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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화]

비 오는 밤, 체크인 데스크의 첫 조짐

작성: 2026.04.01 19:44 조회수: 4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체크인 데스크 조명이 깜빡였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수리 요청서에는 이미 빨간 별표가 세 개 찍혀 있었다. 윤서린은 프런트 모서리에 손끝을 걸친 채 예약 현황표를 내려다봤다. 오늘 밤 확정 객실은 스물두 개 중 여섯. 그중 하나는 취소 가능성이 높다는 메모까지 붙어 있었다. 호텔 아르덴은 요란하게 무너지지도 못한 채, 소리 없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서린은 요청서 여백에 한 단어를 더 눌러 적었다.

즉시.

"매니저님, 배성재 이사 쪽에서 또 연락 왔어요."

홍보팀장 장지민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짧은 메일이 떠 있었다. 3분기 수익 지표, 투자 회수 검토, 체인 인수 제안 수락 기한. 끝까지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는 문장이었다. 배성재는 늘 숫자로 말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늘 사람을 몰아세우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답장은?"

"아직 안 했어요."

서린은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가 다시 돌려줬다.

"검토 중이라고 해 둬."

지민이 입꼬리를 애매하게 올렸다.

"그 말, 오늘만 세 번째예요."

"그럼 네 번째도 그렇게 가."

"열두 번째까지도요?"

서린은 잠깐 말이 없었다. 식어 가는 커피잔에 손을 댔다가, 그대로 떼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으면."

지민은 더 묻지 않았다. 아르덴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서린의 표정을 알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얼굴이 아니라, 끝을 알아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얼굴.

사실 선택은 어제 이미 끝나 있었다.

남은 카드는 하나뿐이었다.

---

강도윤의 작업실은 마포 골목 안쪽에 있었다. 간판도 없었고, 유리문에는 커튼만 드리워져 있었다. 비에 젖은 골목 바닥이 희미하게 빛났다. 서린은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손에 든 서류 봉투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봉투 때문인지, 여기까지 온 마음 때문인지는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초인종을 눌렀다.

대답이 없었다.

한 번 더 눌렀다.

"들어오면 되잖아요. 잠겨 있지도 않은데."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건조한 음색. 2년 동안 일부러 떠올리지 않으려 했던 목소리였다.

서린은 짧게 숨을 들이켠 뒤 문을 밀었다.

도윤은 긴 조리대 앞에 서서 무언가를 썰고 있었다. 시선은 칼끝에 가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하려는 기색도 없었다. 작업실 안에는 버터 향과 로즈마리 향이 엷게 섞여 있었고, 창가에 붙은 포스트잇 몇 장이 바람에 조금씩 들썩였다.

"오랜만이네요."

준비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먼저 나온 말이었다.

그제야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2년 사이 눈가가 조금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살이 빠진 건지, 표정이 먼저 마른 건지 알 수 없었다. 서린은 그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오랜만이라고 하기엔."

도윤이 칼을 내려놓았다.

"먼저 연락한 것도 당신이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도 당신이잖아요."

"그래서요?"

"그래서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 하나 묻는 거예요."

서린은 봉투를 조리대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럴 필요 없어요. 일 얘기하러 왔으니까."

도윤은 손을 행주에 천천히 닦았다. 봉투를 보긴 했지만 바로 열지는 않았다.

"아르덴 상황은 알고 있어요."

"알면서 왜 연락을 안 받았어요?"

"받기 싫었으니까."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창밖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고, 젖은 타이어 소리가 골목을 길게 긁고 갔다. 서린은 그 침묵을 굳이 메우지 않았다.

"열어 봐요."

도윤이 계약서를 꺼냈다. 첫 장을 넘기던 손이 어느 부분에서 잠깐 멈췄다. 단독 메뉴 기획권, 조리 스태프 구성 전권, 미디어 노출 방식 협의 권한. 서린이 밤새 문장을 고쳐 넣으며 끝까지 남겨 둔 조건들이었다.

"아르덴 재개장 파인다이닝 프로젝트예요. 3개월. 성과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요."

"조건이 좋네요."

"좋은 조건이어야 좋은 사람이 오니까요."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부딪혔다.

짧았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내가 요즘 어떤 상태인지 알고 오는 거예요?"

"알아요."

"알면서도 나한테 왔다는 건."

그가 계약서 끝을 손가락으로 툭 눌렀다.

"그만큼 아르덴이 급하다는 뜻이겠죠."

서린은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요. 급해요. 그래서 왔어요."

도윤은 다시 시선을 내렸다. 서린은 그가 마지막 장까지 읽는 동안 손을 조용히 쥐었다 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소리 나지 않게, 티 나지 않게.

"사인 요청은 오늘 하는 거예요?"

"가능하면요."

도윤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이라고 하기엔 짧고, 비웃음이라고 하기엔 힘이 없었다.

"펜 있어요?"

서린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건넸다. 도윤은 망설임 없이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빠르게, 익숙하게. 서린은 그 손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고맙다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다른 말과 뒤엉켜 다시 내려갔다.

"첫 미팅은 다음 주 월요일 오전 열 시예요. 아르덴 주방에서."

"알겠어요."

서린이 봉투를 챙겨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윤서린."

걸음이 멈췄다.

직함 없이 불린 이름이 낯설게 가까웠다.

서린은 천천히 돌아봤다.

도윤이 잠깐 그녀를 보다가 물었다.

"잘 지냈어요?"

그 한마디 뒤에 정적이 길게 붙었다. 서린은 대답하기 전에 숨부터 골랐다. 이상하게도 방금 전 계약서에 서명을 받을 때보다, 그 몇 초가 더 어려웠다.

"잘 지냈어요."

그리고 조금 늦게 덧붙였다.

"강 셰프는요?"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칼을 집어 들었다. 도마 위에 닿는 칼끝 소리가 건조하게 울렸다. 서린은 그 침묵을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해석하는 순간, 일이 아니게 될 것 같아서.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아르덴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에 걸린 차 안에서 서린은 봉투를 조수석에 올려뒀다. 빨간불이 유난히 길었다. 창문 위로 빗방울 하나가 떨어져 길게 흘러내렸다.

잘 지냈어요.

그렇게 말하긴 했다. 하지만 사실은 몰랐다. 도윤이 지난 2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스캔들 이후 작업실에 틀어박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그 이상은 일부러 찾지 않았다. 찾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신호가 바뀌었다. 서린은 액셀을 밟으며 입술 안쪽으로 같은 말을 되뇌었다.

이건 일이다.

계약이고, 아르덴을 살리기 위한 카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봉투는 계속 무거웠다.

그 이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 밤 체크인 데스크 조명은 끝내 수리되지 않았다. 깜빡임은 더 잦아졌고, 자정이 지나자 잠깐 완전히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야간 근무 직원은 수리 요청서에 네 번째 별표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빨간 펜이 없어 파란 펜이었다.

"이 호텔, 진짜 버티긴 버티네요."

툭 던진 말에 서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프런트 너머 어둠 속에서, 조금 전 도윤이 서명한 계약서가 봉투 안에 조용히 들어 있었다. 종이 한 장인데도 이상하게 존재감이 컸다.

월요일 오전 열 시.

아르덴 주방.

서린은 깜빡이는 조명 아래 잠깐 서 있었다. 오래된 호텔의 밤은 늘 느리게 흘렀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다음 장면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까이 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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