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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3화]

계획서에 없는 사람들

작성: 2026.04.05 13:18 조회수: 35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아침부터 하늘이 낮았다. 선우는 어머니 가게 뒤편 작은 탁자에 앉아 프린트 뭉치 위에 형광펜을 긋고 있었다. 탁자 다리 하나가 짧아서 종이를 올려놓을 때마다 흔들렸다. 어머니가 거기 앉으라고 했을 때 선우는 별말 없이 앉았다. 어머니는 뒤에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냄비 뚜껑이 달그락거렸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설명회 전날이라 골목 사람들이 다들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 같은 오전이었다.

장하늘이 카페에 들어선 건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앉지도 않고 바로 물었다.

"명부 받았어요?"

선우가 눈을 들었다. 장하늘은 어깨에 가방을 멘 채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다. 빨대를 씹은 흔적이 있었다. 선우는 형광펜을 내려놓았다.

"어디서요."

"조합 측이 어제 동 주민센터 통해서 배포했어요. 보상 설명회 참석 대상자 명단. 근데 거기서 이름 빠진 사람이 있어요."

뒤에서 된장찌개 끓는 소리가 잠깐 잦아들었다가 다시 커졌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우는 장하늘이 내민 A4 두 장을 받아 들었다. 이름이 세로로 나열되어 있었고 옆에 주소와 점유 형태, 계약 여부가 표시되어 있었다. 마틴 김의 이름은 없었다. 선우는 한 번 더 훑었다. 없었다.

서미라가 온 건 열 분쯤 뒤였다.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비닐봉지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안에 서류 묶음이 있었다. 봉지에 물기가 조금 배어 있었다.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걸 선우는 그때 알았다.

"나도 봤어요. 명부."

서미라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마틴 씨 빠진 거 선우 씨도 알죠? 근데 그것만이 아니에요. 사거리 쪽 채소 가게 박 씨 할머니도 없고, 골목 안쪽 반지하 세 집도 아무도 없어."

선우는 명부를 다시 봤다. 이름이 빠진 칸은 공백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칸 자체가 없었다. 선우는 잠깐 그 빈 공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가 뗐다.

"반지하 사람들은 전입신고가 안 되어 있어요?"

"두 집은 돼 있어요. 한 집은 집주인이 싫다고 해서 못 했다고."

"구두 계약이에요?"

"그쪽도요. 마틴 씨랑 같아요."

장하늘이 빨대를 뽑고 탁자 위에 종이컵을 올려놨다.

"그러니까 구두 계약에 전입신고 안 된 사람은 다 빠진 거네요. 이게 실수예요, 아니면……."

"실수면 다행이지."

서미라가 잘라 말했다. 더 말은 안 했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처마 밑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어머니가 뒤에서 국자를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그것도 잠깐이었다.

마틴이 온 건 오후 세 시였다. 빗속에서 오토바이 덮개를 씌우고 들어온 그는 머리에 물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선우가 명부를 밀자 마틴은 잠깐 내려다보고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예상했어요?"

마틴이 웃었다. 힘이 빠진 웃음이었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으면 이체 내역 좀 모아놨을 텐데. 2년치 다 있긴 있어요. 공과금도. 근데 계약서가 없으니까."

"이체 내역이랑 공과금이 있으면 점유 사실 입증은 가능해요."

선우가 말했다. 마틴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미라가 봉지에서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박 씨 할머니 쪽에서 받아온 문자 캡처 두 장과 공과금 고지서 사본이었다. 종이가 비에 살짝 눅눅해져 있었다.

"할머니한테 직접 받은 거예요?"

"아까 가게 문 닫고 계셨어요. 설명회 간다고 하니까 이것저것 꺼내 주시더라고. 본인은 이름이 없는 줄도 몰랐어."

서미라가 말하는 동안 선우는 고지서를 들여다봤다. 주소가 찍혀 있었다. 날짜도 있었다. 계약서는 없어도 이 사람이 거기 살았다는 흔적은 있었다. 문제는 그 흔적을 설명회 전까지 정리할 수 있느냐였다.

그때 장하늘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켜서 탁자 가운데 뒀다.

"이거 보여드리려고 왔어요, 사실."

화면에는 서류 사진이 있었다. 구청 내부 공문 같은 양식이었다. 상단에 '비공개' 도장이 찍혀 있었고 날짜는 두 달 전이었다. 선우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뭐예요, 이게."

"재개발 구역 내 세입자 현황 사전 조사 보고서예요. 조합 설립 인가 전에 작성됐어요."

서미라가 화면을 집어 들 듯 가까이 당겼다.

"조합 설립 전에 세입자 조사를?"

"네. 그리고 이 보고서에는 구두 계약 세입자 숫자가 정확하게 나와 있어요. 박 씨 할머니도 있고, 반지하 집들도 있어요. 근데 이번에 배포된 명부에는 그 사람들이 없는 거잖아요."

선우는 휴대폰 화면을 오래 봤다. 흔들린 각도로 찍혀 있었다. 누군가 급하게 찍었다는 게 보였다. 손이 떨렸거나, 아니면 시간이 없었거나.

"이거 어디서 나온 거예요."

장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선우가 다시 물었다.

"제보자예요?"

"그쪽은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이 사진 쓸 수 있어요? 기사에."

"그게 문제예요. 비공개 문건이라 단독으로는 쓰기 어렵고, 공식 정보공개 청구로 같은 내용이 나오면 그때 쓸 수 있어요. 근데 설명회가 내일이잖아요."

서미라가 탁자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세게는 아니었다.

"그러면 오늘 안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청구해도 즉시 공개는 안 돼요."

선우가 조용히 말했다.

"근데 청구 기록은 남아요. 설명회에서 이 문서의 존재 자체를 질의로 올릴 수 있어요. 있다는 걸 우리가 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달라져요."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밖에서 빗소리가 굵어졌다. 어머니 가게 처마 밑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어머니가 뒤에서 그릇을 옮기는 소리가 났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낼지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마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비공개 문서요. 거기 현장 조사 담당자 이름 나와 있어요?"

장하늘이 화면을 다시 켰다. 문서 하단을 확대했다. 담당자 이름이 두 글자 가려져 있었다. 직책만 보였다.

'현장 조사 용역 파견'.

마틴은 그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우는 그 침묵이 2화에서 봤던 것과 같은 종류라는 걸 느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지만 지금은 아닌 사람의 침묵.

"마틴 씨."

선우가 불렀다. 마틴이 고개를 들었다.

"그 사람, 또 봤어요? 골목에서."

마틴은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짧게 말했다.

"어제요. 저녁에."

선우는 더 묻지 않았다. 서미라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모아야 할 것들의 목록이 생겼다. 이체 내역, 공과금 영수증, 점유 기간 확인 가능한 사진이나 문자. 반지하 세 집을 직접 돌아야 했다. 박 씨 할머니한테도 다시 가야 했다. 설명회 전까지 사흘이 아니었다. 내일이었다.

장하늘이 가방을 다시 어깨에 걸었다.

"정보공개 청구는 제가 오늘 넣을게요. 기록 남기는 건 제가 할 수 있어요."

"고마워요."

선우가 말했다. 장하늘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문이 닫히자 빗소리가 다시 선명해졌다.

선우는 형광펜을 다시 집어 들었다. 탁자가 또 흔들렸다. 이번엔 고치지 않았다. 명부 위에 이름 없는 칸들이 그대로 있었다. 계획서에 없다고 해서 없던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걸 내일 설명회 자리에서 증명해야 했다. 시간은 오늘 하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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