없었다. 서진해는 그 등을 바라보면서 사형이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백무결. 장부를 보고 한 박자도 쉬지 않고 나온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맞는지 틀린지를 지금 판단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맞다고 해도, 틀리다고 해도, 사형이 그 이름을 그렇게 빠르게 꺼낸 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길 위에서 장부를 찾아내는 것도, 문서 감별사를 아는 것도, 사형에게는 처음이 아닌 일인가. 서진해는 품 안의 잔화심결이 닿는 감촉을 느꼈다. 차가웠다. 사부가 이것을 사형이 아닌 자신에게 남긴 이유를 아직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이유가 단순한 순서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선명하게 들었다. 선명하게, 그리고 무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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