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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9화]

낙인의 언어

작성: 2026.04.04 23:29 조회수: 4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성장 장르로, 폭력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북방 출정 이틀 전, 훈련장에는 허탈한 공기가 깔려 있었다. 사흘째 이어진 채비 점검에 후보생들의 어깨가 처졌고, 교관 하나가 마구 얽힌 마구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이걸 말한테 채우면 말이 먼저 도망간다."

웃음 같은 것이 훈련장 끄트머리에서 짧게 터졌다가 꺼졌다. 아무도 오래 웃지 않았다. 북방이라는 단어가 공기에 섞이면 농담도 빨리 식었다.

카일은 마구간 구석에서 가죽끈을 손질하고 있었다. 오른손 검지 마디에 생긴 굳은살이 끈의 거친 결과 맞닿을 때마다 둔하게 당겼다. 볏짚 냄새와 말 땀 냄새가 뒤섞인 공기는 오래전부터 익숙했다. 노예 시절부터 마구간은 언제나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기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옆 칸의 갈색 말이 발굽으로 바닥을 긁었다. 쇠편자가 흙을 파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가 멈췄다.

후보생 하나가 마구간 입구를 지나치다 카일을 보고 멈췄다. 루카였다. 어깨에 안장을 하나 걸치고 있었는데, 그 무게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였다.

"너 아직도 여기 있었어? 저녁 배급 끝났는데."

루카가 안장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손에는 빵 한 덩이가 들려 있었다. 카일 쪽으로 던졌다.

"먹어. 어차피 나 두 개 받았다."

카일은 받아서 한 입 베어 물었다. 딱딱했다. 루카는 안장을 걸어 두고 아무 말 없이 나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들보 위에서 짚 한 줌이 흘러내렸다. 카일은 반사적으로 눈을 들었다. 말이 발굽을 구르거나 바람이 스친 탓이겠거니 했는데, 짚 뒤에 뭔가 끼어 함께 떨어졌다. 손바닥만 한 양피지 조각이었다. 접힌 자국이 여러 겹으로 남아 있었고, 가장자리는 오래된 습기에 얼룩져 있었다. 카일은 가죽끈을 내려놓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펼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접힌 부분이 굳어 있어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눌러 펴야 했다. 안쪽에는 문자 몇 줄이 흐릿하게 적혀 있었는데, 그 위에 작게 그려진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방패 모양의 윤곽, 그 안에 반으로 꺾인 칼. 기사 문장(紋章)의 일부였다. 어느 가문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카일은 그 형태를 본 적이 있었다. 어디서였는지 떠오르지 않는데 손이 먼저 굳었다.

문장 아래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카일 자신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러나 낯설지 않았다. 정확히는, 낯설어야 하는데 낯설지 않은 그런 이름이었다. 입술이 저도 모르게 그 음절을 따라가다가 멈췄다. 볏짚 아래 숨겨 뒀던 쪽지의 여덟 글자가 뇌리를 스쳤다. 아버지. 그 단어가 이 문장과 이 이름과 같은 줄 위에 놓이는 순간, 뭔가가 딱 맞아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 카일은 양피지를 뒤집어 보았다. 뒷면은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카일은 양피지를 가슴팍에 접어 넣고 마구간을 나섰다. 이안을 찾아야 했다. 발걸음이 빨라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눌렀다. 뛰어가면 안 됐다. 이유는 몰랐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훈련장을 가로질러 창고 옆 공터로 돌아가는 길에 성벽 쪽에서 바람이 내려왔다. 차가웠다. 갑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어깨 사이로 파고드는 기운이 날카로웠다. 북방은 이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했다. 카일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실감하지 못했는데, 오늘 밤은 조금 달랐다. 이 바람이 거기서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승은 창고 옆 작은 공터에 있었다. 혼자였다.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 단검 날을 숫돌에 밀고 있었는데, 카일이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일찍 잔다고 했을 텐데."

숫돌을 밀어내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카일은 멈추지 않고 바로 양피지를 내밀었다. 이안의 손이 잠깐 느려졌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카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스승은 단검을 무릎에 올려놓고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펼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내용을 아는 사람처럼.

침묵이 길었다. 숫돌 소리가 완전히 멈춘 공터에는 먼 마구간 쪽에서 말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안은 양피지를 접지 않고 무릎 위에 편 채로 두었다. 카일은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스승이 침묵을 고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대답이었다. 이안의 손가락이 양피지 가장자리를 한 번 눌렀다가 떼어졌다. 그 동작이 무의식적이었다는 것을 카일은 알아챘다.

"어디서 찾았나."

이안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마구간 들보 위에서요."

카일은 짧게 말했다. 그리고 한 박자 뒤에 덧붙였다.

"누가 숨겨 둔 것 같습니다."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카일을 보는 눈빛이 달랐다. 평소의 단호함이 아니라, 무게를 재고 있는 눈빛이었다. 얼마나 줄지, 어디서 자를지를 고르는 눈빛. 카일은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았다.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문장은 알아봤나."

이안이 물었다.

"아니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름은 알아봤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안이 그 부분을 짚어 주기를 기다렸다. 스승은 그것을 짚지 않았다. 짚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대답이었다.

이안은 양피지를 다시 접었다. 카일에게 돌려주지 않고 자신의 외투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출정 전까지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마라."

목소리에 명령의 결이 돌아왔지만, 방금 전 그 짧은 침묵의 무게가 아직 공터에 남아 있었다.

"북방에서 돌아오면 내가 직접 설명한다."

카일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이름이 누구 것입니까."

직접 물었다. 대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이안은 단검을 집어 들고 다시 숫돌을 댔다. 소리가 돌아왔다. 그것이 대화의 끝이었다. 카일은 돌아섰다. 열 걸음쯤 걸었을 때 등 뒤에서 이안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그 이름을 네가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면, 북방에서는 쓰지 마라. 아직은."

아직은. 그 두 글자가 발목을 잡았다. 카일은 멈추지 않고 걸었다. 마구간으로 돌아오는 길, 성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다시 어깨를 쳤다.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 볏짚 위에 누운 뒤에도 그 두 글자가 귓가에 남았다. 이안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은 다른 질문이 그보다 더 선명하게 남았다. 그 양피지를 들보 위에 숨긴 사람은 카일이 찾아내길 원해서 숨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가져가기 전에 먼저 카일이 가져가도록 놓아둔 것인가. 그리고 만약 후자라면, 그 누군가는 지금 어디서 이 마구간을 보고 있는가. 갈색 말이 다시 발굽을 긁었다. 쇠편자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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