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다섯 시, 아르덴 2층 연회장에는 아직 조명이 절반만 켜져 있었다. 소희가 테이블마다 미니 화병을 놓아가는 동안, 지민은 입구 옆 통로에 서서 명단을 소리 없이 읽고 있었다. 예약 인원 예순둘. 그중 두 자리가 배성재 측 몫이었다. 지민이 클립보드를 서린에게 내밀었다.
"자리는 창가에서 제일 먼 쪽으로 뒀어요. 주방 쪽 통로 시야도 막히고."
서린은 명단을 훑었다. 두 이름 옆에 연필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지민이 미리 표시해 둔 것이었다.
"잘했어."
서린이 돌려줬다. 지민은 클립보드를 받아들며 덧붙였다. "그 두 명이 사진을 찍으면 어떡해요?" 서린은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사진은 막을 수 없어. 대신 오늘 밤 접시가 완벽하면 사진이 우리 편이 된다."
주방은 오후 네 시부터 소리가 달랐다. 칼 소리, 불 조절하는 손잡이 소리, 누군가 주방 바닥에 용기를 내려놓는 소리. 서린이 주방 문을 살짝 밀었을 때, 도윤은 등을 보이고 있었다. 흰 조리복 등판에 땀이 배어 있었다. 스태프 두 명이 도윤의 지시에 맞춰 접시를 정렬하고 있었고, 도윤은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들어오려면 들어와요."
서린이 문을 닫고 한 발 들어섰다.
"확인만 하려고."
"뭘요." "당신이 도망가지 않았나."
도윤이 그제야 돌아봤다. 눈 밑이 약간 붉었다. 잠을 충분히 못 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가 짧게 웃었다.
"도망은 요리 끝나고 가는 거예요. 순서가 있잖아요."
서린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스테이션 위에 놓인 작은 종이를 내려다봤다. 손으로 쓴 메뉴 순서였다. 5번 코스 옆에 세모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건 뭐야?"
"서린 씨 취향이요. 산미 강한 소스는 빼고, 마지막 코스 단맛 조금 올렸어요." 서린의 손가락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언제 적 취향을 기억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려다가, 묻지 않았다. 그냥 종이를 내려놓았다.
여섯 시 반, 손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민이 입구에서 테이블 안내를 하는 동안, 서린은 통로 한쪽에 서서 배성재 측 두 사람이 들어오는 걸 직접 확인했다. 남자 둘이었다. 정장 차림이었고, 한 명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주방 쪽 통로를 슬쩍 훑었다. 서린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쪽이 먼저 눈을 피했다. 지민이 그들을 창가에서 먼 자리로 안내하는 걸 보고 나서야 서린은 자리를 이동했다.
첫 번째 코스가 나갔다. 연회장 안이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이 좋은 신호라는 걸 서린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말이 없어지는 건 입이 바빠서다. 소희가 중간 테이블을 지나치다가 서린 옆으로 와서 작게 말했다.
"세 번 테이블 손님이 2코스 먹다가 셰프 이름 물어봤어요."
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했어?"
"오늘 저녁 주방을 이끄는 분이라고만 했죠." 소희가 작은 꽃가위를 손에 쥔 채 덧붙였다. "오늘 도윤 씨, 잘 하고 있어요." 서린은 잠자코 있었다. 소희가 말을 이었다. "그 말, 나한테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는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일곱 시 이십 분, 배성재 측 두 명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린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향한 쪽은 화장실이 아니었다. 주방 입구 방향이었다. 서린이 먼저 움직였다. 통로에서 그를 가로막았다. 온화한 표정으로.
"안쪽은 오늘 행사 스태프 외 출입이 어렵습니다. 불편하신 게 있으시면 제가 바로 확인해 드릴게요."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불쾌하지 않다는 표정이었지만, 눈은 한 번 더 주방 쪽을 향했다가 돌아왔다.
"아, 셰프 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오늘 음식이 굉장히 좋아서."
"행사 마무리 이후에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서린이 한 발 더 그쪽으로 섰다. 남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홉 시 직전, 마지막 코스가 나갔다. 서린은 연회장 뒤편에 서서 테이블들을 훑었다. 접시 위에서 수저 소리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옆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끝이었다. 팝업은 성공이었다. 지민이 서린 옆으로 와서 낮게 말했다.
"SNS에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지금 해시태그 세 개."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배성재 측 두 명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는 게 보였다. 사진이 아니었다. 전화였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었다.
그때 입구 쪽이 움직였다. 서린이 고개를 돌렸다. 배성재가 직접 들어서고 있었다. 예약 명단에 없는 이름이었다. 지민이 서린 소매를 잡았다가 놓았다. 배성재는 정장 상의를 걸치지 않았다. 캐주얼한 셔츠 차림이었다. 마치 그냥 지나가다 들른 것처럼. 그가 서린을 보고 먼저 웃었다.
"잘 됐다고 해서. 보고 싶었어요."
서린은 그를 연회장 바깥 복도로 안내했다. 두 사람 사이에 벽 조명 하나가 주황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배성재가 먼저 말했다.
"오늘 꽤 인상적이던데요. 강도윤이 돌아왔다는 거, 진짜네요."
"감사합니다."
서린이 짧게 말했다. "아르덴이 살아난다면야 저도 좋죠." 배성재가 재킷 없이 와이셔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살아난 다음이 문제잖아요. 운영비, 다음 시즌 계획, 예약 전환율." "그건 저희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혼자 다 하기엔 버겁지 않아요?" 그가 서린을 똑바로 봤다. "제 제안, 아직 유효해요. 체인 편입이 아니라 공동 운영 구조로 바꿀 수도 있어요. 아르덴 이름은 유지하면서."
서린은 한 박자 기다렸다. 배성재의 제안이 처음 나온 날부터 달라진 건 형식뿐이었다. 결국 원하는 건 같았다.
"오늘 밤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서린이 말했다. 배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천천히 생각해요. 다만,"
그가 잠깐 멈췄다. "강도윤 씨가 다시 떠나기 전에 구조가 잡혀 있어야 할 텐데." 그 말이 어디서 나온 건지 서린은 바로 알 수 없었다. 도윤이 다시 떠날 거라는 가정인지, 아니면 도윤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어서인지.
배성재가 먼저 자리를 떴다. 서린은 복도에 혼자 남았다. 연회장 안에서 사람들 소리가 낮게 들렸다. 지민이 문 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괜찮아요?"
"응."
"배성재가 뭐라고 했어요?" "나중에." 지민이 잠깐 서린을 보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서린은 복도 끝 창문 쪽으로 몇 걸음 갔다. 창밖에 빗줄기가 보였다. 가늘고 조용한 비였다.
주방 쪽에서 발소리가 났다. 도윤이었다. 조리복 상의를 벗고 안에 입은 셔츠 차림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손에 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끝났어요?"
서린이 물었다.
"마지막 접시는 스태프가 정리해요."
도윤이 창가 쪽으로 와서 서린 옆에 섰다. 두 사람 사이로 빗소리가 유리를 타고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배성재 왔다 갔죠?" 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어?" "지민 씨 표정이요." 도윤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뭐라고 했어요?" "공동 운영 구조 제안. 이름은 유지해 준다고." "그리고?" 서린이 잠깐 멈췄다. "당신이 다시 떠나기 전에 구조가 잡혀야 할 거라고."
도윤이 창문을 봤다. 빗물이 유리 위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가 말했다.
"그 말, 어떻게 들었어요?"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윤이 물잔을 창턱에 내려놓았다.
"금요일 끝나고 얘기하자고 했는데."
"이미 금요일이야." "밤이 아직 있잖아요." 서린이 도윤을 봤다. 도윤은 창문을 보고 있었다. 말을 시작할 것 같은 자세였다. 서린의 심장이 아주 조금 빠르게 뛰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지민이 복도로 뛰쳐나왔다. "언니, 매체 두 군데서 지금 코멘트 요청이 왔어요. 지금 답 줘야 해요."
서린이 도윤 쪽을 봤다. 도윤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무언가 있었다. 하려던 말의 첫 글자쯤 되는 표정이었다. 서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중에."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요."
서린은 지민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도윤이 여전히 창가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물잔 옆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창밖의 비는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