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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1화]

천잔을 닫는 손

작성: 2026.04.27 13:49 조회수: 7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봉인 상자가 불 속에 사라진 뒤 사흘 내내 소령은 단 한 번도 천잔보감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팽노도 막리연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취선객잔 부뚜막에서 아침 국밥이 끓고, 저녁에는 국그릇이 씻겼다.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사흘이 지나갔다.

첫째 날은 장작을 팼다. 도끼 자루가 짧아서 손목이 진작부터 아팠지만 소령은 멈추지 않았다. 장작 더미가 허리춤을 넘을 때쯤 팽노가 문 앞에 나와 한마디 했다.

"그만 해라, 겨울이 세 번은 나겠다."

소령은 도끼를 내려놓고 마당 귀퉁이에 쭈그려 앉았다. 손바닥 살이 벗겨져 있었다. 그는 흙을 한 줌 집어 손바닥에 비볐다. 피가 멎으면 그것으로 됐다.

둘째 날은 팽노의 왼쪽 어깨에 붙일 약초를 빻았다. 절구 소리가 부뚜막 안에 울렸다. 노인은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입술을 꾹 다물었고, 소령은 그 침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구간 쪽에서 말 냄새와 젖은 짚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그 냄새가 이상하게 마음을 붙잡았다. 뭔가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맡아야 하는 냄새처럼 코끝에 달라붙었다. 소령은 절구를 천천히 돌리면서 그 냄새를 들이켰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사흘째 밤, 소령은 저녁 국그릇을 씻은 뒤 객잔 뒤편 공터로 나갔다. 달이 없는 밤이었다. 흙바닥에 발을 딛자 아직 아물지 않은 왼쪽 옆구리가 당겼다. 짚신 바닥으로 땅의 단단함을 확인하듯 두어 번 발을 굴렀다. 그러고는 검을 뽑았다. 천잔보감 전반부 36초식. 1초식부터 6초식까지는 매끄럽게 흘렀다. 7초식에서 손목을 꺾는 순간 기맥이 흔들렸다. 늘 그랬다. 후반부 없이는 이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소령은 3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오늘 밤은 달랐다. 소령은 7초식에서 멈추지 않고 기맥의 역류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8초식으로 밀어붙였다. 등에 새겨진 검결이 살 속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역류가 왔다. 손이 저렸다. 검끝이 흙바닥을 향해 기울었다.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손가락이 하나씩 풀렸다. 그는 검을 내렸다. 억지로 쥔 손아귀를 천천히 폈다.

'이게 아니야.'

공터 가장자리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막리연이었다. 술병을 손에 들고 서서 소령을 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소령의 손목을 보고 있었다. 아직 저림이 가시지 않아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또 역류 맞았어?"

소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막리연은 술병을 한 모금 기울이고는 흙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갑옷도 없이 낡은 포의 차림이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위태로워 보였다. 맨발이었다. 짚신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공터 흙을 밟고 있었다. 소령은 그것을 보고 눈을 돌렸다.

"야, 한소령. 내가 한 가지 물어봐도 돼?"

"……하세요."

"천잔보감 후반부가 없으면 청명잔영검을 완성 못 한다. 그거 알고 있지?"

막리연이 술병 주둥이로 소령의 등을 가리켰다.

"그런데 상자는 불에 탔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설리항을 어떻게 이길 건데."

소령은 검을 칼집에 꽂았다.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칼집 안으로 검날이 완전히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 쇠가 쇠를 물어 닫히는 낮은 소리가 났다.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돌아섰다.

"이길 생각을 바꿨습니다."

막리연이 눈썹을 들었다.

"검결을 완성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소령의 목소리는 낮았다.

"검결 자체를 닫아버리면 됩니다. 설리항이 원하는 건 천잔보감이에요. 전반부는 곽진해가 가지고 있었고 이미 죽었습니다. 후반부는 상자 속에 있었는지도 불분명하고—이제 남은 건 제 등에 있는 이것뿐이에요. 제가 이걸 완성하지 않으면, 설리항이 원하는 천잔보감은 이 세상에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막리연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바람이 공터를 가로질렀다. 흙먼지가 발등을 스쳤다. 소령은 그 침묵을 기다렸다. 서두르지 않았다. 3년 동안 혼자 쥐고 있던 생각이었다. 누군가 앞에서 소리 내어 말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럼 넌,"

막리연이 천천히 물었다.

"사부가 네 등에 새겨준 걸 끝내 쓰지 않겠다는 거야?"

"쓰지 않는 게 아닙니다."

소령은 공터 한가운데 선 채로 막리연을 내려다봤다.

"이미 쓰고 있어요. 36초식 중에 6초식만으로 지금까지 버텼습니다. 설리항을 쓰러뜨리는 데 천잔보감 완성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설리항이 그것을 영영 손에 넣지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막리연이 술병을 내려놓았다. 표정이 이상하게 굳어 있었다. 소령이 알아보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후회도 아니고 놀람도 아니었다. 오래된 상처를 손가락으로 짚어보는 사람의 얼굴 같았다. 그는 잠시 흙바닥을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생각을,"

막리연이 낮게 말했다.

"도현진 사부가 처음부터 원했던 거 아닐까."

소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자리를 옮기는 느낌이 들었다. 3년 동안 품고 다닌 돌덩이 하나가 처음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 같은. 사부가 검결을 등에 새긴 것이 완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봉인을 위해서였다면—그 가능성이 오늘 밤 처음으로 소령의 발밑에 내려앉았다.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 가벼웠다.

막리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병을 옆에 두고 소령 앞에 섰다. 맨발 발바닥에 흙이 붙어 있었다. 그는 소령보다 반 뼘쯤 키가 컸는데, 오늘 밤은 어쩐지 같은 눈높이로 서 있는 것 같았다.

"설리항한테 직접 서신을 보낼 거야. 내일."

소령의 눈이 좁아졌다.

"오방맹 순찰사 시절 내가 묵살당한 보고서, 그거 원본이 아직 있어. 나한테."

막리연의 말이 느렸지만 한마디씩 또렷했다.

"설리항은 내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걸 몰라. 그 서신을 파서진 저잣거리에 뿌리면—아니, 뿌리는 척만 해도—설리항이 직접 나와야 해. 더 이상 윤채를 앞세우거나 위경필을 보낼 수 없게."

"그러면 선생도 위험합니다."

"나는 원래 위험한 사람이야."

막리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눈에 장난기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빚을 이 방식으로밖에 못 갚아. 청명문 멸문 날 밤, 내가 묵살당하고 그냥 돌아선 것. 그게 3년 동안 발에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아."

공터에 다시 바람이 왔다. 소령은 막리연의 얼굴을 오래 봤다. 3년 전부터 그 얼굴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었다. 다만 소령이 미처 읽지 못했던 것. 막리연이 처음부터 빚쟁이였다는 것을, 소령은 오늘 밤에야 알았다. 그것을 알았을 때 이상하게도 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가 맞아떨어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났다.

"……같이 하겠습니다."

소령이 말했다. 짧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막리연이 피식 웃었다. 오늘 밤 처음으로 나오는 웃음이었다.

"그래야지. 혼자 하면 내가 얼마나 가겠어."

그는 술병을 집어 들고 돌아섰다.

"자, 내일 아침 국밥은 짜지 않게 끓여라. 팽노 영감이 왼쪽 어깨 때문에 국그릇 들기도 힘들다고."

소령은 대꾸하지 않았다. 막리연의 발소리가 객잔 쪽으로 멀어졌다. 맨발이 흙을 밟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다가 사라졌다. 술병이 문설주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정적이 왔다.

혼자 남은 공터에서 소령은 다시 검을 뽑았다. 이번에는 1초식부터 6초식까지만. 후반부를 향한 욕심 없이, 지금 손에 있는 것으로만. 기맥이 흔들리지 않았다. 7초식의 벽을 향해 밀어붙이지 않으니 손목이 고요했다. 검끝이 어둠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가늘고 또렷한 소리였다. 6초식이 끝나고 소령은 검을 거뒀다. 땀이 나지 않았다. 숨이 가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오늘 밤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취선객잔 창문 너머로 팽노의 호롱불이 보였다. 노인은 아직 잠들지 않은 것이었다. 소령은 검을 칼집에 꽂고 공터를 빠져나왔다. 내일 아침 국밥을 짜지 않게 끓여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설리항을 불러내야 했다. 완성된 검결이 아니라 닫힌 검결로—그것이 소령이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싸움의 방식이었다. 선택의 무게가 어깨에 내려앉았다. 무거웠다. 그러나 3년 동안 등에 새겨진 검결의 무게보다는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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