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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1화]

수결 하나가 동맹을 흔들기 전에

작성: 2026.04.22 12:37 조회수: 37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창고 안에서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밖에서는 장시 상인들이 좌판을 접고 국밥집 화로가 꺼지는 시간이었지만, 이 안에서는 네 사람이 각자의 숨을 조용히 점검하고 있었다. 시신 옆에 놓인 독환 봉투 하나가 저녁 빛 한 줄기를 받아 희끄무레하게 빛났다. 혈향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묵은 먼지와 뒤섞인 그 냄새가 코끝에 달라붙어 있었다.

진무백은 봉투를 두 손가락으로 쥔 채 뒤집었다. 뒷면은 예상보다 깨끗했다. 왁스가 고르게 발리고, 그 위에 수결이 하나. 먹물이 번지지 않고 눌려 있었다. 칼로 새긴 것처럼 또렷한데, 서백하의 필체가 아니었다. 진무백은 그것을 직감으로 알았다. 서백하 사부가 쓴 서찰을 열 번은 넘게 읽었다. 이 획은 달랐다. 무게가 다른 곳에 실려 있었다.

"필체 알아보는 사람."

진무백이 봉투를 들어 올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혜륜은 시신 곁에서 합장을 마치고 눈을 뜬 참이었고, 남궁현은 한 발 물러선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당소연은 소매 끝을 가지런히 정돈했다.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이었다. 그 무표정이 오히려 진무백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모른다는 건지 말하기 싫다는 건지."

"둘 다 해당 없어요."

당소연이 먼저 말했다.

"필체를 보려면 가까이서 봐야 해요. 이 빛으로는 무리예요."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창고 안으로 들어오는 빛은 문틈 사이로 비스듬히 새는 저녁 햇살 한 줄기뿐이었다. 진무백은 봉투를 그 빛 쪽으로 기울였다. 수결의 획이 잠깐 선명해졌다가 다시 흐릿해졌다.

"남궁 공자."

남궁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진무백이 한 박자 기다렸다가 다시 말했다.

"청매표국 내부 문서를 본 적이 있다고 했지. 서백하 사부가 직접 쓴 서찰도."

"그래서요?"

"이게 사부 필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지 않나."

진무백이 봉투를 내밀었다. 남궁현은 잠깐 그것을 바라봤다. 받기 싫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거절하면 더 이상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결국 그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봉투를 받아 든 남궁현이 빛 가까이로 걸음을 옮겼다. 창문 틈 앞에서 그가 멈춰 섰을 때, 저녁 빛이 수결 위로 가늘게 떨어졌다. 남궁현의 눈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획 하나, 또 하나. 그의 손가락이 봉투 가장자리를 살짝 눌렀다. 그 손이 아주 조금 멈췄다. 진무백은 그 멈춤을 놓치지 않았다.

"서백하의 것이 아닙니다."

단호했다. 너무 단호했다. 진무백은 그 단호함이 마음에 걸렸다. 너무 빨랐다. 획을 하나하나 읽은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한 사람의 속도였다.

"그럼 누구 거."

"모르겠습니다."

남궁현이 봉투를 돌려줬다. 시선은 봉투 위에 잠깐 남아 있다가 거뒀다.

"다만 획이 정파식입니다. 사문 수련을 받은 자예요. 강호 깡패나 흑도 상인이 쓸 수 있는 필체가 아닙니다."

정파식. 그 말이 창고 안 공기를 한 박자 무겁게 눌렀다. 혜륜이 조용히 일어섰다. 진무백은 봉투를 품에 넣으면서 당소연 쪽을 봤다. 당소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 침묵이 진무백에게는 대답처럼 들렸다.

"소매에 넣은 거."

당소연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날짜 외에 다른 것도 적혀 있었지?"

"이름이 하나 있었어요."

당소연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탄했다. 너무 평탄해서 오히려 이상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여기서 꺼낼 수 있는 이름인지 아직 확인이 필요해요."

"확인이라면."

"내가 아는 이름이 맞는지. 아니면 동명이인인지."

그녀가 소매에 손을 넣었다. 접힌 종이가 반쯤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틀린 정보를 흘리면 이 자리에서 가장 불리해지는 건 저예요. 당신들도 마찬가지고."

진무백은 반박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라, 반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종이를 꺼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면 지금 이 창고 안에서 그것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빼앗을 수 있다 해도 그 이후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당가의 딸이었다. 그것을 잊으면 안 됐다.

혜륜이 낮게 말했다.

"서로 쥔 것을 다 내놓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나온 답은 반쪽짜리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꾸짖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남궁현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창고 안 정적이 잠깐 흔들렸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창고 문 바깥에서. 지난번과 달리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가까워졌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발소리가 두 개였다. 진무백은 이미 몸을 틀고 있었고, 남궁현도 소리 없이 검집으로 손을 옮겼다. 칼집이 허리춤에 스치는 소리가 아주 작게 났다. 혜륜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숨을 바꿨다. 고요하게 내려앉는 숨. 무게가 발바닥으로 내려가는 게 느껴질 것 같은 조용함이었다. 당소연은 소매 속 손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

문이 흔들리지 않았다.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구칠이오. 손님 한 명 데리고 왔는데, 문 열어주면 고맙겠고."

진무백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남궁현이 검집에서 손을 뗐다. 당소연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 숨소리가 이번 화에서 처음으로 들을 수 있는 당소연의 안도였다. 진무백이 문을 열었다.

구칠이 서 있었다. 그 옆에 허름한 도포 차림의 노인 하나.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두 눈에 생기가 없었다. 그러나 두 발이 땅을 밟는 방식이 달랐다. 무게가 고르게 분산된 발놀림. 강호를 오래 걸어온 자의 보법이었다. 진무백은 그것을 한눈에 읽었다.

"장시 안 서찰방 영감이야."

구칠이 말했다. 능청스러운 목소리지만 눈이 진무백을 향해 작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봉투 수결 하나 물어볼 게 있다고 했더니 이분이 오시겠다 하더라고. 강호 서찰 이십 년 넘게 했다고, 필체 모르면 이 장시에 필체 아는 사람 없다고."

구칠이 잠깐 덧붙였다. "뭐, 본인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노인이 진무백을 봤다. 말이 없었다. 진무백은 품에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노인의 손이 봉투를 받았다. 떨지 않았다. 봉투를 저녁 빛 쪽으로 들어 올리는 손이 오래 단련된 손이었다. 긴 침묵이 흘렀다. 창고 안 다섯 사람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구칠조차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밖에서 좌판 접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가 사라졌다.

노인이 봉투를 내렸다.

"무당입니다."

노인이 말했다. 짧고 명확했다.

"무당 수련을 받은 자예요. 획이 반드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 방식은 무당 서법 외엔 없어요."

청연도인이 없었다. 진무백은 그것을 생각했다. 무당. 그리고 이 자리에 무당 사람이 없다는 것. 당소연이 소매 속 종이를 다시 만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종이 위에서 멈춘 것이 보였다. 남궁현은 얼굴을 굳혔고, 혜륜은 시신 쪽으로 한 번 시선을 줬다가 거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이 침묵이 이미 대답이었다.

밖에서 장시 마지막 좌판이 접히는 소리가 들렸다. 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이었다. 진무백은 봉투를 받아 들면서 손바닥으로 그 무게를 느꼈다. 독환 봉투 하나, 서백하의 낙인, 무당 필체의 수결, 그리고 당소연이 꺼내지 않은 종이 한 장. 이 창고 안에서 오늘 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해결하지 않아도 사라지는 것도 없었다. 창고 문 너머 어딘가에 청연도인이 있었다. 그가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그는 지금쯤 어디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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