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은 북문 초소 앞에서, 세라는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지붕을 올려다봤다. 초가 지붕 위로 까마귀 두 마리가 앉아 있었고, 그 아래 문간에는 빗물 자국이 검게 번져 있었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엘리안은 말 위에서 잠시 그 침묵을 들었다. 초소 안에서 인기척이 없는 건 아니었다. 화로 연기가 지붕 틈으로 가늘게 새어 나오고 있었고, 안쪽에서 나무 발판이 삐걱대는 소리가 한 번 들렸다.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열 달 전에도 이랬어."
세라가 말했다. 설명이 아니라 혼잣말처럼 들렸다. 엘리안은 대꾸하지 않고 말에서 내렸다. 고삐를 부하에게 넘기면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세라의 부하 두 명이 말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갑옷 찰과음이 새벽 공기를 긁었다.
초소 내부는 좁았다. 남자 셋이 들어서면 어깨가 닿을 정도였다. 목탄 화로 하나가 구석에서 빨갛게 피어 있었고, 그 옆에 초소 병사 두 명이 서 있었다. 나이 든 쪽이 로벨 영지 표식이 박힌 외투를 입고 있었다. 젊은 쪽은 외투를 걸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엘리안을 보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 고개가 올라오는 속도가 달랐다. 나이 든 병사는 빨리 올렸고, 젊은 쪽은 한 박자 늦었다.
"장부 가져와."
엘리안이 말했다.
나이 든 병사가 구석 선반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제법 능숙하게, 군더더기 없이. 젊은 쪽은 그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엘리안은 그 반 걸음을 봤다. 두려움인지 습관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두 가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장부는 가죽 표지가 닳아 속지가 비어져 나온 형태였다. 엘리안은 탁자 위에 펼쳐 놓고 첫 장부터 훑었다. 날짜 순으로 적혀 있었고, 수레 수와 화물 품목, 통행 인장 날인란이 세 칸짜리 표로 나뉘어 있었다. 규칙적으로 채워진 칸들. 그런데 사흘 전, 헤릭이 화살을 맞고 쓰러진 그날 날짜 줄이 비어 있었다.
"이날은."
엘리안이 손가락으로 빈 줄을 짚었다.
나이 든 병사가 말했다.
"그날 오후에 안개가 짙었습니다. 시야 확보가 안 돼서 수레 확인이 늦었고, 그 사이에……"
"수레가 몇 대 지났어?"
병사가 잠깐 멈췄다. 아주 짧게.
"두 대입니다."
"두 대 다 기록이 없어."
엘리안은 다음 장을 넘겼다. 그다음 날도 군량 품목란에 수치 하나가 빠져 있었다. 보리 포대 수가 출발지 기록보다 여섯 개 적었다. 엘리안은 그것을 가리켰다.
"이건?"
이번엔 나이 든 병사가 대답하기 전에 젊은 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레 바닥에 물이 차 있어서 포대 두 개가 못 쓰게 됐고, 나머지는 갈림길 부근에서 수레가 기울어지면서—"
세라가 등 뒤에서 말했다.
"여섯 개야."
젊은 병사가 입을 다물었다.
"두 개 버렸고, 수레가 기울어서 네 개 더 없어졌다는 건데."
세라가 탁자 쪽으로 걸어와서 장부를 내려다봤다.
"수레가 기울었으면 창고 도착 기록에 파손 표시가 있어야지. 없잖아."
방 안이 조용해졌다. 화로의 목탄이 탁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젊은 병사의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나이 든 병사는 시선을 유지했지만 입술이 한 번 움직였다가 멈췄다. 엘리안은 그 멈춤을 기억해 뒀다.
엘리안은 장부를 처음으로 돌아가 통행 인장란을 다시 봤다. 사흘 전 빈 줄 말고도, 열흘 전에도 인장 날인이 공란인 줄이 하나 있었다. 같은 시간대, 오후 늦은 통행. 날짜는 달랐다. 엘리안은 그 줄을 손톱으로 긁어 봤다. 종이 표면이 살짝 일어났다. 지운 흔적이었다. 잉크를 긁어낸 것이 아니라 물기로 불려서 닦아낸 방식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한 짓이었다.
"누가 지웠어."
엘리안이 말했다. 물음표가 없는 문장이었다.
나이 든 병사가 이번엔 곧장 대답했다.
"저는 모릅니다. 전임 당직이 넘겨준 장부입니다."
"전임 당직이 누구야."
"성문 쪽에서 파견 온 사람입니다. 석 달 전에 왔고, 두 달 전에 다시 성문으로 돌아갔습니다."
엘리안은 고개를 들어 하르트를 봤다. 하르트는 초소 입구 쪽에 서 있었다.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엘리안의 시선을 받고 하르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겠다는 표시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말은 없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장부 가져간다."
엘리안이 가죽 표지를 닫으며 말했다. 나이 든 병사가 뭔가 말하려는 기색을 보였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젊은 병사는 이미 시선을 바닥에 내리고 있었다. 엘리안은 장부를 겨드랑이에 끼고 몸을 돌렸다. 나오면서 문틀에 손을 짚었는데, 나무가 축축했다. 오래된 빗물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알 수 없었다.
초소를 나오면서 세라가 나란히 걸었다. 두 사람 사이에 말이 없었다. 안개가 조금 걷혔고, 북쪽 수송로가 흐릿하게 뻗어 있는 것이 보였다. 갈림길까지는 두 시간 거리였다. 세라의 부하 한 명이 말을 끌고 다가왔고, 세라는 안장에 오르기 전에 잠깐 뒤를 돌아봤다. 초소 문은 닫혀 있었다.
"전임 당직."
세라가 말했다.
"응."
"석 달 전이면 우리가 첫 계약 얘기 꺼내기 직전이야."
엘리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걸음을 늦췄다. 세라가 말한 타이밍이 맞았다. 석 달 전이라면 하르트가 회색늑대 용병단 쪽에 처음 접촉을 넣었던 시기와 겹쳤다. 영지 안에서 그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꼽으면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장부 지운 게 실수였으면 두 칸을 지우진 않아."
세라가 덧붙였다.
"두 칸을 지운 건 패턴을 없애려는 거야."
엘리안은 말을 가져왔다. 안장에 오르면서 뒤를 한 번 봤다. 초소 문이 닫혀 있었다. 젊은 병사가 문 안쪽에서 뭔가를 보고 있는지, 얇은 나무틈 사이로 눈동자 하나가 잠깐 빛났다가 사라졌다. 두려움이거나, 아니면 확인이었다. 어느 쪽이든 그 눈은 기억해 둬야 했다.
하르트가 엘리안 옆으로 말을 붙였다.
"성문 쪽 파견 명단은 제가 오늘 안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전임 당직이 어디 있는지부터야. 성문으로 돌아갔다고 했지만 명단에 있는지는 따로 봐야 해."
엘리안이 말했다.
"만약 명단에 없으면 그건 다른 문제야."
하르트가 고개를 숙였다. 세라는 갈림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개 속으로 수송로가 조용히 이어졌다. 헤릭이 쓰러진 자리까지는 아직 한 시간 반이 남아 있었다.
"배신자가 누구냐보다."
세라가 말했다. 엘리안 쪽을 보지 않은 채였다.
"얼마나 오래 안을 보고 있었느냐가 더 나쁜 질문이지."
엘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부의 공란은 하루 이틀 만에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 초소를 통해 무언가를 흘려보내는 동안, 로벨 영지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 시간이 석 달이라면, 그 사이에 빠져나간 것이 보리 포대만은 아닐 것이었다.
엘리안은 고삐를 쥐었다. 겨드랑이에 낀 장부의 가죽 표지가 차가웠다. 아직 방향을 정하기엔 이른 아침이었다. 그러나 그 거리 어딘가에, 지워진 장부가 숨기려 했던 것이 아직 남아 있을 것이었다. 그것을 먼저 보는 쪽이 다음 수를 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