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장은 아침 국밥이 끓기도 전에 왔다.
담소하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을 때였다. 부지깽이로 재를 헤치던 손이 멈춘 것은 뒷마당 쪽문 쪽에서 낯선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묘련이 먼저 나갔다. 담소하는 아궁이 앞에서 몸을 반쯤 돌린 채 기다렸다. 잠시 뒤 묘련이 봉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겉면에는 붉은 실로 묶은 매듭이 있었고, 인장 자리에 남궁가의 두 글자가 찍혀 있었다. 납 인장이었다. 눌린 자리가 선명하고 단단했다.
묘련은 그것을 담소하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이거 왜 여기 와."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봉투를 받아 들고 인장을 손가락으로 한 번 눌러봤다. 두꺼운 종이 안에 접힌 서찰은 단 두 장이었다. 첫 장은 검혼장 초청의 형식 문구였다. 천하 검도를 논하는 자리, 무림의 명망 있는 문파와 검객을 초청한다는 내용이 고아한 필체로 빼곡했다. 두 번째 장에는 초청 명단이 있었다. 담소하는 그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으려다 멈췄다. 이름이 없었다. 대신 명단 마지막 줄, 여백처럼 남겨진 자리에 별도 인장이 찍혀 있었다.
'청문검파 후인'
이라는 다섯 글자였다.
묘련이 어깨 너머로 들여다봤다.
"청문검파 후인이 너야?"
"……그렇습니까, 하고 묻는 투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물어봤어."
담소하는 봉투를 접어서 앞치마 끈 안쪽에 꽂았다. 그러고는 다시 아궁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불이 조금 약해져 있었다. 부지깽이로 재를 다시 헤치면서 그는 생각했다. 청문검파 후인. 누가 이 이름을 보냈는가. 그리고 왜 지금인가. 아궁이 안에서 장작이 탁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불꽃이 잠깐 튀었다가 가라앉았다.
묘련은 부엌 한쪽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담소하의 등을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담소하의 등 쪽으로 눌려 오는 것을 그는 느꼈다. 뭔가를 말하려다 참는 침묵과, 그냥 할 말이 없는 침묵은 무게가 다르다. 묘련의 것은 전자였다.
노경천이 객잔에 들어온 것은 오전 장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그는 문간에서 잠깐 멈추더니 담소하를 눈으로 찾았다. 담소하는 탁자를 닦고 있었다. 행주질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형을 봤다. 노경천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초청장 받았지?"
담소하는 행주를 내려놓았다.
"사형은 어떻게 압니까."
"어제 성안에서 사람이 돌렸다. 검혼장이면 무림맹 부맹주가 직접 주관하는 자리야. 남궁현이 열고, 남궁현이 닫는 장."
노경천은 탁자 위에 손을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목재를 가볍게 두드렸다. 반지가 없는 맨손이었다. 담소하는 그 손의 마디가 이전보다 더 굳어진 것을 봤다. 훈련을 많이 했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손을 많이 썼거나. 어느 쪽인지는 물어봐야 알 수 있는데, 물어볼 수 없는 것들이 요즘 자꾸 늘어나고 있었다.
"갈 생각이야?"
"예."
노경천의 손가락이 멈췄다.
"담소하."
"이름을 드러내고 갈 생각입니다. 청문검파 후인이 아니라, 담소하로."
잠시 침묵이 왔다. 부엌에서 묘련이 그릇 닦는 소리가 들렸다. 물소리와 사기가 부딪히는 소리. 그 소리가 이상하게 선명했다. 노경천은 담소하를 오래 바라봤다. 그 눈빛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담소하는 정확히 읽지 못했다. 기쁨도 아니고, 걱정도 아니고, 계산도 아닌 어떤 것.
"사부가 좋아하셨을 것 같다."
담소하는 그 말에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았다. 사부라는 두 글자가 공기 안에서 잠깐 떠 있다가 가라앉았다. 좋아하셨을 것 같다는 말이 왜 지금 이렇게 무거운지, 담소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말로 꺼낼 수 없었다.
"사형은 같이 갑니까."
"형이 먼저 들어가면 일이 복잡해진다. 네가 먼저 이름을 내밀고, 형은 뒤에서 움직이는 게 낫겠어."
담소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어딘가가 걸렸다. 뒤에서 움직인다는 말이 뭔지 묻고 싶었지만, 지금 그 질문을 하면 또 절반짜리 대답이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행주를 다시 들었다. 탁자 위에 남은 물기를 닦으면서 그는 생각했다. 형이 뒤에서 움직인다는 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남궁현의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무언가를 하려는 것인지.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피곤한 가능성이었다.
묘련이 부엌에서 나온 것은 그로부터 한 식경쯤 지나서였다. 그녀는 국그릇 두 개를 들고 나와 탁자에 올려놓았다. 담소하 앞과 노경천 앞. 그러고는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팔짱을 꼈다.
"검혼장이 언제야."
노경천이 고개를 들었다.
"보름 뒤."
"그때까지 여기 있을 거야, 두 사람 다."
물음표가 없는 문장이었다. 담소하는 국그릇을 바라봤다. 뚝배기 안에서 두부가 흔들리고 있었다. 묘련이 저 말을 하는 이유가 단순한 걱정인지, 아니면 보름이라는 시간 안에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 하기 때문인지—담소하는 판단하지 못한 채 숟가락을 들었다.
"묘련아."
"먹어. 식으면 맛없어."
묘련은 그 말만 하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뒷모습이 평소보다 빨랐다. 담소하는 숟가락을 들지 않고 그 뒷모습을 잠깐 봤다. 묘련의 어깨가 살짝 굳어 있었다. 어젯밤부터 저 어깨가 저랬다. 무언가를 참고 있는 어깨였다. 담소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경천은 국을 먹으면서 말했다.
"소하야, 검혼장에 들어가면 남궁현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 사람 앞에서 이름을 말할 수 있어야 해. 겁먹은 눈으로는 안 돼."
"압니다."
"안다고 되는 게 아니야. 사부가 늘 말씀하셨잖아. 검보다 눈이 먼저 결정한다고."
담소하는 숟가락을 들었다. 국물이 뜨거웠다. 혀가 살짝 데였다. 그는 개의치 않고 한 번 더 마셨다. 사부의 말이 형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낯설었다. 낯선데 맞는 말이었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인 것이 이상하게 피곤했다. 뚝배기를 감싼 손바닥으로 열기가 번졌다. 그 열기만큼은 솔직했다.
저녁이 되기 전, 담소하는 혼자 뒷마당에 나왔다. 마구간 쪽에서 말 냄새와 젖은 짚 냄새가 섞여 흘러왔다. 그는 처마 아래 기둥에 등을 기대고 초청장을 다시 꺼냈다. 명단 끝의 다섯 글자를 봤다. 청문검파 후인. 남궁현이 이 자리에 청문검파의 이름을 쓴 것은 도발이었다.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생존자가 스스로 걸어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이었다. 또는, 걸어온다면 그 자리에서 처리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 가지가 서로 다른 말이 아닐 수도 있었다.
담소하는 봉투를 접어서 품 안에 다시 넣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떨리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두려움이 발을 묶는 종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발바닥 쪽에 압력이 실리는 느낌이었다. 한 발을 내딛기 위해 무게를 모으는 그 감각. 이것이 결의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종류의 두려움인지, 그는 아직 구분하지 못했다. 구분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갈 것이었다.
부엌 창 너머에서 묘련이 불을 켰다. 노란 불빛이 마당 한쪽으로 흘러 나왔다. 담소하는 그 빛을 잠깐 바라봤다. 보름 뒤, 그는 원수의 마당에 자신의 이름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때, 형이 정말로 뒤에서 자신의 편으로 서 있을지—그것은 아직 모른다. 불빛이 흔들렸다. 바람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