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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5화]

전략실의 커피, 이겸의 침묵

작성: 2026.04.06 23:56 조회수: 3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장승민이 감사팀 사무실에 직접 나타난 건 오전 열 시 삼 분이었다.

이겸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소리만으로 그를 알아챘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박자,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의 간격, 그리고 문이 열리기 직전 잠깐 멈추는 정적. 전생에서 수십 번 들었던 리듬이었다. 장승민은 들어올 때마다 반드시 한 번 멈췄다. 방 안 공기가 자기를 먼저 알아채길 기다리는 것처럼.

"한 부장, 이쪽 커피가 낫다고 해서."

커피 두 잔이 책상 위에 놓였다. 편의점 종이컵이 아니라 근처 카페 로고가 찍힌 테이크아웃 컵이었다. 장승민은 이겸의 맞은편 의자를 끌어당기지 않고 그냥 서 있었다. 앉을 생각이 없다는 표시이거나, 이겸이 먼저 앉으라고 권하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겸은 권하지 않았다. 팀원 두 명이 각자 모니터를 보는 척하면서 귀를 세우고 있다는 걸 이겸은 알았다. 사무실 공기가 조금 팽팽해졌다.

"감사합니다, 전무님. 무슨 일로."

"일이 있어야만 와요?"

장승민은 웃었다. 그 웃음 안에 눈썹이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이겸은 이미 알고 있었다.

"협력사 용역 재배정 공문 올라온 거 봤어요. 감사팀 직권으로 처리했더라고. 전략실이랑 사전 조율 없이."

"내부감사팀 고유 권한 사항입니다. 외부 용역 검토는 감사팀이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요."

"맞아요, 맞아."

승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는 표정이었지만 이겸의 말을 듣고 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근데 타이밍이 좀 묘하지 않아요? 전략실에서 추천 경로 올린 지 이틀도 안 됐는데."

이겸은 커피 컵을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지는 않았다. 손바닥에 컵의 온기가 닿는 감각만 확인했다. 뜨거웠다. 적당히 뜨거운 게 아니라 손을 오래 대고 있으면 불편해지는 온도였다.

"전략실 추천 경로를 검토했고, 감사팀 판단으로 별도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결재는 팀장 전결 사안이고요."

승민은 잠깐 그를 바라봤다. 그 몇 초가 길었다. 그러다 다시 웃었다.

"한 부장이 꼼꼼한 거 알아요. 그래서 내가 기대하는 거고."

그는 이겸의 책상 모서리에 손을 짚었다. 가볍게, 거의 장난처럼.

"다만 전략실 입장에선 흐름을 알아야 같이 움직이기 편하잖아요. 따로 논다 싶으면 위에서 보기에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

위에서 보기에 좋지 않다. 그 말의 뜻이 어디까지인지, 이겸은 잘 알았다. 전생에서 그 말을 들은 건 한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말 이후에는 항상 인사 이동이나 감사 권한 축소가 따라왔다. 승민의 손가락이 책상 모서리를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리듬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없었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었다.

"참고하겠습니다."

이겸이 짧게 받아치자 승민은 책상에서 손을 뗐다.

"그래요. 잘 부탁해요."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웃고 돌아섰다. 커피 한 잔은 그대로 책상 위에 남았다. 이겸의 컵 옆에 나란히. 사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팀원 한 명이 작게 기침을 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승민이 나간 뒤, 이겸은 그제야 컵 뚜껑을 열었다. 커피 향이 올라왔다. 진하고 뜨거웠다. 그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승민이 두고 간 컵도 함께 집어서 버렸다. 팀원 중 누구도 그 장면을 보지 않은 척했다.

해진이 이겸의 책상 앞으로 걸어온 건 승민이 나가고 정확히 사 분 뒤였다. 손에는 A4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부장님, 어제 정리한 거요."

이겸이 받아 들었다. 민가온. 이름 아래로 학력, 외부 용역 이력, 공개된 포렌식 자격 인증, 태성그룹 계열 관련 프로젝트 세 건이 깔끔하게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맨 아래 각주 칸에는 해진의 손글씨로 짧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공개 자료 기준, 전략실 추천 인원과 동일 인물 추정.

이겸은 그 메모를 두 번 읽었다.

전략실 추천 인원. 해진은 이미 그 연결을 잡아낸 것이었다. 이겸이 경로를 전환하면서 가로채려 했던 바로 그 연결점을. 이겸의 지시로 찾은 게 아니었다. 공개 자료에서 스스로 찾아냈고, 비교표에 먼저 기입했고, 이제 이겸 앞에 그걸 가져온 것이었다. 종이 아래쪽에는 이겸도 처음 보는 프로젝트명이 하나 있었다. 태성 계열사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어느 감사 보고서에도 등장한 적 없는 이름이었다.

"언제 정리했어?"

"어제 저녁이요. 부장님이 용역 재배정 공문 올리셨길래, 배경 자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해진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었고, 칭찬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이겸은 잠시 그 표정을 봤다. 전생에서 해진이 이 표정을 지을 때, 이겸은 대부분 그냥 넘겼다. 바빠서, 혹은 믿어서. 어느 쪽이었는지 이제는 분명하지 않았다.

"잘 했어."

두 글자였다. 해진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겸은 종이를 뒤집어 서랍에 넣었다. 칭찬이 진심이었다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 종이를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는 걸 이겸은 알았다. 그래도 서랍을 닫는 손이 조금 무거웠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점심을 먹고 온 팀원들이 각자 모니터를 보고 있었고, 프린터는 잠잠했다. 이겸은 서랍을 열어 해진의 종이를 다시 꺼냈다. 민가온의 이름 아래 태성 계열 관련 프로젝트 세 건. 그중 하나는 이겸도 알지 못하는 프로젝트명이었다. 그 이름 옆에 해진이 작게 물음표를 달아 두었다. 공개 자료에서 찾았지만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이겸은 그 물음표를 손가락 끝으로 짚었다. 지우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서초구 발신 번호였다.

이겸은 화면을 봤다. 세 번 울리는 동안 받지 않았다. 네 번째 진동이 시작되는 순간 수신 버튼을 눌렀다.

정적.

이번에는 끊기지 않았다. 숨소리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열려 있는 선이었다. 이겸도 말하지 않았다. 오 초, 십 초. 이겸은 모니터를 보는 척하며 오른손으로 수첩을 펼쳤다. 펜을 잡았다.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힘을 조절했다.

"……확인하고 싶었어요."

목소리였다. 낮고 조심스러웠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뭘요."

"제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요."

이겸은 펜을 멈추지 않았다. 수첩 위에 작게 적었다. 민가온. 그리고 물음표. 해진의 종이에 붙어 있던 것과 같은 기호였다.

"직접 오시면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이번에는 상대 쪽에서였다.

이겸은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수첩을 닫았다. 창밖 빛이 오후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민가온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 그리고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 묻고 싶어 한다는 것. 전략실 경로와 감사팀 직권 경로, 두 갈래 중 어느 쪽에서 자기 이름이 먼저 흘러나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건 민가온이 이미 두 군데에서 접촉을 받았다는 의미였다.

이겸은 해진의 뒷모습을 봤다. 해진은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집중한 얼굴이었다. 이겸이 통제하려 했던 경로 바깥에서, 해진은 이미 한 발을 내딛은 상태였다. 그게 위험인지 자산인지, 지금 당장은 판단할 수 없었다. 판단하기 전에 민가온이 먼저 움직일 수도 있었다.

한 가지만 분명했다. 민가온이 스스로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은, 이겸의 선제수가 단순한 경로 차단이 아니라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수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 앞에서 민가온은 아직 어느 쪽도 고르지 않은 채, 먼저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이겸은 수첩을 서랍에 넣었다. 해진의 종이 위에 올려두었다. 두 장이 나란히 놓였다. 물음표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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