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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8화]

목요일의 배당지

작성: 2026.04.08 14:31 조회수: 3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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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 여덟 시 사십오 분이었다.

서하는 자판기 앞에서 두 번 멈췄다. 버튼을 눌렀다가 취소하고, 다시 눌렀다가 결국 믹스커피를 뽑았다. 평소 같으면 아메리카노였는데, 오늘은 왠지 단 게 당겼다. 정확히는 당긴 게 아니라 손이 먼저 눌러 버렸다. 컵이 떨어지고 커피 가루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작고 둔탁한 기계음이 복도에 퍼졌다가 사라졌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어제와 달랐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차이였다. 지우가 이미 와 있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도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도윤의 자리에는 재킷이 걸려 있었지만 본인은 없었다. 서하는 자리에 앉아 컵을 책상 모서리에 내려놓고 메일함을 열었다. 수신 표시가 세 개였다. 그중 하나는 어젯밤 열 시 이후에 도착한 것이었다.

발신인: 보상배당관리 / 제목: [장기미지급] 사건번호 2026-LT-0391 배당 완료.

서하는 마우스를 한 번 올려놨다가 클릭 직전에 멈췄다. 숫자 뒤에 붙은 'LT' 코드가 눈에 걸렸다. 장기보험 미지급 건이라는 뜻이었는데, 이 팀에 LT가 배당된 건 서하가 입사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배당되는 걸 직접 목격한 건 처음이었다.

"그거 열어봤어?"

지우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서하는 고개를 들었다.

"방금 봤어요."

"어젯밤에 올라왔어. 나도 출근하고 알았는데."

지우가 의자를 조금 돌렸다. 평소 같으면 '대박이다' 하고 한마디 붙였을 텐데 오늘은 그게 없었다. 서하는 그 부재를 이상하게 더 크게 느꼈다.

도윤이 자리로 돌아온 건 아홉 시가 막 넘었을 때였다. 서류 두 장을 들고 들어왔고 별말 없이 앉아서 파일 서랍을 열었다. 서하는 눈길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도윤이 먼저 말했다.

"2026-LT-0391 확인했어?"

"네."

"사건 개요 파일 오늘 오후까지 뽑아 놔. 원고 측 주장 요약하고 기존 지급 내역 정리. 빠진 항목 있으면 표시해."

말이 끝나자마자 도윤은 다시 자기 화면을 봤다. 서하는 메일을 열었다. 클릭 한 번에 파일이 열렸다. 사건 번호 아래로 청구 금액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숫자 자릿수를 두 번 셌다. 억 단위였다.

"잠깐, 이거 얼마예요?"

지우가 혀를 찼다.

"그러게. 처음엔 나도 자릿수 잘못 읽었나 싶었는데, 맞아. 장기 미지급이잖아. 가입 기간이 십육 년이야, 십육 년."

서하는 숫자를 다시 봤다. 숫자 자체보다 그 뒤에 붙은 '장기 미지급 기간: 36개월'이라는 문구가 더 무겁게 읽혔다. 3년. 3년 동안 지급이 안 됐다는 뜻이었다. 사람이 3년을 기다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차진혁 수석이 복도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오전 열한 시였다. 팀장 회의가 끝난 직후였는데, 혼자였다. 비서도 없이 복도를 걸어오는 걸 서하는 자리에서 유리 너머로 봤다. 걸음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딱 필요한 속도였다. 도윤이 먼저 알아챘는지 화면에서 눈을 들어 복도 쪽을 봤다. 지우는 마우스를 내려놨다.

차진혁은 팀 입구에서 멈췄다.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강 심사역."

도윤이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이번 LT 건 기한 다시 확인해요. 소송 기일 맞춰서 보고서 목요일까지. 변수 생기면 나한테 먼저."

"알겠습니다."

"박 상무 쪽엔 내가 따로 설명할 거니까 경로 혼선 없게 해요."

그 말에서 뭔가 아주 짧게 걸렸다. 박 상무 쪽엔 내가 따로. 서하는 손가락을 멈췄다. 지우도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차진혁은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고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 구두 소리가 복도 타일을 두드리며 멀어졌다.

점심은 셋이 구내식당 대신 사무실 근처 국밥집으로 갔다. 도윤은 오지 않았다. 혼자 자리에 남아 뭔가를 출력하고 있었다. 지우가 국밥 한 술 뜨고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경로 혼선 없게 하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알지?"

서하는 알았지만 모른 척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대신 국물을 한 번 떴다.

"보고서 박 상무한테 바로 가지 말라는 거잖아요."

"정답. 근데 그게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정상인 거야."

지우가 웃었다. 웃는 모양은 평소랑 같았는데 눈이 달랐다. 서하는 그 눈을 보다가 국밥으로 시선을 내렸다.

오후 두 시, 서하는 2026-LT-0391 파일을 펼쳤다. 원고는 57세 남성, 가입자 본인이었다. 십육 년 전 가입한 장기보험 약관상 특정 진단 코드에 해당하는 급여가 삼십육 개월째 지급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유는 서류 어디에도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기각 통보서가 두 차례 발송됐고, 민원 접수는 세 차례였다. 그리고 소송.

서하는 기각 통보서 발송 날짜를 메모했다. 그 옆에 민원 접수일을 적었다.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간격이 이상했다. 두 번째 기각 통보와 세 번째 민원 접수 사이에 여섯 달이 비어 있었다. 사람이 여섯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게 아니라, 기록에 여섯 달이 없다는 뜻이었다.

서하는 그 빈 구간에 물음표를 하나 찍고 멈췄다.

퇴근 무렵, 핸드폰 진동이 왔다. 서하는 화면을 뒤집어 놓고 파일을 마저 정리했다. 자리를 일어나 가방을 들면서 핸드폰을 집었을 때였다.

아버지였다. 전화가 아니라 문자였다.

'밥은 먹고 다니냐.'

딱 그 한 줄이었다. 서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서서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세 번 읽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혔다. 서하는 타지 못했다.

답장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뭘 써도 아버지한테 가 닿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복도 창밖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이 보였다. 서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계단 쪽으로 걸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도윤의 자리 옆을 지나쳤다. 도윤은 아직 있었다. 파일 하나를 펼쳐 놓고 뭔가를 손으로 짚으며 보고 있었다. 서하가 가방을 고쳐 메면서 지나치는데 도윤이 말했다.

"기각 통보서 두 장. 날짜 다시 봐. 발신 코드가 달라."

서하는 걸음을 멈췄다.

"저도 봤어요. 발신 부서가 다르더라고요."

도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래."

그게 다였다. 서하는 몇 초 서 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 두 글자를 반추했다.

'그래.'

확인이었는지, 동의였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는지. 알 수 없었다.

지하철역에서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 아버지 문자는 아직 거기 있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서하는 답장 창을 다시 열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열 글자도 안 되는 문장을 쓰면 될 텐데. 그런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전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서하는 핸드폰을 닫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문 안으로 들어갔다.

내일 오전, 도윤이 파일을 들고 어디로 가는지가 먼저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기각 통보서의 발신 코드가 왜 두 곳에서 나왔는지, 그 여섯 달의 공백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서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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