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 메인 홈 목록 ☰
[S1-1화]

쇠사슬이 기억하는 이름

작성: 2026.03.14 19:54 조회수: 1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성장 장르로, 폭력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새벽빛이 마구간 지붕의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올 때, 카일은 이미 삽을 들고 있었다. 말똥 냄새와 축축한 짚 냄새가 코끝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겨울이 아직 덜 물러간 공기 속에서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고, 그의 양 손목에는 노예 낙인이 찍힌 자리가 얇은 천 아래 숨어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조차 카일은 그 천을 풀지 않았다. 습관이라기보다는 약속에 가까웠다. 언젠가 감출 필요가 없는 날이 올 것이라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

"카일! 3번 마사 물통 안 갈았잖아. 또 맞고 싶어?"

관리인 호크의 목소리는 언제나 돌멩이를 씹는 것 같았다. 카일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고 삽을 옮겼다. 말대꾸는 채찍을 부르고, 채찍은 하루치 식사를 앗아간다. 여기서의 생존법은 간단했다. 입을 닫고, 손을 움직이고, 눈은 바닥을 보는 것. 열아홉 해 동안 몸이 기억한 법칙이었다.

물통을 끌고 마사 안으로 들어서자 늙은 군마 하나가 코를 킁킁거리며 카일의 어깨를 밀었다. 카일은 짧게 웃었다. 이 마구간에서 그에게 먼저 다가오는 존재는 이 말뿐이었다. "너도 배고프지." 주머니에서 아침에 몰래 챙긴 마른 빵 조각을 꺼내 말의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말이 입술을 오물거리며 빵을 받아먹는 동안, 카일의 시선은 마구간 너머로 향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훈련장이 보였다. 새벽 연습을 시작한 기사 후보생들이 나무 검을 부딪치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왔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카일의 손가락이 저릴 정도로 쥐어졌다. 검의 무게를 한 번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삽자루, 물통 손잡이, 쇠사슬의 무게는 알았지만 검은 달랐다. 검은 이름을 세우는 물건이고, 삽은 이름을 지우는 물건이었다. 카일은 그 차이를 뼈로 알고 있었다.

"거기, 마구간 놈."

목소리가 담장 위에서 떨어졌다. 카일이 고개를 들자, 훈련장 쪽 담장에 팔을 걸친 청년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레오. 붉은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에 구릿빛으로 빛났고, 입꼬리에는 늘 그렇듯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기사 후보생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였고, 그만큼 자존심의 칼날도 날카로운 인물이었다.

"말똥 치우다 손목 삐지 않게 조심해. 네가 쥘 수 있는 건 삽자루가 전부니까."

레오의 말에 옆에 있던 후보생 둘이 낮게 웃었다. 카일은 입술을 다물었다. 주먹이 떨렸지만 손은 물통 손잡이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눈만 한 번 레오를 올려다보았다. 그 시선 안에 뭐가 담겨 있었는지, 레오의 웃음이 찰나 멈칫했다. 하지만 곧 코웃음으로 덮었다.

"흥, 눈깔은 살아 있네. 그래봐야 노예는 노예지."

레오가 담장에서 뛰어내려 훈련장으로 돌아간 뒤에도, 카일의 귓가에는 '노예는 노예'라는 말이 쇠 맛처럼 남아 있었다. 물통의 물이 출렁이는 것을 보며 카일은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검게 그을린 피부, 갈라진 입술, 핏줄이 돋은 손. 거울은 없어도 물은 정직했다.

오전 작업을 끝내고 하인들이 모이는 부엌 뒷편에서 묽은 죽을 받아들 때, 익숙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가벼우면서도 리듬이 있는 걸음. 카일은 고개를 돌리기 전에 이미 누군지 알고 있었다.

"카일, 여기."

미라였다. 상인 아버지 덕에 성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그녀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천으로 싼 작은 보따리를 꺼냈다. 펼치자 치즈 한 조각과 딱딱한 호밀빵이 나왔다. 묽은 죽 위에 놓인 그것은 거의 만찬처럼 보였다.

"받아. 아버지 가게에서 남은 거야. 버리는 것보다 네가 먹는 게 낫잖아."

"…고맙다, 미라."

카일은 짧게 말했다. 미라는 대답 대신 카일의 손목 쪽을 슬쩍 보았다. 천 밑의 낙인을 알고 있다는 듯, 하지만 말로 꺼내지 않는다는 듯. 그 침묵이 카일에게는 어떤 위로보다 따뜻했다. 미라가 돌아서려다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훈련장 쪽에서 소문 들었어. 이안 교관이 새로 훈련생을 뽑는다고. 신분 불문이래."

카일의 숟가락이 멈췄다. 신분 불문. 그 네 글자가 묽은 죽 위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라는 더 말하지 않고 가벼운 미소만 남긴 채 돌아갔다. 카일은 빵을 씹으면서도 맛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이 이미 훈련장의 흙먼지 냄새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카일은 성벽 보수를 위한 돌을 나르다가 훈련장 옆을 지나게 되었다. 일부러 그 길을 택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발이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훈련장 가장자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사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체구, 왼쪽 어깨가 살짝 내려앉은 것은 오래된 부상의 흔적이었다. 이안 교관. 한때 왕국의 기사였으나 지금은 후보생을 가르치는 데 남은 힘을 쓰는 사람. 카일은 그의 검을 잡는 방식을 몇 번이나 담장 너머로 훔쳐본 적이 있었다. 쥐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 힘이 아니라 방향. 그 차이를 카일은 눈으로 배웠다.

이안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카일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이안의 눈이 먼저 카일의 손을 보았다. 돌을 나르느라 갈라진 손바닥, 그러나 손가락의 쥐는 방식이―이안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너, 이름이 뭐냐."

이안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어디선가 날이 무딘 부분이 있었다. 카일은 입을 열기까지 심장이 세 번 뛰는 시간이 필요했다.

"카일입니다. 마구간 소속."

"마구간 소속이 돌을 나르느라 여길 지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카일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안은 한동안 카일을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훈련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이 전부였다. 거부도, 허락도 아닌 침묵. 하지만 카일은 그 침묵 속에서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해가 지고 마구간 구석에 몸을 웅크렸을 때, 카일의 손은 짚더미 아래 숨겨둔 나무 막대기를 꺼냈다. 대략 검의 길이로 깎아둔 것. 매일 밤 모두가 잠든 뒤, 카일은 이 막대기로 담장 너머에서 훔쳐본 동작을 흉내 냈다. 팔이 떨리고 자세가 무너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늘 이안이 자신의 손을 본 것은 우연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카일은 우연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나무 막대기를 내려놓을 때, 마구간 입구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스쳤다. 카일이 몸을 굳혔다. 어둠 속에서 긴 외투 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이 보였고, 은빛에 가까운 머리카락이 달빛 아래 한 줄기 빛났다.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 인물은 카일을 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마구간 너머 무언가를 보고 있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입술이 움직이는 것 같았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카일이 몸을 일으키자 그 그림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남은 것은 공기 중에 아주 옅게 떠도는 향―마구간의 퀴퀴한 냄새와는 전혀 다른, 서리 낀 꽃잎 같은 냉기 어린 향이었다. 카일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어둠을 바라보았다. 가슴 어딘가에서 이상한 것이 울렸다. 두려움도, 기대도 아닌,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엇. 마치 아주 오래전에 잊어버린 것이 자신을 찾아온 것 같은.

카일은 나무 막대기를 다시 짚더미 아래 밀어 넣었다. 손목의 천을 한 번 고쳐 맸다. 내일도 삽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밤, 삽 대신 다른 것을 쥔 손의 감각이 손바닥에 남아 있었다. 그것을 지우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아무것도 아닌 감각이었지만, 카일은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하는 법을, 그는 태어날 때부터 배워왔다는 것을.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