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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2화]

어머니의 마지막 장

작성: 2026.04.16 10:59 조회수: 27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운교객잔에 돌아온 것은 정오가 지나서였다.

산 아래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내려오는 내내 뒤를 돌아봤지만 소나무 사이로 바람만 지나갔다. 그것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 적이라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뜻이거나, 아니면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뜻이었다. 담소하는 두 가지 모두를 놓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쪽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객잔 문을 밀었다.

마당 안에서 먼저 냄새가 왔다. 쑥 태우는 냄새가 아니라 날것의 풀 냄새였다. 묘련이 처마 아래 낮은 평상에 앉아 쑥대를 손질하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풀즙이 배어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한 줄 흘러 있었다. 담소하가 문지방을 넘는 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밥은 먹었어?"

"……예."

"거짓말."

담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묘련이 쑥대 한 다발을 끈으로 묶으면서 고개만 살짝 돌렸다. 그 눈이 담소하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춘 것 같았다. 손이 다시 움직였다. 담소하는 부엌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솥 안에는 잡곡죽이 식어 있었다. 담소하는 사발에 퍼서 서서 먹었다. 맛을 느끼는 것은 나중 일이었다. 입안으로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데만 집중했다. 연비화라는 여자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 여자는 서가가 비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 본 사람이 어떻게 알았는지, 담소하는 죽을 씹으면서도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정묵산 서고에서 맡았던 단향 냄새도 아직 코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외부인의 향.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아직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었다.

사발을 부엌 귀퉁이에 내려놓으려다 발이 걸렸다.

바닥에 천 덮개가 씌워진 작은 궤짝 하나가 반쯤 열려 있었다. 그 사이로 낡은 책 한 권이 삐져나와 있었다. 표지가 없었다. 담소하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궤짝 뚜껑이 삐걱거렸다. 오래된 나무 냄새와 함께 쑥과 창포 향이 섞여 올라왔다.

두꺼운 종이 묶음이었다. 페이지마다 약초 이름이 빼곡했다. 글씨체가 고르지 않았다. 처음 몇 장은 또박또박했다가 중간부터 급하게 흘려 쓴 것들이 섞였다. 묘련의 어머니 것이라는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묘련이 가끔 약초 이름을 틀리게 말하다가 스스로 고쳤는데, 그때마다 고개를 어딘가로 돌리는 버릇이 있었다. 아마 이 책에서 외운 것들이었을 것이다. 담소하는 장을 한 장씩 넘겼다. 창출, 백지, 감초, 천궁. 이름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어떤 장에는 배합 비율이 적혀 있었고, 어떤 장에는 계절과 채취 시기가 붙어 있었다. 책장에서 손가락 끝으로 먼지가 옮겨왔다. 오래된 것이었다. 적어도 십 년은 된 종이 질감이었다.

넘기다 말았다.

마지막 장이었다. 약초 이름 대신 무언가 다른 글씨들이 적혀 있었다. 약재의 배합 비율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아래쪽, 귀퉁이가 접힌 자리 바로 옆에 작은 화인이 찍혀 있었다.

담소하의 손이 멈췄다.

화인은 원 안에 새 한 마리를 새긴 형태였다. 가느다란 선으로 찍힌 것치고는 또렷했다. 어디서 본 것인지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기억이 왔다. 정묵산으로 올라가는 길목, 노경천이 지난 계절에 들고 다닌 서찰 봉투 하나. 그 봉투 겉면에 찍혀 있던 인장 문양과 닮아 있었다.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닮았다. 백천리가 술잔을 기울이면서 흘린 말이 떠올랐다.

'남궁 놈들은 새 문양을 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들이라 자처하니까.'

그때 담소하는 흘려들었다.

지금은 흘릴 수가 없었다.

담소하는 화인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지 않았다. 그냥 봤다. 잉크가 아니라 열로 찍은 것이었다. 종이 섬유가 눌린 자국이 빛에 따라 달리 보였다. 누군가 이것을 일부러 찍었다. 약초 기록 사이에, 그것도 마지막 장에. 묘련의 어머니가 직접 찍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이 책을 거쳐 간 흔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연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발소리가 부엌 쪽으로 다가왔다. 담소하는 책을 제자리에 밀어 넣고 뒤로 물러섰다. 묘련이 문을 열었다. 손에 쑥대 다발을 여전히 들고 있었다.

"뭐 찾아?"

"아니요. 사발 내려놓으려다."

묘련의 시선이 궤짝 쪽으로 갔다가 돌아왔다. 무언가를 알아챈 눈빛이었다. 담소하는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았다. 묘련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거 엄마 것이야."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봐도 돼. 어차피 약초 이름밖에 없으니까."

어차피 약초 이름밖에 없다. 묘련은 그렇게 말했다. 담소하는 마지막 장에서 본 화인을 떠올렸다. 그 귀퉁이를 묘련이 접어 두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접혀 있던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어머님이 약초를 많이 아셨나 봅니다."

"그냥 좀 알았어."

짧게 끊겼다. 묘련이 쑥대를 한쪽 선반에 걸었다. 등이 보였다. 어깨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 담소하는 그 등을 보면서 한 가지를 정리했다. 이것을 묘련에게 물어봐야 하는가. 물어본다면 언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이 묘련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입을 여는 것은 패를 먼저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노경천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담소하는 그 생각을 바로 잘랐다. 형의 방식을 빌릴 자리가 아니었다.

묘련이 돌아섰다.

"왜 그렇게 봐."

"아무것도 아닙니다."

"또 그 소리."

묘련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부엌을 나가면서 말했다.

"저녁에 국 끓인다. 일 있으면 그 전에 다 끝내고 와."

담소하는 그 말을 들었다. 일 있으면 다 끝내고 와. 묘련은 담소하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묻지 않았다. 정묵산이라는 이름도, 서고라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3년 동안 그래 왔다. 캐묻지 않는 것이 묘련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방식이 처음으로 불안하게 느껴졌다.

담소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부엌 안이 조용했다. 바깥에서 묘련이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규칙적이었다. 아무 일도 없는 오후의 소리였다. 그것이 오히려 담소하의 머릿속을 더 어지럽혔다. 연비화가 서고를 알고 있었다는 것, 서고에서 맡은 단향, 그리고 이 부엌 궤짝 안의 화인. 세 개의 점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선이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담소하는 궤짝을 내려다봤다. 천 덮개가 다시 제자리에 덮여 있었다. 묘련이 지나가면서 덮은 것이었다. 언제 손이 움직였는지도 못 봤다.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캐묻지 않는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그리고 알면서도 덮어두는 것은 또 다른 말이었다.

담소하는 부엌을 나왔다. 마당을 가로질러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발을 한 번 멈췄다. 묘련은 처마 아래에서 무언가를 또 손질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묘련의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날렸다. 손은 쉬지 않았다. 그 손이 아까 궤짝 덮개를 덮을 때와 같은 손이었다.

저 아이의 어머니가 약첩에 남긴 화인이 남궁세가 것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의녀의 기록이 아니다.

그 생각이 담소하의 가슴 어딘가에 걸렸다. 뽑아낼 수도 없고, 눌러 둘 수도 없는 자리에. 연비화의 얼굴과 서고의 단향과 마지막 장의 화인이 담소하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한 줄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선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점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다. 저녁이 되면 묘련은 국을 끓일 것이다. 담소하는 그것을 마주 앉아 먹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게 맞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내일도 맞다는 보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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