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여덟 시 삼십 분이었다.
서하가 사무실 문을 밀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도윤의 자리였다. 재킷도 걸기 전에 이미 모니터를 켜 두고 있었다. 화면 밝기가 사무실 조명보다 조금 더 밝아서, 도윤의 옆얼굴이 창문 쪽보다 모니터 쪽으로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서하는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도윤이 고개를 들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왔어."
그게 전부였다. 서하는 자기 자리에 앉아 컵에 물을 따르면서 생각했다. 월요일이다. 드디어 월요일이다. 지난 금요일 오후, 도윤이 접근 권한 오류 화면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열람 요청서를 직접 작성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손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냥 하던 사람의 손이었다. 서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맞았다. 뭔가를 말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지우가 들어온 건 그로부터 십 분 뒤였다. 편의점 봉투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왔는데, 한쪽엔 삼각김밥이 세 개, 다른 쪽엔 캔커피가 두 개 들어 있었다. 서하 책상에 삼각김밥 하나를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오늘 아침 먹었어?"
"아직요."
"그럼 이거 먹어. 오늘 밥 먹을 시간 없을 수도 있어."
지우가 말을 마치고 도윤 쪽을 슬쩍 봤다. 도윤은 여전히 화면을 보고 있었다. 지우가 낮게 덧붙였다.
"열람 요청, 오전 중으로 답 온대."
서하가 삼각김밥 포장을 뜯다가 멈췄다.
"시스템 담당 쪽에서요?"
"어. 금요일에 도윤이 직접 넣었잖아."
지우가 캔커피를 딸 때 나는 소리가 작게 났다. 치익.
"통과되면 오전 안에 이력 전체가 열린다. 안 되면... 뭐, 그것도 답이지."
서하는 삼각김밥을 한 입 먹었다. 참치마요였다. 맛은 평소랑 똑같았는데 왜인지 오늘은 짠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수진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세 사람이 각자의 화면을 보면서 앉아 있는 사무실은 조용했다. 냉방기가 낮게 돌아가는 소리, 복도 쪽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발소리. 그게 전부였다. 서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시계를 봤다. 여덟 시 사십오 분. 아직 한 시간 반이 남아 있었다.
오전 열 시 이십 분, 도윤의 화면에 알림 하나가 떴다.
서하는 그 순간을 직접 보지 못했다. 복사기 앞에서 서류를 뽑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사기가 마지막 장을 뱉어내는 소리가 나던 그 찰나에, 도윤이 의자를 뒤로 밀면서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아침 사무실에서 그 소리는 꽤 또렷했다. 서하는 서류를 들고 자리로 돌아오다 멈췄다.
도윤이 지우를 봤다. 지우가 도윤을 봤다. 말은 없었다.
"열렸어요?"
서하가 먼저 물었다. 도윤이 짧게 답했다.
"열렸어."
지우가 빠르게 도윤 옆으로 이동했다. 서하도 한 발 뒤따랐다. 화면 위에는 배당 경로 이력 전체가 펼쳐져 있었다. 서하의 눈이 자연스럽게 공백이 있던 칸을 찾았다. 그 칸에 이제는 이름이 들어 있었다. 오승우. 그리고 그 옆에 입력 단말기 코드 하나. 서하가 그 코드를 보자마자 지우가 먼저 말했다.
"이거, 장기보상팀 쪽 단말기야. 차진혁 수석 라인."
지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농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삭제도 같은 단말기에서 이루어졌어. 기록 남아 있어."
사무실 공기가 바뀌었다. 냉방기 소리만 남았다.
도윤이 화면을 캡처했다. 손이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서하는 그 화면을 보면서 지난 몇 주 동안 쌓아온 장면들이 하나씩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배당지 위의 빨간 선, 공백으로 남겨진 칸, 차진혁이 복도에서 던진 말 한 마디, 그리고 도윤이 접근 권한 오류 앞에서 멈췄던 금요일 오후. 이것들이 이제야 하나의 그림이 됐다. 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서류를 꽉 쥐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날카로웠다.
"도윤 씨, 이거 바로 올려요?"
서하가 물었다. 도윤이 파일을 저장하면서 말했다.
"올라가야지. 지금."
지우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박 상무한테 직접요? 중간 라인 안 거치고?"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그게 맞겠다."
더 이상 아무도 말을 보태지 않았다.
보고서는 오전 안에 박 상무에게 직접 전달됐다.
서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도윤 혼자 올라갔다.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지우는 자리에 앉아 화면을 보는 척했지만 마우스를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수진은 출근하자마자 분위기를 읽었는지 조용히 자기 서류만 들여다봤다. 서하는 커피를 한 잔 더 타러 탕비실에 갔다가 그냥 빈손으로 돌아왔다. 뭔가를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복도 끝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가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두 시쯤, 도윤이 내려왔을 때 수진이 먼저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도윤은 자리에 앉으면서 짧게 말했다.
"오승우 팀장 직무정지. 차진혁 수석은 감사 들어가."
그게 전부였다. 설명도, 표정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우가 천장을 한 번 올려다봤다가 내려왔고, 수진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뭔가를 말해야 할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화면을 봤다. 화면에는 아직 처리 중인 서류들이 줄지어 있었다. 세상은 계속 굴러가고 있었다. 감사는 이제 시작이고, 차진혁의 윗선이 어디까지 연결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오승우 이름이 채워진 칸 하나가 전부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서하는 그걸 알면서도, 오늘만큼은 그냥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퇴근 무렵, 지우가 먼저 일어서면서 말했다.
"오늘 삼겹살 어때. 내가 쏜다."
도윤이 말했다.
"됐어."
"왜요, 이런 날 먹어야죠."
서하가 의외로 빠르게 끼어들었다. 도윤이 서하를 봤다. 서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도윤이 잠깐 있다가 말했다.
"한 시간."
지우가 주먹을 쥐었다. 소리 없이.
삼겹살집은 회사 근처 골목 안쪽이었다. 네 명이 앉기에 테이블이 빡빡했다. 연기가 빠지는 속도보다 기름 튀는 속도가 빨랐고, 수진은 고기 뒤집는 걸 계속 본인이 맡겠다고 고집했다. 지우는 소주를 따르면서 말했다.
"건배사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도윤 씨?"
도윤이 잔을 들면서 말했다.
"수고했어."
그게 전부였는데, 누구도 더 보태지 않았다. 그 두 글자가 충분했다.
서하는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으면서 창밖을 봤다. 골목 조명이 노랬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제 갈 곳을 알고 걸어가고 있었다. 서하는 잠깐 아버지 생각이 났다. 왜 지금 생각이 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우가 "서하 씨, 왜 멍해요" 하고 물었다. 서하가 "아, 아니에요" 하고 고기를 한 점 더 집었다. 속으로 삼킨 말은 따로 있었다.
집에 돌아온 건 밤 열 시가 넘어서였다. 현관에 불을 켜고,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그대로 앉았다. 냉장고 모터 소리가 조용한 집 안을 낮게 채우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아버지 이름을 찾았다. 대화창에는 아버지가 며칠 전 보낸 문자가 그대로 있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
그게 다였다.
서하는 한참을 그 문자를 봤다. 짧은 문장이었다. 안부인지 잔소리인지 구분이 안 되는, 아버지 특유의 방식이었다. 서하는 답장을 썼다.
'네. 오늘 고기 먹었어요.'
엄지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에 올라갔다. 멈추지 않았다. 눌렀다.
화면에 '읽음' 표시가 뜨기까지 이십 분이 걸렸다. 그리고 답장은 없었다. 하지만 서하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면서 생각했다. 괜찮다. 읽었으니까. 그걸로 됐다.
사무실은 내일도 열릴 것이다. 감사는 이제 시작이고, 서류는 여전히 쌓여 있고, 강민주 씨의 세탁소 건도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하는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됐다. 사람의 사정을 끝까지 듣는다는 건, 고객 앞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가장 짧은 문장 하나가, 오래 쌓인 거리를 조금씩 좁혀 놓는다는 것을. 아버지의 읽음 표시는 아직 거기 있었다. 답장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