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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4화]

온기의 흔적

작성: 2026.03.27 16:56 조회수: 6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성장 장르로, 폭력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새벽 훈련이 끝났을 때, 카일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왼쪽 갈비뼈 아래가 비틀리듯 조여 오는 통증을 느꼈다. 오늘 훈련은 기본 방어 자세와 보법을 반복하는 단순한 과정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후보생 열다섯 명이 짝을 바꿔 가며 목검을 맞댔고, 교관은 흐트러진 자세를 목검 끝으로 툭툭 찔러 바로잡았다. 규율은 모두에게 같다고 말했지만, 강호의 규율이란 늘 힘 있는 쪽의 손에서 먼저 휘어지는 법이었다.

카일은 일곱 번 찔렸다. 두 번은 가렛이 일부러 발목을 밟고 지나가 균형을 무너뜨린 뒤였다. 중심이 흔들린 순간, 상대의 목검이 어깨와 옆구리를 연달아 파고들었다. 세 번째는 뒤에서 누군가 종아리를 걸었다. 반 보 늦게 무너진 자세를 교관의 목검 끝이 놓치지 않았다. 나머지 네 번은 더 교묘했다. 손목을 비트는 척하며 힘을 실어 누르거나, 보법을 옮기는 순간 어깨를 스치듯 밀어 버렸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반격하면 시비가 되고, 참으면 먹잇감이 된다.

그 사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쓰러지지 않는 것.

멀찍이 선 이안은 팔짱을 낀 채 훈련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개입하지도, 말리지도 않았다. 그 침묵은 카일에게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저건 허락인가, 시험인가. 혹은 둘 다인가.

훈련이 끝난 뒤 우물을 지나칠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후보생 서넛이 두레박을 돌리며 물을 퍼 올리고 있었다. 카일이 다가서자 붉은 머리의 후보생 하나가 그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뒀다. 조롱도 욕설도 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차가웠다. 없는 사람 취급.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벽처럼, 그들은 카일의 존재를 훈련장 바깥으로 밀어냈다. 카일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구간 양동이에 남은 물로도 상처는 씻을 수 있었다. 버티는 일이라면 그는 오래전부터 익숙했다.

마구간 구석에 등을 기대자 짚 냄새와 말의 체취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칸막이 너머 말 한 필이 코를 울리며 꼬리를 흔들었고, 쇠사슬 고리가 달그락거렸다. 카일은 양동이에 손을 담갔다가 차가운 물로 갈비뼈 위를 눌렀다. 순간 통증이 가라앉는 듯했지만, 손을 떼자 다시 욱신거렸다. 그때 짚더미 아래 감춰 둔 숫돌이 떠올랐다. 숫돌 홈에 끼워져 있던 쪽지의 한 줄도 함께.

'네 아버지도 같은 자리에서 시작했다.'

며칠째 그 한 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 그 단어는 오래전부터 입 안에서 금기처럼 굳어 있었다. 낙인이 찍히던 날, 다시는 그 이름을 붙잡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 누군가가 그 이름을 끌어냈다. 왜 하필 지금인지, 왜 하필 자신인지,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

"카일?"

마구간 입구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라였다. 햇빛을 등진 채 서 있던 그녀는 한 손에 천 보자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치마 자락을 살짝 들어 짚단을 밟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카일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갈비뼈가 찌르듯 아파 반쯤 들썩이다 멈췄다.

"앉아 있어. 괜히 허세 부리지 말고."

미라는 빠르게 다가와 카일 앞에 쪼그려 앉았다. 보자기를 풀자 작은 연고 단지와 빵 반 덩이, 마른 약초를 묶은 주머니가 나왔다. 단지 뚜껑을 여는 순간 풀 냄새와 밀랍 냄새가 퍼지며 마구간의 퀴퀴한 공기를 밀어냈다.

"연고야. 약재상 아저씨가 멍에는 이게 제일 낫다고 했어."

"굳이 이런 걸……"

"굳이 맞아 놓고 굳이 참는 건 너잖아."

짧게 쏘아붙인 미라는 카일의 옆구리를 보고 미간을 좁혔다. 셔츠 위로도 붉은 자국이 비쳤다. 그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화를 내고 싶은데 누구에게 내야 할지 몰라 참는 얼굴이었다.

"셔츠 올려."

카일의 손끝이 멈췄다. 갈비뼈의 멍만 문제가 아니었다. 어깨에서 등 아래까지 이어진 오래된 채찍 자국이 있었다. 노예 시절의 흔적. 남에게 보여 준 적 없는 과거였다. 미라는 그걸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짐작하면서도 묻지 않아 준 쪽에 가까웠다. 카일은 잠시 망설이다 셔츠를 옆구리까지만 걷어 올렸다. 상처를 숨기려는 기색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미라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이안의 침묵과 달랐다. 캐묻지 않겠다는 배려가 담긴 침묵이었다.

미라의 손가락이 연고를 찍어 멍든 부위에 조심스럽게 펴 발랐다. 처음엔 차갑고, 곧 따뜻해졌다. 카일은 숨을 삼켰다. 손끝이 멍의 가장자리를 스칠 때마다 근육이 저절로 움찔했다.

"미안. 아프지?"

"참을 만해."

"그 말, 하나도 안 믿겨."

미라는 힘을 더 빼고 천천히 연고를 발랐다. 그 손길은 서툴렀지만 조심스러웠다. 누군가가 자신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감각은 카일에게 낯설었다. 낯설어서 더 위험했다. 마음이 풀어지면 약해진다. 약해지면 붙잡힌다. 그는 그렇게 배워 왔다. 그런데도 그 온기를 밀어내지 못했다.

"가렛이 했지?"

미라가 낮게 물었다. 카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가렛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오늘 훈련장에서 참아 낸 분노가 다시 살아날 것 같았다. 미라는 그의 침묵만으로 충분히 알아들은 듯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빵 반 덩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새벽에 구운 거야. 반은 내가 먹었고, 이건 남은 반.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

카일은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껍질이 부서지고, 안쪽의 부드러운 속살에서 밀의 고소한 향이 퍼졌다. 작은 소금 알갱이가 혀끝에서 녹았다. 훈련소 배식은 늘 마지막이 그의 차지였고, 마지막에는 눅눅한 빵 귀퉁이와 식은 콩죽만 남았다. 누군가가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빵은 맛이 달랐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목을 조였다.

"미라."

카일이 낮게 불렀다.

"응?"

"……고마워."

두 글자를 꺼내는 데 생각보다 큰 용기가 들었다. 고마움은 빚이 되고, 빚은 족쇄가 된다고 그는 믿어 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미라가 웃었다.

"나중에 기사 되면 열 배로 갚아. 그럼 공평하지."

"열 배는 너무한데."

"그럼 스무 배."

짧은 농담에 카일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며칠 만에 나온 웃음이었다. 미라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따라 웃었다. 마구간의 공기가 잠시 가벼워졌다.

그녀는 약초 주머니를 카일의 손에 쥐여 주었다.

"밤에 물에 우려 마셔. 잠이 좀 올 거야."

카일의 손이 미세하게 굳었다. 밤마다 쪽지의 글귀가 떠올랐다. 아버지. 같은 자리. 그 사이의 빈칸을 메우지 못한 채 뒤척이다 보면 새벽 종이 울렸다. 지금 말하면 조금은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미라라면 적어도 비웃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입 밖에 내는 순간, 그 한 줄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누가 썼는지도, 왜 보냈는지도 모른 채로.

"……잘 자고 있어."

거짓말이었다.

미라는 한참 카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른 척해 줄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지,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카일은 이상하게 긴장했다. 그러나 미라는 결국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대신 혼자 다 삼키진 마."

그 말은 연고보다 더 깊게 스며들었다. 카일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라는 치마에 묻은 짚을 털고 일어섰다.

"내일도 올게."

문턱을 넘기 전, 그녀가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카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의 발소리가 흙길 위로 멀어졌다.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마구간 안에는 조금 전까지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카일은 손바닥 위에 빵 부스러기를 모아 털어 넣었다. 그리고 짚더미 아래 숫돌을 꺼내 홈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었다. 거친 돌의 감촉이 손끝을 긁었다.

그때였다.

칸막이 너머 말이 갑자기 귀를 세우고 코를 벌름거렸다. 짐승은 사람보다 먼저 기척을 읽는다. 카일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하기도 전에 마구간 뒤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짚을 밟는 소리가 아니라, 흙바닥을 짧게 차며 다가오는 가죽 장화 소리였다. 카일은 반사적으로 숫돌을 짚 아래 밀어 넣고 몸을 일으켰다. 갈비뼈가 비명을 질렀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판자 틈 사이로 얼굴이 드러났다. 레오였다. 평소 같으면 비웃음부터 던졌을 놈이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눈빛이 먼저 날카로웠다. 훈련장 쪽 붉은 흙이 장화 끝에 묻어 있었다. 일부러 돌아온 게 분명했다.

"상인 딸이 자주 오나?"

첫마디는 여느 때처럼 비뚤어져 있었지만, 목소리 밑바닥에는 다른 기색이 깔려 있었다. 카일은 대꾸하지 않았다. 레오는 한쪽 눈썹을 올리더니 판자에 팔꿈치를 걸쳤다.

"충고 하나 하지. 네 주변을 너무 쉽게 드나드는 사람을 조심해. 상인 딸 말고."

그는 턱으로 마구간 뒤, 훈련장 너머 성벽 그림자를 가리켰다.

"아까 네가 훈련받을 때 성벽 아래 누가 서 있었어. 교관도 아니고 후보생도 아니야. 기세를 숨기고 있었지만, 완전히 지우진 못하더군. 한참 동안 네 쪽만 보고 있었어."

카일의 등이 서늘해졌다. 쪽지, 밤마다 지붕 위를 스치던 기척, 숫돌이 놓여 있던 자리까지 한순간에 이어졌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의도를 가진 시선이었다. 카일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왜 그걸 나한테 말하지?"

질문은 짧았지만 날이 서 있었다. 레오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말의 숨소리만 낮게 흘렀다.

"네가 싫어도,"

레오가 천천히 말했다. "훈련장에서 네가 쓰러지면 우리 조 전체가 욕을 먹는다. 그게 하나."

"그리고?"

레오의 시선이 카일의 손으로 내려갔다. 방금 숫돌을 숨긴 손이었다. 그 눈빛이 잠깐 가늘어졌다.

"그리고 네 검을 쥔 손이 마음에 안 들어."

"무슨 뜻이지?"

"아직은 모르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모르는 걸 그냥 넘기기엔, 네 움직임이 너무 이상해. 기본 보법은 엉성한데, 맞기 직전엔 몸이 먼저 반응하더군. 누가 가르친 몸놀림이지?"

카일의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레오는 이미 의심하고 있었다. 단순히 성벽 아래의 인물만 본 게 아니었다. 훈련장에서 카일의 움직임까지 읽고 있었다. 카일은 표정을 굳혔다.

"네가 상관할 일은 아니야."

레오가 피식 웃었지만, 그 웃음에는 조롱보다 경계가 많았다.

"맞아. 원래는. 그런데 성벽 아래 그놈이 널 보고 있었고, 넌 뭔가를 숨기고 있어.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잠시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먼저 칼을 뽑은 것도, 먼저 물러선 것도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비무처럼 팽팽했다. 카일은 지금 여기서 더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쪽지의 존재를 들키는 순간, 선택권은 자신의 손을 떠난다.

그는 침묵을 택했다.

레오는 그 침묵을 한 번 더 살핀 뒤 몸을 돌렸다.

"내일도 그 자리에 서 있을지 모르지."

"네가 직접 확인해. 다만 늦으면 놓친다."

장화 소리가 멀어졌다. 마구간에는 다시 말의 숨소리와 쇠사슬 소리만 남았다. 카일은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왼손에는 미라가 준 약초 주머니가, 오른손 아래 짚더미에는 숫돌이 있었다. 하나는 지금 자신을 붙잡아 주는 온기였고, 다른 하나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과거의 손길이었다. 둘 중 어느 쪽을 먼저 붙들어야 하는지, 카일은 아직 알 수 없었다.

저녁 종이 울렸다. 낮고 긴 종소리가 훈련장과 마구간 지붕을 타고 번졌다. 카일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내일 훈련장에서 그는 성벽 아래를 볼 것이다. 누가 자신을 지켜보는지, 왜 쪽지를 남겼는지, 레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 카일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단이었다.

그는 약초 주머니를 품 안에 넣었다. 풀 냄새가 셔츠에 스며들었다. 문턱 밖으로 한 걸음 내딛자 훈련장의 흙먼지가 바람에 실려 왔다. 내일의 냄새였다.

그런데 문득, 더 서늘한 생각이 뒤늦게 목덜미를 훑었다. 성벽 아래의 인물이 정말 카일만 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레오 역시 그 시선의 안쪽에 들어 있었던 걸까. 만약 내일 이안이 전원 대련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그 시선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카일이 맞서야 할 것은 후보생들의 적의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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