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의 천막은 아침에도 어두웠다. 북방의 햇빛은 천막 천을 통과하면서 색을 잃고, 안에 들어서면 눈이 적응하는 데 한 박자가 걸렸다. 카일은 그 한 박자 동안 눈을 깜빡이며 이안의 얼굴을 찾았다. 스승은 간이 탁자 앞에 앉아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왼손 검지가 어딘가를 짚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천막 안에는 쇠 냄새가 배어 있었다. 갑옷 거치대에 걸린 흉갑이 아침 한기를 머금은 채 희미하게 빛났다. 카일은 그 앞을 지나치면서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이안의 갑옷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닦이고, 정돈되고, 언제든 입을 수 있는 상태로. 그것이 카일에게는 때로 명령처럼 느껴졌다.
"왔냐."
이안이 눈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부르셨습니다."
카일이 대답하고 입구 쪽에 섰다. 들어오라는 말도, 앉으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안은 손가락을 지도 위에서 조금 더 미끄러뜨리더니 손을 들어 지도를 접었다. 종이가 접히는 소리가 천막 안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오늘 오후 보급 점검이 있다. 베른 대위가 전 인원을 세울 거야."
이안이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났다.
"그 전에 네게 해둬야 할 말이 있어서."
카일은 허리를 곧게 폈다. 이안이 해둬야 할 말이 있다고 할 때는 두 종류였다. 칭찬이거나, 아니면 칭찬이 아닌 것. 그의 표정은 두 번째 쪽이었다. 카일은 발뒤꿈치를 붙이고 기다렸다. 훈련장에서 배운 자세였다. 혼날 때도, 명령을 받을 때도, 이 자세만큼은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
"임무가 있을 때 네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임무야."
이안이 천막 안을 가로질러 카일 쪽으로 걸어왔다.
"사람이 아니라."
그가 멈춘 것은 카일에게서 두 걸음 앞이었다. "전장에서 누군가를 살리려다 임무를 망치면 그 임무에 묶인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알고 있지?"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될 것 같았다. 이안의 눈이 그 침묵을 읽었다.
"모르고 있구나."
이안이 낮게 말했다. 꾸짖는 것도 아니고 실망하는 것도 아닌 목소리였다. 그냥 사실을 확인하는 목소리. 그게 더 불편했다.
"이번 호송에서 짐 이외의 것에 손을 댈 경우, 그게 무엇이든, 나는 너를 막는다. 베른 대위에게도 같은 말을 해뒀어."
"스승님."
카일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다음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 어딘가에서 말이 걸렸다. 기사의 서약은 약자를 지킨다고 했다. 그 서약과 지금 이안의 말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 있었다. 카일은 그것을 말로 만들 수가 없었다.
"할 말 있으면 해라."
이안이 기다렸다.
"마차 안의 아이들은요."
카일이 말했다.
"그 아이들도 임무 이외의 것입니까."
침묵이 왔다. 이안의 눈이 카일을 한 번 훑었다. 천막 밖에서 바람이 천을 두드렸다. 멀리서 군마가 콧소리를 냈다.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그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네가 어떻게 알지?"
이안이 조용히 물었다.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도 더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그 침묵 안에 함께 있었다. 카일은 그 침묵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스승이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 있는데 말하지 않는 것인지. 이안의 얼굴은 어느 쪽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게 가장 무서웠다.
"나가라."
이안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점검 전에 장비 확인해라."
카일은 고개를 숙이고 천막을 나왔다. 밖의 햇빛이 갑자기 너무 밝았다. 눈이 또 한 박자 적응해야 했다. 발밑의 흙이 밤새 얼었다가 녹은 것인지 발을 디딜 때마다 조금씩 꺼졌다. 카일은 그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걸었다. 이안의 말이 귀 안에서 아직 울리고 있었다.
장비 확인은 기계적으로 끝났다. 검집 고정 끈, 갑옷 어깨 연결부, 허리 버클. 손이 움직이는 동안 머리는 다른 곳에 있었다. 레오가 옆 막사에서 나오다가 카일과 눈이 마주쳤다. 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쳤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카일은 레오가 이안의 명령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베른 대위에게도 같은 말을 해뒀다는 이안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 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카일은 아직 몰랐다.
보급 점검은 오후 세 시쯤 시작됐다. 베른 대위가 전 인원을 야영지 중앙에 세워두고 수레 세 대를 직접 확인하는 동안, 후보생들은 한 줄로 서서 기다렸다. 바람이 훈련장 쪽에서 불어왔다. 흙먼지와 말 냄새가 섞인 바람이었다. 레오가 카일에게서 두 자리 떨어진 곳에 섰다. 시선이 정면을 향해 있었지만 어깨가 한 번 돌아왔다. 카일 쪽을 본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수레 점검이 두 번째 대로 넘어갈 무렵, 베른 대위의 부관이 수레 덮개를 들어 올렸다. 짐짝들이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 카일은 그 짐짝들을 보며 숨을 참았다. 아이들이 있는 수레는 저쪽이었다. 베른 대위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지 않기를 바랐다. 향했다. 대위가 두 걸음 걸어가더니 멈췄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카일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점검이 끝나갈 무렵 카일은 야영지 외곽에서 미라를 발견했다. 상단 천막 옆에서 두꺼운 가죽 표지 장부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카일은 열 기준으로 정면을 보고 있어야 했지만 눈이 그쪽으로 갔다. 미라의 손가락이 장부 표지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주 작은 동작이었다. 뭔가를 결정하려는 사람의 손짓이었다.
베른 대위의 목소리가 야영지 중앙에서 들렸다.
"보급 기록 담당 상단 대표, 오후 당직 전에 장부 제출."
짧고 건조한 명령이었다. 미라의 손가락이 멈췄다.
점검이 풀리고 사람들이 흩어지는 틈에 카일은 미라 쪽으로 걸어갔다. 미라는 카일이 오는 것을 보고 장부를 가슴 쪽으로 당겼다.
"제출한다."
그녀가 낮게 말했다.
"사본."
"잠깐."
카일이 목소리를 낮췄다.
"베른 대위가 원본과 대조하면."
"대조 안 해."
미라가 조용히 말했다.
"경유지 도장이 맞으면 수리한다는 게 여기 규칙이야. 내가 확인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손가락이 장부 모서리를 꽉 쥐고 있었다. 가죽 표지가 손가락 자국 모양으로 눌렸다.
카일은 그 손을 봤다. 뭔가를 말해야 했다. 그러나 이안의 말이 아직 귀 안에 있었다. 임무가 있을 때 네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임무야.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이 지금 이 상황에 적용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카일은 판단할 수가 없었다. 미라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임무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임무는 이안이 말한 임무와 같은 임무인가. 카일은 그 질문의 답을 모른 채로 서 있었다.
"조심해."
카일이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미라가 한 번 카일을 봤다. 짧고 평평한 시선이었다. 고맙다는 것도, 괜찮다는 것도 아닌 눈빛이었다. 그냥 확인하는 눈빛.
"너도."
그녀가 돌아섰다.
카일은 그 뒷모습을 보며 서 있었다. 장부를 든 미라의 등이 베른 대위의 천막 쪽으로 멀어졌다. 야영지에 저녁 바람이 돌기 시작했다. 불을 피우기 전의 냄새, 마른 흙과 말똥과 먼 데서 오는 눈 냄새가 섞인 것. 카일은 이안의 천막 방향을 한 번 봤다. 천막 입구는 닫혀 있었다. 갑옷 마찰음도, 지도 넘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기사의 충성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오늘 이안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명령을 내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카일은 그 명령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옳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분명히 알았다. 그 두 가지가 같은 사람 안에 동시에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몰랐다. 다만 발밑의 흙이 또 조금 꺼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